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법원이 지난 2017년 남대서양에서 침몰한 스텔라데이지호의 잔해 수색 과정에서 나온 정보 일체를 정부가 실종 선원의 가족들에게 공개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판사 이성용)는 지난 19일 스텔라데이지호 침몰사고 실종선원 허모씨의 가족이 외교부를 상대로 낸 정보공개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취지로 판결했다.
스텔라데이지호는 지난 2017년 3월 31일 브라질 구아이바 항에서 철광석을 싣고 출항해 중국 칭다오로 향하던 중 남대서양 우루과이 해역에서 침몰했다. 이 사고로 한국인 승선원 8명과 필리핀인 선원 14명 등 22명이 실종됐다.
외교부는 실종선원의 생사 확인과 사고 원인규명을 위해 지난 2018년 미국의 해양탐사 전문업체 오선인피니티와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오션인피니티는 지난해 2월 14~23일 사고해역에서 심해수색작업을 통해 스텔라데이지호의 VDR(항해기록저장장치)을 회수했다.
심해수색 당시 실종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유해도 발견됐으나 오션인피니티는 이를 수습하지 않았다.
실종자 가족들은 이에 대해 항의하면서 지난해 5월 3일 외교부에 △오션인피니티와의 용역 계약서 △수색결과 보고서 등 관련 자료 일체 △오션인피니티와의 협상 회의록 등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하지만 외교부는 수색결과 보고서 관련 자료와 평가회의 개최 계획서만 공개하고 오션인피니티와의 계약서, 협상 회의록, 용역대금 지급 내역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외교부는 △용역 계약상 비공개 합의로 인해 해당 정보를 공개할 경우 정부의 대외적 신뢰도가 하락 하락할 수 있는 점 △관련 정보 중 일부가 오션인피니티의 경영상·영업상 비밀에 해당하는 점 △관련자들의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는 점 등을 들어 정보공개를 거부했다.
하지만 법원은 외교부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비공개 합의만으로 정보공개를 거부할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며 “만약 비공개 합의만으로 정보공개를 거부할 수 있다고 한다면 공공기관은 정보공개를 회피할 목적으로 계약 내용에 비공개 합의를 포함해 정보공개법 규정을 유명무실하게 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비공개 합의가 깨져 정부의 대외적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는 불확실하고 추상적인 위험에 불과하다”며 “정보 비공개로 실종자 가족들이 겪고 있을 권리 행사의 어려움, 정부의 대응을 둘러싼 여러 추측과 오해로 인한 공권력 신뢰 훼손 등은 구체적인 위험”이라고 판시했다.
이어 “청구 정보에 개인식별 정보 또는 개인의 사생활 내용이 포함됐다거나 심해수색 업체의 정당한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경영·영업상 비밀이 포함됐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부연했다.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원회는 “법의 원칙에 입각해 국민의 알권리를 존중하고, 국가의 위법행위에 일침을 놓는 재판부의 공정한 판결을 환영한다”며 “외교부는 판결에 따라 스텔라데이지호 심해수색의 계약서 및 관련 서류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피해자와 국민들에게 부끄러움 없는 정부로 거듭나야 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