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미군 아프간 철수, 목표는 중국 견제
탈레반 접수에도 손 놓고 있는 미국 의도는?
중국의 대만 침공설, 요동치는 동아시아 정국
주한미군 역할 필요성 상승, 전작권 이양 주목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군을 하자마자 무장반군 탈레반이 빠르게 아프가니스탄을 접수했다. 지난 5월 미군이 아프간 철수를 시작하면서 오는 8월말까지 완전히 철군하기로 했다. 그와 동시에 탈레반이 빠르게 아프간을 접수했다. 전 세계는 탈레반이 이 정도 속도로 빠르게 아프간 전역을 장악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이제 미군의 아프간 철군 후 과연 앞으로 국제정세는 어떻게 변화를 할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전 세계가 경악했다. 지난 5월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을 철군할 당시만 해도 설마 이처럼 쉽게 아프간 정부가 무너질 것이라고 생각도 못했다. 미국이 2001년 9.11 테러 이후 아프간을 침공해서 탈레반 정권을 축출했고, 그로부터 20년이 지났다. 그리고 미국은 100조원이라는 규모를 아프간 재건에 쏟아 부었다. 아프간 재건에는 군대의 재정비도 포함돼 있다. 따라서 비록 강군은 아니더라도 탈레반의 공격에 맞서 충분히 막아낼 그런 군대가 됐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그 판단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아프간 정부는 속수무책으로 무너졌고, 탈레반은 빠르게 아프간 전역을 접수해나갔다. 이 과정을 지켜본 전 세계는 아프간 정부뿐 아니라 미군에 대한 비난도 이어갔다.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려는 의지가 과연 있느냐는 비난이었다. 9.11 테러 이후 아프간을 침공했을 당시 미국은 중동국가에 자유민주주의 사상을 심어주겠다는 사명감이 대단했다. 하지만 자유민주주의 사상은 20년 동안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했다. 친미 정권이라 그저 미국에만 의존을 했을 뿐 아무런 준비를 하지 못했다. 부정부패가 만연했을 뿐 탈레반의 공격에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았다. 부패한 정권이 결국 탈레반에게 모든 것을 넘겨준 것이다. 문제는 아프간의 이런 상황에 대해 국제사회에서는 미국의 책임론을 꺼내들고 있다. 미국 내에서도 바이든 책임론이 불거졌다. 탈레반이 빠르게 아프간을 점령하는 것에 대해 너무 안이하게 판단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이든 행정부는 미군 철군은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면서 정당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로써 아프간에서 미군의 철군은 명확해졌다. 아프간에서 더 이상 미군이 있을 이유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탈레반이 아프간 전역을 점령해도 미국이 꿈쩍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말해준다. 더 나아가 중동에서 미군의 영향력이 점차 약화되고 있는 분위기다. 미국 국방부는 이라크, 쿠웨이트,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 등 국가에서 패트리엇 대공 미사일 8개 포대를 철수했다. 사우디아라비에서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철수했다. 아프간 철군에 이어 중동 국가에서 미군의 영향력을 대폭 감소시켰다는 것은 그만큼 국제사회가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야말로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전광석화 같은 조치이다. 과거 정부에서 중동국가에 대한 영향력을 최대한 높이기 위해 노력을 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바이든 행정부의 조치는 의아스럽다. 미국이 전통적으로 중동을 중요시 여겨왔고, 이에 중동에서의 영향력을 최대한 유지해왔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중동에서 영향력을 감소시키는 방향으로 정책을 구사하고 있다.
