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광장 세월호 기억공간 ⓒ투데이신문
광화문광장 세월호 기억공간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광화문광장 세월호 기억공간(이하 세월호 기억공간) 철거를 둘러싸고 유가족을 포함한 4.16단체와 서울시가 한치의 물러섬 없는 접전을 벌인 끝에 서울시의회로 임시 이전하는 것으로 우선 일단락됐다.

세월호 기억공간을 둘러싼 4.16단체와 서울시의 갈등은 광화문광장 재구조화가 논의되면서부터다. 서울시는 지난해 7월 광화문광장 재구조화와 관련해 단계별 공사진행 계획을 세워 세월호 기억공간 이전에 관한 논의를 유족 등에게 요청했다.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이하 4.16가협), 4.16연대, 4.16재단은 TF를 구성했고, 세월호 기억공간을 두고 서울시와 TF는 7차례 면담을 거쳤다.

TF는 줄곧 전 서울시장의 광화문광장에 대한 철학이자 세월호 가족 및 시민들과 약속한 세월호 기억공간은 시민들의 것임을 강조하며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요구해왔다.

하지만 서울시는 그러나 서울시는 세월호 기억공간이 당초 한시적 운영이 예정된 공간이었다고 반박했다. 또 새 광화문광장은 지상에 구조물이 없는 보행광장으로 만들어질 예정이기 때문에 철거가 불가피하다고 했다. 더불어 전임 시장 재임 당시에도 재설치를 약속한 바 없으며, 오는 2024년 안산 화랑유원지에 ‘4.16생명안전공원’이 들어설 예정이므로 별도의 기억공간을 유지할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지난 5일 4.16가협 측에 이달 21일부터 25일까지 세월호 기억공간 내부 사진 및 물품을 정리해 줄 것을 요청했다. 더불어 26일에는 세월호 기억공간을 철거하겠다는 통보도 이뤄졌다.

그리고 서울시는 23일 광화문광장을 찾아 세월호 기억공간 내 전시물 정리 작업을 시도했다. 다만 유가족의 거센 반발로 내부 물품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한 채 자리를 떠났다.

이후에도 서울시는 철거 일정은 예정대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바꾸지 않았고, 세월호 유가족들은 24일부터 철거가 예정된 26일까지 광화문광장 기억관 일대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하는 등 세월호 기억공간을 지키기 위한 사투를 불살랐다.

철거 예정 당일인 26일에는 4.16단체와 서울시 사이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며 종일 대치를 벌였다. 서울시는 오전 7시 20분, 오전 11시, 오후 4시 40분 등 농성 중인 4.16단체를 수차례 찾아 자진 철거를 요구했다.

하지만 시민들이 만들어내고 지켜낸 세월호 기억공간이 대안 없이 철거돼서는 안 된다는 4.16단체의 입장은 강경했다. 결국 서울시는 물리적인 강제력을 동원하지 않고 대화와 설득을 통해 오는 7월 중 마무리하겠다고 우선은 한발 물러섰다.

27일 세월호 기억공간을 서울시의회로 임시 이전하는 작업 ⓒ공동취재사진/뉴시스
27일 세월호 기억공간을 서울시의회로 임시 이전하는 작업 ⓒ공동취재사진/뉴시스

4.16단체는 27일 세월호 기억공간 철거 논란 관련 입장 및 향후 방향과 일정에 대한 계획을 밝혔다.

우선 세월호 기억공간을 서울시의회로 임시 이전하기로 결정했다.

4.16가협 유경근 집행위원장은 “서울시의회가 이 사안에 대해 어떻게 책임감 있게 응할지에 대해 고민하는 과정 중에 여러 가지 방안이 나왔다”며 “우리가 바란 생명과 안전, 민주주의를 향한 열망을 담기 위해 시의회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는 모습에 신뢰를 갖고 우선은 저희 아이들 사진 작품을 서울시의회에 임시 보관해도 되겠다고 판단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세월호 기억공간 내 전시된 기록물 등은 가족들의 손으로 직접 서울시의회 1층 전시관으로 옮겨졌다.

이후에는 가능한 한 빨리 기억공간 건물 해체 작업을 실시할 예정이다. 해체 작업은 기억공간을 시공한 시공사와 유가족 등이 참여한다. 해체된 건축물은 폐기하지 않고 안산으로 가져가 4.16가협에서 관리할 방침이다. 유가족과 시공사, 시민들이 정성을 모아서 함께 만든 건물이자 작품인 세월호 기억공간을 무단으로 부수고 폐기하는 거 그것은 옳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4.16단체는 세월호 기억공간 철거가 아닌 ‘해체’임을 거듭 강조하며,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공사가 진행되는 기간 동안 세월호 참사뿐만 아니라 광화문광장에서 일어난 수많은 민주주의 역사의 의미를 담아낼 수 있는 공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경근 위원장은 “저희는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 취지에 맞으면서 동시에 세월호 참사와 더불어 광화문광장에서 일어난 수많은 민주주의 역사를 담을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일지 함께 논의하고 협의해 보자는 뜻”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상에 어떤 건축물도 드러나지 않는다는 새 광화문광장 취지를 어기지 않으면서 민주주의를 향한, 생명과 안전사회를 향한 시민들의 뜨거운 열망을 어떻게 담아낼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며 “이것이 우리의 일관된 요구였다는 것을 다시금 말씀드린다. 지금 이 건물을 계속 고집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사안에 많은 관심을 갖고 목소리를 내는 정치권에도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다.

유 위원장은 “세월호 기억공간이 정쟁으로 흘러가지 않아야 한다”며 “지난 7년간 우리는 그렇게 흘러다가 결국 세월호는 사라지고 시민들의 짜증과 혐오를 일으키는 경험을 했다. 관심을 가져주는 것은 감사하지만 입장을 달리하는 정치권 사이의 정쟁이 아닌 오롯이 기억공간을 지키는 것에 집중해 달라”고 요청했다.

한편 서울시는 힘든 결정을 내려준 유가족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며, 희생을 기릴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전했다.

서울시는 “앞으로도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희생자를 추모하면서, 안전 사회 구축과 안전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그 일환으로 유가족 협의회의 정리된 의견으로 제안해 준다면 광화문광장의 기능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세월호의 희생과 유가족의 아픔을 기리는 방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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