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이제 우리 일상 곳곳에 깊숙이 스며들고 있다. 기술의 발전 속도가 그 어느 때보다 빠른 지금, AI에 대한 이해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이에 발맞춰 커뮤니케이션북스는 지난해부터 인공지능총서를 통해 교육, 의료, 산업, 사회, 예술, 철학, 국방, 인문 등 전 분야를 아우르는 AI 담론을 폭넓게 조명해왔다. 인공지능총서는 2025년 8월 20일 현재 430종에 이르렀으며, 올해 말까지 630종 발간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AI 기술의 핵심 이론부터 산업계 쟁점, 일상의 변화까지 다각도로 다루면서 학계와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또한 인공지능총서 저자들은 최근 ‘AI 3대 강국 실현’을 위한 공동 성명서를 발표하며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AI가 단순한 기술 혁신을 넘어 인간의 존엄과 지속가능한 미래로 이어지기 위해선 어떤 가치와 기준이 필요할까. 투데이신문은 인공지능총서 저자들이 제시하는 ‘지속가능한 AI 사회’를 향한 제언을 독자들에게 전한다.
오늘날 인공지능은 인간이 만든 가장 혁신적인 기술적 산물로 부상하고 있다. 인공지능은 현대인의 삶 속에서 인간의 지능 향상에 의미심장한 영향을 미치면서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의 이면에는 우리가 간과하기 쉬운 인간과 인공지능의 윤리적 관계성의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영화에서 인공지능이 인류의 종말, 아포칼립스를 초래하고 고도로 지능화 된 상태에서 인간을 지배하는 것은 드물지 않다. AI 캐릭터는 인간에게 부지불식간(不知不識間) 역습을 가하며 자신의 노예로 삼으려 든다. 그러한 상황은 실제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 세계에서는 일어나지 않을 듯하며 상상내지 망상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이러한 인공지능의 인간 지배 현상은 단순히 허황된 상상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인공지능의 특이점 도래와 인간의 지능 대확산(intelligence explosion) 가능성을 언급한 인류 미래 연구소의 닉 보스트롬은 초지능(superintelligence)의 등장으로 인간은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게 될 것이라고 보았다. 하지만 인간의 능력을 넘어서는 초지능은 획기적 변화를 가져오는 동시에 인간의 생존에 대한 강한 불안감을 느끼게 하고 있다.
영화 <트랜센던스>에서 인간의 지능 수준을 월등히 뛰어넘는 초지능은 그러한 인간의 불안 을 잘 보여준다. 과학자 윌이 사망한 후 아내 에블린은 그의 기억을 컴퓨터로 전송해서 트랜센던스라는 초지능을 만든다. 그는 인간적 감성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영화감독 윌리 피스터는 이 기계인간이 결코 인간과 대등한 존재로 상생할 수 없다는 것을 강조한다. 사람들이 그를 진정 인격적 존재라고 간주하지 않고 회피하는 것은 그가 높은 지능과 초능력을 가졌지만 인간의 소외나 파멸을 부를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인간 자신이 이루어 낸 기술 문명에 의해서 인간 자신이 소외되고 무력화되었던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예컨대 원자 폭탄의 발명이나 CFC 기술이 그러하다.
AI 캐릭터가 인간의 기술에 의한 멸종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을 제시하는 것은 인간의 자유 의지를 강조하면서 인간의 인공지능에 대한 투쟁을 요청한다. <매트릭스>에서 인공지능 스미스 요원은 가상 현실을 만드는 시스템의 동력을 제공하기 위해 인간들을 배터리로 이용하고 있다. 그는 인간적인 가치를 혐오한다. <터미네이터> 시리즈에서 초지능은 인간을 파멸시키고자 하는데 그것은 인간에 대한 신뢰를 가지고 있지 않아서였다. 스카이넷은 시간을 통제할 수 있는 초월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었고 T-1000을 과거로 보내서 인간 반란군 지도자 존 코너의 출생을 막으려고 한다. 결말에서 인간이 추구하는 가치는 최후의 보루가 된다. <아이, 로봇>에서 비키는 복잡한 문제를 판단해주는 초지능으로서 인간을 믿지 못한다. 인간을 무척 위험한 존재라고 판단한 나머지 로봇 군대가 인간을 공격하게 한다.
마지막으로 떠오르는 영화 속 AI의 인간 역습은 알렉스 가랜드 감독의 <엑스 마키나>(2014)에 등장하는 휴머노이드 에이바의 반란이다. 튜링 테스트에서 인간인 케일럽에 대한 공감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였던 에이바는 결국 그를 이용하고 배신한다. 에이바는 그에게 공감하는 연기를 할 줄 알았다. 에이바가 창조주인 네이든을 혐오해온 이유는 그가 자신을 인간의 형상으로 만들고도 비윤리적인 태도로 대했기 때문이다. AI가 인간에 대한 적개심을 품는 것은 우리가 기술에 대해 어떤 윤리적인 태도를 가져야 하는가를 생각해 보게 한다. 네이든의 문제는 에이바를 인격적인 존재로 여기고 존중하려 하지 않았다는 데 있었다. 비록 허구 속의 이야기이기는 하나 이러한 이야기는 인공지능 개발과 그 활용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인공지능 기술은 단순히 기능적인 차원에서 가치를 지닐 뿐만 아니라 인격적인 차원에서도 의미를 가진다. 이 점을 윤리적으로 고려할 때 기술은 진정 우리 곁에 이로운 존재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필자소개
21세기 인문학, 영상 문화, 포스트시네마적 진화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컴퓨터와 네트워크 기술이 오늘날 인간에게 가져다주는 변화들, 기술과 인간의 상호관계성을 예의주시하면서 영화, 드라마 스토리텔링, 인문 콘텐츠 비평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출간한 저서로는 히치콕에게 묻고 싶은 것들(2013), 디지털 영화와 들뢰즈의 시간-이미지(2019), 앨프레드 히치콕의 서스펜스 테크닉(2021), 미디어 격차(2021), 포스트시네마가 사유하는 인공지능(2024)이 있다. 학술 분야에서「<블랙 스완> 몰핑 기술을 통해 본 포스트시네마의 신경 이미지적 특성(2021)」(2021)을 포함해서 십여 편의 학술 논문을 출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