인공지능(AI)이 이제 우리 일상 곳곳에 깊숙이 스며들고 있다. 기술의 발전 속도가 그 어느 때보다 빠른 지금, AI에 대한 이해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이에 발맞춰 커뮤니케이션북스는 지난해부터 인공지능총서를 통해 교육, 의료, 산업, 사회, 예술, 철학, 국방, 인문 등 전 분야를 아우르는 AI 담론을 폭넓게 조명해왔다.  인공지능총서는 2025년 8월 20일 현재 430종에 이르렀으며, 올해 말까지 630종 발간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AI 기술의 핵심 이론부터 산업계 쟁점, 일상의 변화까지 다각도로 다루면서 학계와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또한 인공지능총서 저자들은 최근 ‘AI 3대 강국 실현’을 위한 공동 성명서를 발표하며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AI가 단순한 기술 혁신을 넘어 인간의 존엄과 지속가능한 미래로 이어지기 위해선 어떤 가치와 기준이 필요할까. 투데이신문은 인공지능총서 저자들이 제시하는 ‘지속가능한 AI 사회’를 향한 제언을 독자들에게 전한다.

올해 국립중앙박물관을 찾는 관람객 수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국립중앙박물관과 산하 13개 박물관의 연간 총 관람객 수는 2023년과 2024년, 최근 2년 연속으로 1000만명을 돌파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외국인 관람객 수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며 눈길을 끌었다. 현재의 추세가 이어진다면, 박물관 개관 80년 역사상 처음으로 연간 5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면서, 영화 속에 등장하는 ‘갓’, ‘호랑이’ 등 전통 모티프가 주목받고 있다. 이에 따라 한류가 K-팝과 K-푸드를 넘어 K-전통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연일 이어지는 관람객 행렬 속에서 박물관 측은 또 다른 고민에 직면하고 있다.

혼잡한 박물관, AI로 해결한다

2005년 용산에 개관한 국립중앙박물관의 전시동은 하루 최대 약 1만8000명이 관람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는 전시동의 규모, 시설, 관람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적정 수용 인원이다.

그러나 최근 관람객이 급증하면서 유물의 안전은 물론, 관람 환경 개선과 편의시설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상설전시관 입구에는 안내선이 추가로 설치되고, 방호 인력도 증원된 상태다. 박물관은 최근 누리집을 통해 “관람객 증가로 인해 박물관 주차장 진입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있으며, 1시간 이상 대기할 수 있다”며 대중교통 이용을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인력 증원과 대중교통 이용 권유만으로 충분할까?

최근 『네이처』지에 소개된 연구에서는 AI 기술을 기반으로 박물관 전시 공간의 디자인을 최적화하는 모델을 제안하고 있다. 이 모델은 관람 흐름과 상호작용성을 향상시키는 데 목적을 두고 있으며, 박물관에 설치된 다양한 센서를 통해 관람객의 이동 경로, 체류 시간, 시선 분포 등 행동 데이터와 얼굴 표정, 음성 톤, 신체 자세 등 감정 데이터를 수집한다. 수집된 데이터는 멀티 모달 융합 AI를 통해 통합 분석돼 관람객의 행동과 감정 상태를 종합적으로 추론한다.

이러한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공간 배치와 인터랙티브 디자인을 최적화한 결과, 관람객의 혼잡도가 감소하고 공간 유동성이 18.1% 향상됐으며, 동일한 시간 내에 더 많은 전시물을 체험하고 긍정적인 감정 반응을 효과적으로 유도할 수 있음이 입증됐다.

이처럼 다양한 기술이 융합된 AI 기반 모델은 기존의 전통적 디자인 접근 방식보다 관람객의 경험을 현저히 향상시키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스마트 박물관 설계를 위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박물관 경험의 미래

박물관을 찾는 관람객의 만족은 시설의 품질, 직원의 친절한 응대, 편의성, 독창적인 전시 등 모든 접점에서 긍정적인 경험이 전제될 때 비로소 가능하다. 이를 위해서는 관람객의 주관적인 피드백뿐만 아니라, 관람객이 인지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내면의 반응을 해석할 수 있는 다양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 이러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AI를 활용해 관람객의 다양한 맥락을 이해하고, 박물관 경험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지속적으로 개발하는 것은 기존에 상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경험을 설계하기 위한 핵심 전략이다.

관람객이 공간이나 콘텐츠와 상호작용할 때 생성되는 데이터를 수집하고, AI는 이를 분석해 강화학습을 통해 전시물의 재배치, 혼잡 해소, 맞춤형 추천 등의 최적화된 조치를 도출한다. 이 조치가 실행되면 관람객의 경험은 더욱 정교하게 조정되며, 새로운 데이터가 다시 수집돼 순환 구조를 형성한다. 이 루프는 박물관 시스템이 자체 학습(Self-learning)과 지속적 최적화(Continuous Optimization) 기능을 갖추도록 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대규모 데이터도, 박물관에서 만나는 최첨단 기기들도 아니다. 핵심은 박물관이 관람객에게 어떤 가치와 경험을 제공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다. 다시 말해, 박물관이 전달하고자 하는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한 문제의식을 먼저 정의하고, 그 가치를 어떻게 경험으로 재설계할 것인지에 대한 방향성이 선행돼야 한다. 그 위에 AI와 데이터를 결합해 최적화된 박물관 경험을 구현하는 것이 진정한 혁신이다.

박물관 AI와 융복합 지식 공간

최근 AI를 활용한 서비스가 잇따라 출시되며 관련 기술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정보 수집, 콘텐츠 감상, 처리까지 대부분의 활동이 네트워크를 통해 가능해졌다. 도서나 문서는 전자책이나 스캔 데이터 등 디지털 콘텐츠로 충분히 대체할 수 있다.

그러나 박물관이 소장한 역사적 유산이나 예술품은 ‘현존성’, ‘유일성’, ‘진품성’으로 인해 실물 관람 수요가 지속된다. 이를 보관·전시하려면 적절한 물리적 공간이 필수다.

융복합 지식기반을 구축하려면 지식 구조화는 AI를 활용하고, 공간은 박물관 중심의 MLA(Museum·Library·Archives) 체계를 고려할 수 있다. 지식은 경계를 초월하고 데이터는 가정에서도 서비스 가능하지만, 실물은 전문적 보관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경계가 흐려지고 AI가 급속도로 발전하는 시대에 미래는 예측하기 어렵다. 그러나 AI는 박물관 경험을 매력적으로 만들고, 관람객과의 개인화된 소통을 강화하며, 새로운 방문자와의 상호작용을 촉진하는 도구다.

박물관은 교육, 연구, 문화, 여가 등 다양한 기능을 갖춘 융복합 지식 공간으로 발전하기 위해 AI와의 공존을 준비해야 한다. AI와의 협력은 박물관을 단순한 전시 공간을 넘어 지식 생산과 공유의 중심지로 변화시키는 데 기여할 것이다.

 

△ 한승철<br>
△ 한승철

필자소개

국립경주박물관 교육문화교류과 과장으로 재직했다. 경희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에콜 M.J.M에서 광고 그래픽 전문가 과정을 이수했다. 광고대행사 금강기획과 에이블리, 프로덕션 클립에서 기획 프로듀서로 재직했으며, 홍보대행사 KPR의 디지털 홍보 부문에서 일했다. 경희대학교 언론정보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고 청주대학교, 순천향대학교에 출강했다. 저서로는 『박물관과 AI』, 『박물관 커뮤니케이션』, 『홍보영상 제작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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