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이제 우리 일상 곳곳에 깊숙이 스며들고 있다. 기술의 발전 속도가 그 어느 때보다 빠른 지금, AI에 대한 이해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이에 발맞춰 커뮤니케이션북스는 지난해부터 인공지능총서를 통해 교육, 의료, 산업, 사회, 예술, 철학, 국방, 인문 등 전 분야를 아우르는 AI 담론을 폭넓게 조명해왔다.  인공지능총서는 2025년 8월 20일 현재 430종에 이르렀으며, 올해 말까지 630종 발간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AI 기술의 핵심 이론부터 산업계 쟁점, 일상의 변화까지 다각도로 다루면서 학계와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또한 인공지능총서 저자들은 최근 ‘AI 3대 강국 실현’을 위한 공동 성명서를 발표하며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AI가 단순한 기술 혁신을 넘어 인간의 존엄과 지속가능한 미래로 이어지기 위해선 어떤 가치와 기준이 필요할까. 투데이신문은 인공지능총서 저자들이 제시하는 ‘지속가능한 AI 사회’를 향한 제언을 독자들에게 전한다.

구글의 창시자 래리 페이지(Larry Page)와 세르게이 브린(Sergey Brin)은 스탠포드 대학원 시절에 도서관 서적 검색엔진을 만들면서 구글 창업의 꿈을 꾸게 되었다. 이들의 꿈은 인류의 거대한 지식 그 자체인 도서관 데이터에 접근해서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해서 완전한 이해까지 이어지게 하는 것이었다. 2000년대 초반에 구글은 ‘도서관 프로젝트’를 통해서 전 세계 도서관의 모든 서적을 디지털화해서 활용할 계획을 세우고 추진했다. 이를 활용한 구글 엔그램 뷰어라는 사이트를 통해서 1800년대부터 지금까지 모든 검색어들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시각적으로 보여주게 됐다. 최종적으로 전문가들이 가설로 세웠던 지식들의 흐름들이 어느 정도 일치하는지 또는 다른지 알게 됐다.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 미국 남북전쟁은 남부와 북부로 분열된 미국을 합치게 되는 사건인데, 전쟁 이후 언제쯤 통일된 미국이라는 개념이 미국인들에게 자리 잡게 되었을까? 역사학자들은 대부분 전쟁직후나 그 이후 10~20년 정도를 주장하는데, 구글 엔그램 뷰어를 통해서 보면 3년 이후부터 출발한다는 점을 알게 된다. 이러한 주장의 근거는 바로 미국의 영어 명칭이 ‘United States of America’라는 복수표지(s)에서 출발하는데, 복수표지에는 복수 동사(are)가 사용되어져야 하는데 하나가 된 미국이라는 개념으로 단수 동사(is)가 3년 이후부터 사용되기 시작했다. 1900년 이후로는 단일화 개념으로 단수표지(is)가 복수표지(are)를 압도하게 된다.

이러한 지식을 얻기까지 구글은 매우 오랜 시간동안 도서관 서적을 사람의 손으로 일일이 스캔해서 컴퓨터가 이해하는 디지털 데이터로 전환했다. 또 구글은 엔그램이라는 언어 모델을 만들고 이를 시각화하는 구글 엔그램 뷰어라는 웹 사이트를 구축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적정한 지식을 가진 현자들에 의해서 이러한 용어들의 흐름을 해석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여년이 지난 지금 LLM이라는 언어 모델이 탄생해서 현자들의 분석도 대체하기 시작했다.

오픈AI 챗GPT를 사용하면 어떻게 될까? 간단하게 ‘미국은 언제부터 하나가 된 국가라는 개념을 갖기 시작했어? 남북전쟁을 기점으로 전후 언제부터인지 정확히 알 수 있어?’라는 질문을 던지면 된다. 만약 챗GPT가 엉뚱한 답변을 하면 다시 물어보면 된다. LLM은 인류의 모든 지식인 도서관에 비치된 모든 서적을 읽고 이해했으며, 분석가인 전문가 지식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지능적 행동을 통해서 보면 LLM은 인간의 지능에 대한 대체가 가능한가에 대한 질문을 할 수 있다.

