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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 등 의원 13명이 발의한 ‘인신매매·착취 방지와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이하 법률안)’에 대해 용어·처벌 규정 등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9일 이 같은 내용의 법률안 검토의견을 국회에 회신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법률안에 대해 “‘현대판 노예제’라고 하는 심각한 인권침해에 대해 ‘인신매매 피해자에게는 마땅한 지원과 보상을 받아야 하는 권리가 있다’는 것을 법적인 틀로 강화해 피해자 보호를 위한 국가의 책무를 다하고자 하는 취지의 안”이라며 “총괄적인 인신매매피해자보호법”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법률안은 유엔인신매매방지의정서의 인신매매 개념을 국내법화하면서도 그 개념에 해당하는 모든 행위가 형사처벌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며 “최근의 인신매매는 피해자의 자발성을 유도해 점차적으로 피해자를 ‘노예적 지위’에 처하게 만드는 사례가 있는데, 이런 사례에서는 한국의 형사법률이 무력하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UN인신매매방지의정서에서 정의하는 'Trafficking in persons'에는 착취목적·수단·행위라는 개념지표가 포함돼 있는 반면, 법률안은 ‘착취’만 선택해 ‘인신매매·착취’라는 용어를 도입해 혼란을 초래할 수 있어 용어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법률안의 피해자 식별절차가 모호하다”고 꼬집기도 했다. 피해자를 확인하는 주체가 지역 피해자권익보호기관인지, 인신매매사례판정위원회인지, 피해자 확인서를 발급하는 여성가족부 장관인지 명확하지 않고, 검사 또는 경찰이 인신매매 피해를 당했다고 볼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피의자 또는 참고인을 발견했을 경우 누가, 어떻게 피해자로 확인하는지 모호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법률안에 따르면 지역 피해자권익보호기관은 여가부 소속이 아니라 지자체 소속이어서 피해자를 식별하는 주체가 지역 피해자권익보호기관이라면 피해자 확인서를 발급하는 권한이 여가부 장관에게 있는 것은 혼란의 소지가 있다고도 설명했다.

이에 인권위는 인신매매피해자 식별의 판단 주체와 보호를 위한 절차에 대한 내용을 법률안에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 밖에 인권위는 “인신매매 방지 활동의 중심은 피해자라는 사실을 관련자가 인식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노동 분야 공무원을 대상으로 인신매매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피해자를 식별하는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의무교육 대상에 이들을 포함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한국의 형사법률은 착취를 목적으로 하는 인신매매 범죄를 대상으로 하기보다 개인의 자유박탈과 강제적인 장소이동에 중점을 두고 ‘사실상의 지배력 행사’를 요건으로 해 처벌이 불완전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인권위는 “법률안은 UN인신매매방지의정서상의 인신매매를 국내법적으로 유효적절하게 처벌하는 문제에 대해서 여전히 답을 주지 못하고 있다”면서 “UN인신매매방지의정서에 부합한 처벌입법이 신속히 고려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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