미군 빠르게 철수하는 이유
미국이 이처럼 빠르게 중동 지역에서 영향력을 감소시키는 이유는 긴박한 사유가 발생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것은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이다. 최근 중국이 대만 인근 해상에서 군사훈련을 실시했다. 이때 중국이 대만 방공식별구역에 침입하면서 긴장감이 고조됐다. 이에 중국의 대만 침공설이 파다하게 번졌다. 중국과 대만은 현재 전쟁 직전의 상황이다. 이는 장제스·마오쩌둥 시절보다 무력충돌의 위험이 더 커졌다는 분석도 있다. 중국은 ‘일국양제(한 나라 두 체제)’ 논리가 홍콩 국가보안법 사태로 무너지면서 무력으로 대만을 합병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대만도 중국의 무력침공에 대비해 미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것은 물론 무기 수입을 늘리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로서는 과연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것인지 여부에 대해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이러다보니 대만해협에서의 긴장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이후 미일정상회담 한미정상회담 등에서 대만해협의 위험에 대한 경고를 하고 나섰다는 점에서 대만 침공 가능성이 어느 정도 신빙성 있게 와 닿기 시작했다. 만약 중국이 대만을 침공한다면 대만의 군사력만으로는 막아내기 벅찬 것이 현실이다. 대만에는 많은 군사력이 확보돼야 한다. 미국 국방부가 지난해 10월 워게임(모의전쟁. wargame)을 실시했는데 대만 군사력에 미국 군사력까지 합쳐도 중국의 군사력을 능가할지 여부는 부정적이었다. 다만 아직까지 중국은 전투경험에서 미국에 밀리는 것이 현실이다. 중국은 나이 든 장군을 제외하고는 전투경험이 없다. 하지만 미국은 중동 지역에서 계속해서 전투를 수행해왔기 때문에 그만큼 전투 경험이 풍부하다. 이것이 큰 차이다. 아프간에서 미군이 철군하는 것도 이런 이유이다. 중동 지역에서의 풍부한 전투경험을 중국의 대만 침공설에 쏟아 부어야 한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미국으로서는 중동을 포기하더라도 대만은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만약 중국이 대만을 점령한다면 그것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이 최강자가 됐다는 것을 전세계에 알리는 꼴이 되고, 미국은 체면을 구기게 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탈레반에게 아프간을 넘겨주더라도 대만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됐다. 더욱이 현 상황에서 대만 군사력과 미국 군사력이 합친다고 해도 중국 인민해방군을 상대로 과연 승리를 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이런 상황 속에서 중동 국가에서 전쟁을 계속 수행한다는 것은 미국으로서는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일설에 의하면 앞서 언급한 ‘대만수호’ 워게임에서 미국이 온갖 물자와 인력 등을 투입해도 쉽게 이기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미국 국방부는 물론 바이든 행정부도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이유로 중동국가에서 미군의 철군이 빠르게 진행됐다는 것이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이 주도권을 완전히 빼앗길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중동국가에서 미군의 철군을 빠르게 진행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대중국 견제를 위한 분주한 움직임은 앞으로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대만-한국-일본’으로 잇는 방어선을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중국의 대만 위협
대만이 무너진다면 빠르게 ‘한국’도 중국에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을 미국이 갖고 있다. 따라서 대만을 막아내는 것에 가장 최우선을 둘 수밖에 없다. 문제는 중동국가의 미군 전력을 인도·태평양 지역에 재배치를 한다고 해도 과연 중국을 제대로 이길 수 있겠느냔 것이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전력 80%를 투입해야 간신히 이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것은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의 대만 투입 가능성을 제기한다. 즉, 만약 중국이 대만을 침공한다면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을 대만에 투입할 준비를 한다는 것을 말한다. 문제는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이 대만에 투입이 된다면 우리나라와 일본의 군사력에 공백이 생기게 된다는 점이다. 그 틈을 북한이 노려서 침공을 할 경우, 과연 우리나라가 이를 제대로 막아낼 수 있는지에 대한 물음이 제기된다. 미국이 계속해서 우리나라와 일본에게 대중국 견제와 관련해서 역할론을 주문하는 것도 이런 이유이다. 물론 미국은 우리나라와 일본에게 중국의 대만 침공 시 직접적인 군사개입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즉, 중국의 대만 침공 시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이 빠져나간 공백을 제대로 메워주기를 원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전시작전권과 연결되는 대목이다. 현재는 미국이 전작권을 갖고 있다. 당초 2025년까지 전작권을 우리에게 넘겨주는 전작권 전환을 추진하려고 했지만 미군 측에 따르면 2025년까지 이전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전작권을 이양받기 위해서는 한국군 4성 장군이 한미연합방위를 주도하는 핵심 지휘능력이 있어야 한다. 이와 더불어 북한의 위협이 어느 정도 감소돼야 가능하다. 문제는 한국군 4성 장군이 한미연합방위를 주도하는 핵심 지휘능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평가가 있다. 또한 북한의 위협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미국이 우리에게 원하는 것은 전작권 전환에 따라 주한미군이 유사시 대만에 투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이는 주일미군이 대만에 투입할 경우 자위대가 스스로 일본을 지키는 것은 물론 대만까지 군대를 투입할 수 있게 만드는 것과도 연결되는 대목이다. 그만큼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의 대만 침공을 현실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만이 무너지게 되면 그 주변 국가들도 중국 영향 하에 들어가기 때문에 결국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이 유사시 대만에 투입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려는 계산법으로 읽힌다.
