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학교 찾기 위해 14살 어린나이부터 타지 생활
뇌병변 장애 뇌성마비에겐 무거운 장애인 화장실 문
프리랜서 지애씨는 받지 못하는 근로지원인 지원 사업
타인의 시선으로 인해 연애·결혼 포기 하는 장애인 존재
【투데이신문 박세진 기자】 장지애씨(가명)는 14살 어린 나이부터 홀로 타지생활을 해야했다. 특수학교를 찾기 위해서다. 경기도에서의 타지 생활은 대학교때까지 이어졌다. 뇌병변 장애 뇌성마비. 그가 가진 병명이다. 그는 신체적인 장애만 갖고 있다. 스스로 크게 불편하다고 느끼지 않았다. 불편함의 기준은 비장애인이 바라보는 기준일 뿐, 정작 본인 스스로는 결코 불편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살아왔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그는 ‘장애인식 교육 강사’로 일하고 있다. 사회복지사로 시작해 행정도우미를 거쳐 자립생활센터까지.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이라면 가리지 않고 하던 도중, 스스로 잘 할 수 있는 업무를 연관시켜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신체 중 살아 있는 것이 입이니, 말로 할 수 있는 직업을 찾았다. 내가 가진 장애에 대해 설명하고 인식을 개선 시켜주는 것이 제일 자신 있고 또 스스로 잘 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는 그렇게 장애인식 교육 강사라는 직업을 선택했다. 그렇게 지낸 강사 생활이 어느덧 8년차. 그도 이제는 베테랑 장애인식 교육 강사로 통한다.
장애인식 개선을 위해 전국팔도를 분주히 누비지만 그의 앞에 마주한 현실은 변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그는 장애인식 교육 당시 단 한명의 수강생이라도 바뀐다면 뿌듯함을 느낀다. 이렇게 긍정적인 그지만 본인이 하루하루 살아가면서 겪는 크고 작은 문제들 앞에서는 손 쓸 방법이 없다. 그가 밤낮 없이 노력하는 동안 장애인 인식은 개선됐을지 몰라도, 정작 그의 주위에 놓여진 문제들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었다.
열기조차 힘든 화장실 문
지애씨가 근무하는 곳은 건물 8층. 장애인 화장실은 1층 단 한 곳에만 설치돼 있었다. 이 마저도 쉽사리 이용하기 어렵다. 너무 무거운 화장실 문. 그리고 좁디 좁은 화장실 내부 탓이다. 문이 너무 무거워 열 수 조차 없고, 전동 휠체어가 들어갈 수 없어 지애씨는 기본적인 생리현상 조차 쉽사리 해결하지 못하는 실정이었다.
실제 20대 성인 남성인 기자가 직접 1층에 위치한 장애인 화장실 문을 열려고 했을 때, 한 손으로는 쉽게 열리지 않았다. 양손을 사용했을 때 묵직한 느낌과 동시에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비장애인인 기자와 달리 전동 휠체어를 타거나, 양 손을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하는 장애인의 경우 지애씨와 같은 문제를 겪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장애인등편의법에 따르면 화장실은 장애인 등의 접근이 가능한 통로에 연결해 설치돼야 한다. 이는 휠체어의 접근이 용이한 통로에 연결해 설치해야 한다는 뜻이다. 또, 장애인용 변기와 세면대는 출입구(문)과 가까운 위치에 설치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장애인 등의 이용이 가능한 화장실의 출입문 통과 유효폭은 0.9m 이상이 돼야한다.
아울러 대변기 사용 시 휠체어의 충분한 활동공간을 보장하기 위해서 대변기 유효바닥면적의 폭도 정해져 있다. 건물을 신축하는 경우에는 폭 1.6m 이상, 깊이 2.0m 이상이 되도록 설치해야 하며, 휠체어가 회전할 수 있도록 대변기 전면 공간을 폭과 깊이 모두 1.4m 이상 확보해야 한다.
이런 장애인 화장실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기준이 법적으로 존재하지만, 법의 테두리가 잘 지켜질지는 미지수다.
지애씨는 “장애에 대한 이해가 없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라며 “법적으로 규격을 지킨다면 화장실을 넓게 만들어야 하지만 이 공간이 아깝기 때문에 허가 받을 때는 크게 지어놓고 나중에 그 크기를 줄이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장애인 화장실이지만 청소 도구함으로 사용하거나, 청소하시는 어머님들이 쉬는 공간으로 만들어진 곳도 존재한다”며 “아주머니들도 쉴 곳이 있어야 하는 것에는 깊게 공감하지만, 장애인 화장실을 그렇게 사용하면 안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턱 없이 부족한 활동지원
지애씨의 하루 일과는 메일 전송으로 시작된다. 자그마한 노트북 타자를 치기가 쉽지 않지만 직접 해결한다. 이후 교육 신청이 들어오면 강사를 배정한다. 이후 강사 프로필, 원고, 센터 통장, 사업자 등록증을 세심히 챙긴다. 이 밖에도 다양한 업무 전반을 모두 스스로 처리한다. 확인해야 할 것도, 받아야 할 것도 많으니 다양한 업무를 직접 챙기는 것이다.