인간의 지능을 대체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면 인간의 지능이 무엇인지 이해해야 한다. 하버드 교육심리학자 하워드 가드너(Howard Gardner) 교수는 인간의 지능을 단순히 지식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생물체의 지능은 생존을 위한 것인데 단순히 언어, 논리, 수리 영역에만 멈추지 않고 개인적이며 사회적 영역인 음악, 미술, 체육, 자연, 인간관계, 종교 영역으로 넓혀서 지능의 의미는 확장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LLM은 언어, 논리, 수리, 프로그래밍 등 제한된 영역 내에서만 의미가 있는 것 같아서 인간의 지능을 완전하게 대체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현실 세계에서 일자리를 구하는 대졸 구직자들에게 LLM은 인간지능을 대체하는 것으로 보인다. 2025년 8월 AP통신은 미국 컴퓨터과학 전공자들이 취업난을 겪고 있다는 내용을 기사를 게재했다. 기사 헤드라인은 “컴퓨터과학 학위를 받고 졸업을 했지만 제게 면접 기회를 준 회사는 멕시코 식당인 치폴레뿐이었다.”로 컴퓨터과학 졸업생으로 구인활동을 하는 인터뷰 대상자의 사연을 소개하고 있다. 이 졸업생은 코딩교육 붐을 타고 초등학교 시절부터 오랜 시간동안 프로그래밍 등 관련 분야를 섭렵해서 명문 대학에서 컴퓨터과학을 전공했음에도 취업난을 겪고 있다는 자신의 사연을 소개했다. 미국은 10여 년 전부터 코딩 교육의 붐을 타고 컴퓨터과학 전공자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이제 LLM이 인간 코딩을 대체하기 시작해서 많은 일자리가 사라지게 되었다. 심지어 LLM이 인간의 능력보다 더 낫다는 것을 입증했으며, 인간을 고용하는 것보다 더 싼 비용으로 사용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론적으로 프로그래밍의 영역에서 이제 더 이상 인간의 능력은 LLM보다 우월하지 않는다.

LLM이 인간을 온전히 대체하는 것은 아직 어려운 문제라는 것은 확실하며 국한된 영역에서는 인간이 대체되고 있는 것은 현실적이다. 따라서 이러한 현실이 우리에게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나의 일자리는 어떻게 될 것인지가 현재 가장 중요한 문제가 됐다. 이러한 충격이 일상의 곳곳에서 일어난다면 앞으로 10여 년, 아니 20여 년 이후의 일상은 어떻게 변화하게 될 것인가? 인공지능이 제3차 산업혁명이라고 한다면 증기기관을 통한 산업혁명기는 어떠했는가? 역사학자 페르낭 브로델(Fernand Braudel)은 산업혁명이 가져온 우리 일상의 변화를 설탕을 통한 자본 보편화로 설명한다. 산업혁명기 이전에 귀족들 부의 표식이었던 설탕은 산업혁명기 이후에 노동자 계층이 즐기는 대상물이 되었다. 산업혁명의 결과로 자본의 확산이 생활 속에서 이뤄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인간이 원하는 산업혁명의 결과는 스스로를 위기로 몰고 가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변화와 그 것을 통한 일상적 향유라는 것이다.

LLM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바로 인간 중심적 인공지능의 실현이다. 우리가 만든 인공지능이 우리 스스로를 편향적으로 보는 경향성이 있다. 이러한 알고리즘 편향성으로 인해서 기업채용에서 여성이나 특정 인종을 편향적으로 배제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또한 잘못된 사실이나 한 번도 학습하지 않은 거짓 사례를 믿는 것처럼 행동하는 ‘리플리 증후군’과 같은 환영도 이미 널리 알려진 문제다. 연구자들은 이미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으며, 사실과 대조하기 위한 RAG(Retrieval Augmented Graph)와 같은 해결책을 개발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해결책은 인공지능과 인간과의 실존적 해결이라는 공존이라는 키워드다.

그러나 현재의 불확실성에 대해서 하나의 문제에 대한 궁극적인 답변이 필요한 시점이다. “인공지능의 시대에 우리 인간은 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러한 문제에 대한 궁극적 답변은 다음과 같다. LLM의 학습 데이터는 인간이 만들어 놓은 텍스트 데이터이다. 이 데이터를 만드는 것은 인간이며, 인간이 만들지 않으면 LLM의 학습은 이뤄지지 않는다. 여러 장르의 학습 데이터 중에서 LLM의 능력을 가장 향상시킨 데이터는 소설 데이터이다. 이야기와 인물, 배경, 다양한 언어적 표현을 통한 묘사가 LLM의 인간과 같은 풍부한 표현력을 만들게 됐다. 우리 스스로가 이러한 데이터를 만들지 않으면 LLM의 발전은 더 이상 없다.

 

△ 김동성<br>
△ 김동성

필자소개

이화여자대학교 인공지능대학교 컴퓨터공학 전공 특임교수(2022∼)다.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영어로 학사, 뉴욕대학교에서 언어학(Linguistics)으로 석사학위를, 고려대학교에서 전산언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언어지능』, 『챗GPT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LLM, 거대 언어 모델의 이해』 등 커뮤니케이션북스 ‘인공지능총서’의 집필진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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