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교육공간 개선에 4년간 5억씩
고광민 시의원, “협의 없이 일방 발표”
전병주 시의원, “예산 공부 좀 하라”
시 교육청, 15일 “시의회와 소통할 것”
【투데이신문 윤철순 기자】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위원장 이승미)가 서울시교육청의 ‘다정다감 프로젝트(다 함께 정하고 다 같이 공감하는 프로젝트)’ 예산 1304억원을 두고 충돌했다.
올해부터 시행될 다정다감 프로젝트는 ‘미래교육을 대비한 체계적인 교육공간을 학교 주도로 조성한다’는 조희연 교육감의 ‘학교자율 교육공간 개선사업’으로, 오는 2026년까지 학교당 평균 5억원의 예산이 지원된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15일 ‘체계적 사업 추진과 예산 집행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 연 평균 1억2500만원을 학교 기본운영비에 포함시켜 지원할 방침’이라며 사업 시행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전체 예산 중 1006억원을 추경(추가경정예산)으로 확보하겠다는 교육청 방침을 두고 시의회 교육위원들 간에 ‘사전 협의 없는 일방적 추진. 시의회 무시’, ‘모르쇠 삭감. 예산 파악 공부 좀 해라’는 등의 설전이 오갔다.
고광민, “노골적 의회 패싱, 의회 무시”
교육위 고광민(국민의힘, 서초3) 시의원은 지난 19일 “교육청이 시의회와 사전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대규모 사업을 확대, 편성해 발표했다”며 “이는 노골적인 ‘의회 패싱’으로, 시의회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고 의원은 “지난해 시 교육청이 학교운영비를 전년보다 1억4000만원씩 늘렸지만, 시의회는 포퓰리즘 성격이 짙다고 판단해 인정하지 않았다”며 “교육환경 개선 예산은 여건 및 특성을 고려해 차등 지원하는 게 상식”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구체적 산출 근거도 없이 모든 학교에 ‘묻지마 지급’하는 것은 의회를 무력화시키는 행위”라며 “그럼에도 서울시교육청은 또 다시 학교 운영의 자율성을 보장한다는 미명으로 5억원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 교육청이 추경(추가경정예산)을 통해 교육환경을 개선하겠다는 진정성이 있다면, 독단적 사업 강행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예산 편성 세부 기준과 근거를 마련해 의회와 협의하라”고 요청했다.
현재 서울시의회 교육위원은 총 13명으로, 이 중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은 과반이 넘는 9명이다.
전병주, “공립은 되고 사립은 안 되냐”
이에 대해 교육위 전병주(더불어민주당, 광진1) 시의원은 하루 뒤 고 의원을 향해 “예산서 펴고 다시 공부하라”며 “의회권한에 취해 엉터리삭감을 남발해놓고 교육청 탓을 하는 국민의힘을 보면 안타깝다”고 직격했다.
전 의원은 고 의원의 ‘의회 패싱’ 주장에 대해서도 “시의회가 교육청의 교육사업을 기획 단계부터 통제할 권한은 없다”면서 “공식 사업설명서가 제출된다면 그때 지적하고, 관련 예산 증·감액 권한을 행사하면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 교육청은 공립학교에 대해 ‘추후 예산 확보 후 시행한다’는 전제조건을 달아 놓아 의회 패싱 논란에 휩싸일 이유가 전혀 없다”며 “문제는 ‘공립은 안 되고 사립은 된다’는 인식”이라고 비판했다.
전 의원은 “국민의힘 교육위원회는 근거도 없이 2023년 시 교육청 본예산 5688억원을 삭감해 학생·학부모들의 분노를 유발했다”며 “삭감액 중 1829억원은 공립학교 기본운영비로, 국·사립 비용은 빠진 예산”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립학교기본운영비는 운영비재정결함보조 항목으로 2733억원이 편성돼 가스비 등 각종 공공요금 상승분이 반영됐지만, 공립학교는 반영없이 삭감됐다”며 “다르게 편성된 이유에 대해 공부 좀 하라”고 맹비난했다.
특히, 전 의원은 “사립학교는 학교기본운영비가 삭감되지 않아 다정다감 사업 298억원을 사용할 수 있지만, 공립학교는 1006억원이 모조리 사라졌다”며 “넘치는 예산 주체 못한다고 비난하면서 사립학교는 예산 주고, 공립은 주지 않는 이유부터 억지로라도 만들어오길 바란다”고 비꼬았다.
교육위원장, “‘퍼주기 식’ 편성 아냐...일방 발표는 문제”
이와 관련, 서울시의회 이승미 교육위원장(더불어민주당, 서대문구 홍제3·홍은1~2동)은 “시교육청이 시의회에 관련 예산 계획을 보고했었다”면서도 “추경을 할지말지 모르는 상황에서 (조희연) 교육감이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건 문제”라고 언급했다.
이어 “교육청에서 사업 설명을 위해 (시의회 교육위원들에게) 수차례 요청했지만, 만나거나 통화할 기회가 없었다고 한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퍼주기 식’으로 편성됐다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다정다감 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만성적인 예산 부족과 건설자재 가격 상승으로 학교 차원의 교육공간 개선 작업이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교직원과 학생, 학부모 주도로 시설개선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할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그러면서 “공·사립학교 간 예산 불균형 문제 해소와 공립학교의 열악한 교육환경 개선,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따른 유해·위험요인 개선 등에 소요되는 학교기본운영비의 증액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며 “서울시의회와의 적극적인 대화와 소통을 통해 예산을 확보하고, 공존의 미래교육이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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