이럴 때 지애씨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제도가 장애인 활동 지원과 근로지원인 지원 사업이다. ‘장애인 활동 지원’은 신체적·정신적 등의 사유로 혼자서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이 어려운 모든 장애인들에게 활동지원급여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또 ‘근로지원인 지원 사업’은 직장생활에서 중증장애인이 담당업무를 수행하는 능력을 갖췄으나, 장애로 인해 업무를 수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 근로지원인의 도움을 받아 처리하는 서비스다.
지애씨는 이런 서비스를 충분히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최중증 장애인에 속하는 지애씨는 월 120시간의 긴급활동 지원을 받는다. 이를 하루로 환산하면 약 4시간 정도. 오전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바깥 활동을 하며 생활하는 지애씨에겐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활동지원’이라는 이름과 달리 정작 바깥에서 여러 활동하는 장애인들에겐 4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 지애씨의 주장이다.
또 지애씨는 4대 보험이 들어가는 직업을 갖고 있지 않다. 이유는 프리랜서로 업무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별다른 급여를 받고 있지 않기 때문에 4대 보험을 들 수 없다. 그 결과 지애씨는 ‘근로지원인 사업’을 받을 수 없는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 일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근로 지원’을 받을 수 없는 것이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관계자는 “1인사업주, 프리랜서 등은 지금 근로지원인 지원을 하고 있지 않는 것이 사실”이라며 “관련 문제에 대해 인식하고 있고, 현재 관련해 법안 발의 중인 사안이다. 추후 법안이 통과되면 이분들에게도 지원이 가능해 질 전망”이라고 답했다.
위축 될 수 밖에 없는 타인의 시선
아직 미혼인 지애씨는 사랑하는 조카와 산책을 나가는 것 조차 쉽지 않다. 어릴적부터 지애씨와 함께 지냈던 조카는 지애씨를 장애인이 아닌 같은 사람으로 바라본다. 하지만, 주위의 시선은 다르다. 조카를 품에 안고 산책이라도 나갈 적이면 주위의 시선은 지애씨와 조카를 향해 쏟아진다.
‘몸도 저런데 아기까지 있네’ ,‘아기가 불쌍하다’ 등 조카를 안고 있을 적이면 지애씨에게 닿는 불편한 시선들. 이런 시선이 지애씨를 더욱 움츠러들게 만든다. 지애씨는 실제 주위의 지인들이 타인의 ‘시선’ 때문에 연애와 결혼을 포기하는 경우도 존재한다고 전했다. 장애인을 바라보는 이런 사회적 시선은 여성 장애인의 출산율에도 영향을 끼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최종윤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받은 ‘여성 장애인 출산 현황’에 따르면 2018년 1482명이 출산했지만 2021년엔 828명으로 줄었다. 이는 44.1%가 감소한 것으로 전체 출산율과 비교해도 감소 폭이 매우 크다.
비장애인을 포괄한 전체 국내 인구집단과 비교하면 차이는 더욱 선명하다. 지난해 등록장애인 중 가임기 여성(15~49세)이 약 15만5000명인 점을 고려하면 가임기 여성 1000명 당 출산 산모는 5.3명꼴이다. 우리나라 전체 가임기 여성 1000명당 산모 수인 22.2명의 4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지애씨는 “장애 자체는 내가 수용하면 그만이다. 그런데 타인의 시선으로 인해 고통 받는 장애인들이 되게 많다”며 “연애와 결혼의 경우도 타인의 시선 때문에 포기하는 이들이 일부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장애인들도 비장애인들과 같이 똑같이 연애하고 만나고 헤어진다. 그런데 장애인 옆에 있는 사랑하는 연인을 마치 장애인을 돕기 위해 봉사활동을 하는 도우미로 바라보는 시선이나, 불쌍하게 여기는 그런 눈빛들을 볼때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화장실 문이 무거워 화장실 조차 방문하지 못하고, 프리랜서로서 사회 구성원중 일부로 당당히 일을 하고 있음에도 지원 받지 못하는 현실. 또, 주위의 시선으로 인해 조카와의 산책조차 신경쓰이는 현실을 사회는 어떤 자세로 받아들여야 할지 다시 한번 생각 해볼 필요가 있는 시점이다.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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