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이원석 칼럼니스트】기억과 구원세월호 논란이 여전하다. 적절하게 규명되고, 충분하게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정신분석학의 테제를 따르자면, 억압된 기억은 다시 돌아오게 마련이다. 해리슨 포드와 미셸 파이어 주연의 공포 영화 가 이를 잘 보여준다. 숨겨진 진실이 결국 파국을 유발하지 않던가. 따라서 가톨릭 식의 용서를 비는 고백이 의미가 있는 것이다.바른 기억은 바른 구원의 전제이다. 적어도 헤브라이즘적 통찰과 정신분석학적 입장에 따르면, 그러하다. 치유는 기억의 정화(淨化)이다. 아직 치유되지
【투데이신문 이원석 칼럼니스트】한동안 우리나라를 뒤덮은 고전 열풍이 의외로 아직도 채 식지 않은 모양이다. 그런 판단의 단초를 『세인트존스의 고전 100권 공부법』이라는 신간이 주목을 받고 있는 현상에서 발견하게 된다. 사실 이 책은 제목과 달리 세인트존스라는 유명한 학부중심 교양대학(liberal arts college)에 대한 안내서이다. 리버럴아츠 칼리지는 하버드나 예일 등 연구를 중심으로 하는 명문대학과 다르게 교육을 중심으로 한다. 연구자 양성이 아니라, 교양인 양육에 목적이 있다.세인트존스 칼리지와 고전 학습세인트존스 칼
【투데이신문 이원석 칼럼니스트】근래에 교육의 병폐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다. 가령 최근에 모 대학 교수가 자녀를 죽음에 이르게 한 것으로 문제가 된 바 있다. 지식과 인격의 측면에서 학생들을 바로 인도해야 할 선생의 역할에 한참 미달한 상황인 것이다. 명문대학 학생들이 과잠(대학교나 학과 야구점퍼)을 널리 애용하는 현상에 대한 논란도 있었다. 학벌부심의 징후로 이해되는 것도 딱히 부당하다 말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또한 대학교는 스스로 취업학원으로 전락시키고 바른 배움의 토대를 허물어버리는 실정이다.교양과 인성의 분리지금의 상황을 정리
【투데이신문 이원석 칼럼니스트】바둑천재 이세돌과 구글 딥마인드(0Google DeepMind)의 알파고의 대결과 그 결과가 항간의 화제가 되고 있다. 이제 온국민이 알 듯이 이세돌이 1승4패했다. 하나 대다수가 인공지능이 인간의 바둑 수준을 따라잡기에는 아직도 어려움이 있으리라고 전망하였기에 결과가 충격으로 다가왔다. 지금의 결과가 내포하고 있는 복잡한 맥락과 함의를 풀어 제치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우리가 부닥친 상황이 워낙 충격적이라서 더욱 그러하다.알파고의 야심알파고는 그리스어 알파(α)와 한자어 기(棋)의
【투데이신문 이원석 칼럼니스트】자기계발의 흐름이 다소간 바뀌고 있다. 2012년 9월에 출간된 도미니크 크로의 (바다출판사)가 상당한 주목을 받은 바가 있고 아직도 꾸준하게 판매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것이 하나의 큰 흐름으로 다가오고 있다. 작년 12월에 나온 사사키 후미오의 (비즈니스북스)가 압도적으로 관심을 받고 있고, 여기에 비슷한 시기에 출간돈 김정운의 (21세기북스)와 작년 7월에 나온 사이토 다카시의 (위즈더하우스),
【투데이신문 이원석 칼럼니스트】지난해 12월 고려대 장하성 교수의 단행본이 출간됐다. 이 신작은 스테판 에셀의 (돌베개)를 연상시키는 (헤이북스)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 부제가 “분배의 실패가 만든 한국의 불평등”이다. 한국의 불평등한 현실에 대해 분노하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게다. 명백하게 정치적인 텍스트다.분노하라는 지엄한 명령라는 제목은 명확하게 이러한 정치적 분노의 당위성을 전제하고 있다. 심지어 서장의 제목은 “정당한 분노를 해야 할 때다”이다
【투데이신문 이원석 칼럼니스트】요새 독자들 사이에서 일본의 지식인 사이토 다카시의 책이 널리 읽히고 있다. 그 소비의 맥락은 인문교양적이라기보다는 자기계발적인 것이다. 원래 일본 특유의 실용주의적 자기계발서들이 널리 소비되는 편이기는 하다. 쉽고 명쾌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카시의 경우는 원래 자기계발 전문가라기보다 교육심리학자로 잘 알려진 현직 교수(메이지 대학)이다. 그는 교육학 연구자와 자기계발 강사의 사이에 서 있다.교육심리 학자와 자기계발 강사으로 국내에 처음 소개되었지만,
【투데이신문 이원석 칼럼니스트】그동안 논란이 많았던 사시(사법시험) 제도의 존치-폐지 논란이 마침내 4년간의 유지로 잠정 결정됐다. 따라서 사시를 거쳐 사법연수원에 들어가는 방식과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을 거쳐 변호사시험을 치르는 법조인 양성의 이원화 체제가 2021년까지 지속된다. 물론 미봉책에 불과하지만, 이런 결정이 나온 맥락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2017년 폐지 예정이던 사시 제도를 4년 연장하겠다는 법무부의 판단에는 사시 존치를 요구하는 대중의 목소리가 더할 나위 없이 높았던 것이 크게 작용했다(물론 대증적인 접근인지라 이
외국 영화의 번역 제목 유감과 를 아실 게다. 둘 다 최근에 개봉한 영화 제목이다. 마션(Martian)이라고 하면 뭔가 있어보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영어사전으로 확인해보면 그저 ‘화성인’일 뿐이다(단어 자체는 ‘화성의’나 ‘화성에서 온’ 등 형용사형으로도 활용된다). 이는 물론 맷 데이먼이 분한 주인공 마크 와트니의 처지를 가리키는 것이다. 주인공은 제 1호 화성인이 되고 만다. 실은 화성에 버려진 것뿐이지만 말이다.의 경우에도,
【투데이신문 이원석 칼럼니스트】자기계발(self-help)은 무엇인가? 모든 것의 책임이 나에게 있고, 모든 것의 해결을 내가 해낼 수 있다고 하는 강력한 자립의 이데올로기이다. 문자 그대로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도울 수 있다”(Heaven helps those who help themselves)는 것이 아닌가. 두 말할 것도 없이 그런 하늘을 믿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나는 베르너 헤어초크의 1974년 작품의 제목이 더 옳다고 믿는다.
