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당대표 출마” 공식 선언
김기현, “당대표 겸직 전례 없어”
홍준표, “이미지 정치 시대 끝나”
나경원, “전대 유불리 정략 부적절”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 경선 유력 후보인 나경원(왼쪽부터) 전 의원과 김기현 의원이 5일 오후 서울 송파구민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송파을 신년인사회에서 서로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 경선 유력 후보인 나경원(왼쪽부터) 전 의원과 김기현 의원이 5일 오후 서울 송파구민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송파을 신년인사회에서 서로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윤철순 기자】 당심 지지도 1위를 달리고 있는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의 국민의힘 전당대회 ‘불출마 압박’이 노골화되는 가운데, 유력 당권주자들의 공식 출마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다.

윤석열 정부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을 지낸 안철수 의원은 지난 9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이 ‘수도권 70석 확보·총선 170석 압승’을 이끌 적임자라며 당대표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안 의원은 “저는 윤석열 대통령의 연대 보증인이다. 아니, 운명공동체라고 말씀드린다”며 “윤 대통령이 실패하면 안철수의 정치적 미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변화와 공정한 공천을 통해 총선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대표 출마를 두고 대통령실과 갈등을 빚고 있는 나 부위원장에 대해 안 의원은 “(출마는) 전적으로 개인의 판단이라고 생각한다”며 “전당대회에서 당대표 출마자가 많을수록 좋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안 의원과 ‘수도권 연대’ 전선을 형성한 윤상현 의원은 이날 안 의원 출마선언장에 ‘안 의원의 수도권 당대표론에 뜻을 함께 한다’는 축전을 보내며 ‘단일화’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되는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안 의원은 윤 의원과의 단일화 여부에 대해 ‘차기 당대표 수도권 출마론’에 공감했을 뿐이라며 연대설을 일축했다.

김기현 의원은 이날 오후 전현직 의원 40여명이 참석한 전당대회 캠프 개소식을 통해 “수도권에서 이겨야만 총선에서 이길 수 있다”며 “전략을 구상하는데 차기 당대표 출신지역이 어디냐를 갖고 논하는 건 자가당착”이라고 비판했다.

이는 최근 최근 안철수·윤상현 의원을 중심으로 한 ‘차기 당대표 수도권 출마론’을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안·윤 의원은 지역구가 울산(남구을)인 김 의원을 겨냥해 “차기 당대표 될 사람은 수도권으로 출마하라”고 요구 중이다.

‘윤심’을 내세운 김장(김기현-장제원) 연대로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는 김 의원은 전대 핵심 변수로 등장한 나 부위원장 출마 전망에 대해 “예단 자체가 어리석은 일이고, 나 부위원장이 현명하게 잘 처신하고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는 “두 개의 직책을 겸직한다고 하면 야당은 정치적 공세로 나올 것이다. ‘정부직 대사, 정부직 부위원장이 당대표를 한다는 게 국민 정서에 바람직한 것이냐’는 비판이 들어올 거고, 과거 그런 전례도 전혀 없었다”며 불출마를 종용하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나 부위원장을 향해 “내용 없이 이미지만으로 정치하는 시대는 끝났다. 얕은 지식으로 얄팍한 생각으로 이미지만 내세워 그만큼 누렸으면 이제 그만해도 된다”는 등의 거친 표현을 동원하며 사실상 불출마를 종용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연일 지지층 대상 여론조사에서 하향세를 보이며 출마 여부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주류 핵심 당권주자인 유 전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 가능성은 점점 낮아지고 있는 모양새다.

정치권에서도 유 전 의원에 대한 당심 지지도가 3위에서 4~5위로 떨어지는 현 상황에서 쉽게 전당대회 출마선언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유 전 의원은 오는 10~11일 대구에 머물며 지역 언론인 간담회 등의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이때 출마여부에 대한 확답이 나올지 관심이 쏠린다.

국민의힘 청년 당원들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청년 100인, 나경원 전 원내대표 출마 요청 및 당원중심 공정전당대회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국민의힘 청년 당원들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청년 100인, 나경원 전 원내대표 출마 요청 및 당원중심 공정전당대회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나경원 장고(長考) 돌입...‘결국 출마’ 전망도

이런 가운데, 나 부위원장은 최근 대통령실과 갈등을 빚으며 정치권 관계자들과 만나 전대 출마 여부를 논의하는 등 장고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나 부위원장은 지난 5일 출산 시 부모의 대출 원금을 탕감하는 헝가리식 저출산 대책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즉각 “나 부위원장의 개인 의견일 뿐, 윤석열 정부의 기조와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일축했다.

대통령실은 “실망스럽다”, “납득하기 어려운 부적절한 처사” 등과 같은 이례적 표현을 써가며 나 부위원장을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이와 관련, 나 부위원장은 “아이디어 차원의 발언이었다. 오해를 불러일으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일부 정치권 인사들의 전당대회 유불리 계산에 따른 정략적 활용은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대통령실은 또 나 부위원장이 최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자신의 직책을 대통령과 ‘조율’해야 한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서도 불쾌감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임명 3개월도 안된 나 부위원장이 전대 출마를 위해 감히 대통령에게 ‘조율’ 운운했다는 의미다.

정치권에서는 이미 대통령실이 여러 경로를 통해 나 부위원장에게 전당대회 불출마를 종용했으나, 나 부위원장이 거부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나 부위원장은 이날 국민의힘 청년 당원 100명이 나 부위원장의 전대 도전 공식화 촉구 기자회견을 국회 소통관에서 열고자 했을 때,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기자회견장을 잡아달라고 요청했다. 이 때문에 출마를 유보했을 뿐 결국 출마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나 부위원장은 지난 6일엔 모 방송에서 “전당대회 모습을 보면서 관전만 하는 것이 맞느냐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그래서 마음을 굳혀가고 있는 중”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사실상 당대표 출마 가능성을 피력한 셈이다.

나 부위원장이 대통령실과 각을 세우면서 비주류 당권주의 핵심으로 전당대회에 출마하느냐, 윤심후보 김기현 의원에게 힘을 실어주는 방향으로 출마를 접느냐가 이번 전당대회의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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