지난 16일부터 9일 동안 실시된 한미연합훈련도 중요한 문제다. 북한은 계속해서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요구하고 있지만 미군이나 우리 국방부나 중단을 할 수 없는 이유는 전작권 전환 문제와 연결이 되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한미연합훈련이 북한 문제 등으로 인해 중단되거나 축소되면서 그에 따라 전작권 이양 문제도 뒤로 계속 밀리고 있는 형국이다. 하지만 미국으로서는 전작권 전환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됐다. 중국의 위협이 그만큼 노출됐기 때문이다. 이는 북미 대화를 더욱 촉발시킬 것으로 예측된다. 즉, 미국은 계속해서 북한과 대화를 시도할 것으로 보이며, 북한 입장에서는 다급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북미 대화 테이블에 나아갈 것인지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북한의 신경전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게 됐다. 미국은 우리에게 중국의 대만 침공 등의 위협에 대해 중국에 직접적인 견제를 위한 우리 군의 역할을 주문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우리 군이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스스로 지켜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를 원하고 있다. 따라서 전작권 전환 부분에 대해 명확한 플랜이 세워져 있어야 한다. 동시에 대북 관계의 개선 의지를 명확하게 보여줘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이는 문재인 정부뿐만 아니라 다음 정권에서도 해당되는 문제다. 북한의 위협을 감쇄시키면서 한반도 평화 안정을 해야 미국으로서는 대만에서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주한미군 역할 변경 가능성
하지만 또 다른 일각에서는 중국의 대만 침공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당장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예정돼 있다. 올림픽을 열면서 전쟁을 수행한다면 중국은 오점을 남길 수밖에 없다. 이는 서구열강으로 하여금 대중국 견제의 빌미를 제공하게 된다. 이와 동시에 대만 역시 가만히 있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쟁이 발발하면 대만은 대량살상무기를 중국 본토에 쏘아 올릴 것이다. 이는 중국과 대만 모두 경제권이 파탄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중국이 대만을 점령한다면 미국은 남중국해 내 중국 인공섬들을 폭파할 것으로 보인다. 즉, 중국은 대만을 접수한다고 해도 상처뿐인 영광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왜냐하면 대만을 얻더라도 동남아 제해권을 미국에게 빼앗기게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섣부르게 움직일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은 언제든지 열려있기 때문에 미국은 중동국가에서 빠르게 미군을 철군하고 있고, 언제든지 인도·태평양 지역에 미군의 투입을 검토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에게도 그에 따른 책임을 부과하고 있다. 그야말로 한반도 주변 정세가 빠르고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이유로 한반도 정세는 급속도로 바뀔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핵심은 ‘주한미군’의 주둔 성격이 단순히 북한의 위협을 견제하는 차원을 넘어 이제는 대중국 견제용으로 성격이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그에 따른 우리 군의 역할도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이 중동 국가에서 빠르게 미군의 역할이 감소된 것처럼 주한미군의 역할도 빠르게 우리나라에서 감소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문제는 세계 6위의 군사력을 자랑하는 우리나라가 과연 자체적으로 전작권을 수행할 능력을 갖추고 있느냐는 것이다. 미국의 고민과 우리 정부의 고민이 바로 그것에 있다. 이런 이유로 한미연합훈련이 유지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리고 그것은 중국의 움직임에 따라 긴박하게 돌아갈 것으로 예측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