【투데이신문 이원석 칼럼니스트】교육부가 위험한 선택을 하고 있다. 인문계 정원을 감축하는 대학들을 대상으로 내년에 2000억원을 지원하겠다고 한다. 대학 바깥에서는 여전히 인문학을 소비하는데, 아직도 그 열풍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세상은 인문학의 필요를 인정하고 있는데, 교육부는 인문학을 없애려고, 아니 줄이려고 안달이다. 아마도 취업률이 판단의 기준인 듯하다.대학교 안에서 경영학과나 이공계열 등 현재 취업이 잘 되는 학과나 계열의 비중을 늘리면 청년 취업률이 상승할 것이라는 것이 교육부의 기대인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접근은 방
【투데이신문 이원석 칼럼니스트】요즘 청년들은 한국을 헬조선 지옥불반도라고 부른다. 대한민국을 수식하는 어휘로 지옥이 채택되었다. 청년 세대에게 있어서 한국의 상황이 지옥 같다는 뜻이다. 얼마나 현실이 엄혹하면 조국을 가리켜 이렇게 부르겠는가. 심지어 혹자는 헬조선은 동어반복이라고도 주장한다. 헬(지옥, hell)과 조선(한국)이 같은 뜻이기 때문이란다. 청년 세대들에게 있어서 한국이 어떠한 사회로 인식되고 있는 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유전천국 무전지옥실은 없는 이들에게만, 지옥일 것이다. 유전천국 무전지옥(有錢天國 無
【투데이신문 이원석 칼럼니스트】어떤 의미에서 이제 대학은 죽었다. 한때 진리의 상아탑이라고 불리던 대학은 더 이상 진리 탐구의 전당으로서 기능하고 있지 않다.상아탑의 의미원래 상아탑(象牙塔, Ivory Tower)은 구약 성경에 들어있는 의 다음과 같은 표현에 연원한다. “목은 상아 망대 같구나(Your neck is like an ivory tower).” (여기에서 한글 번역은 개역개정판을 사용하였고, 영어 번역은 NIV를 인용하였다) 솔로몬의 작품으로 알려진 아가(雅歌, Song of Songs)는 노래로 연인을 찬미하
【투데이신문 이원석 칼럼니스트】결정장애야말로 우리 시대 청년들의 중요한 특징이라고들 말한다. 이는 올리버 예게스의 로 인해 널리 알려진 개념이다. 사실 책의 원제는 인데, 이는 원래 (Welt)라는 일간지에 기고한, 자기 세대를 평가하는 에세이의 제목이었다. 말보로(Marlboro)의 캠페인 문구(Don’t be a Maybe)에서 얻은 아이디어라고 한다.자신을 규정하는 특징으로 결정장애를 제시하는 것은 어느덧 전세계인들이 공유하는 현상인 듯하다. 널리 유행하고 있는 이 단
【투데이신문 이원석 칼럼니스트】구걸러의 앵벌이와 구제러가 주는 미션근래에 구걸러-구제러 문화가 유행하고 있다. 구걸러(구걸+-er)란 어느 인터넷 게시판(정확하게는 디시인사이드 대출갤러리) 상에서 소액의 돈을 구걸하고, 구제러가 지시하는 미션을 수행하는 이들이다. 구제러(구제+-er)는 구걸러에게 미션을 주고, 그게 달성되었을 시에 돈을 준다. 인터넷에서 일어나는 일종의 앵벌이 놀이라고 할 수 있겠다.구걸러에게 주어지는 미션이라고 하는 것들은 퀴즈론Loan(가령 책 제목의 자음을 나열하고, 그 책 제목을 먼저 댓글로 달기), 국밥론
【투데이신문 이원석 칼럼니스트】도대체 나라가 한 시도 잠잠할 날이 없다. 이번에는 군대다. 강원도 동부전선 GOP(general outpost)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했다. 전역을 삼개월 앞둔 말년 병장이 경계근무를 마치고 복귀하던 중에 일어난 것이다. 그는 상관 및 동료 다섯 명을 사살하고, 일곱 명에게 중경상을 입히고서 수류탄 하나와 실탄 육십여 발을 가지고 탈영했다고 한다. 이후에도 그를 추격하던 소대장 한 명이 팔에 관통상을 입었다고 한다.GOP에 투입된 관심병사알고 보니 임 병장은 특별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관심 병사였다.
【투데이신문 이원석 칼럼니스트】지금 국무총리실 홈페이지(http://www.pmo.go.kr/)에 들어가면 팝업창이 하나 뜬다.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온누리교회 발언 동영상에 대해 일부 언론의 악의적이고 왜곡된 편집으로, 마치 후보자가 우리 민족성을 폄훼하고 일제식민지와 남북분단을 정당화했다는 취지로 이해하고 있습니다.”라는 문단으로 글이 시작된다. “따라서, 후보자의 강연 전문과 동영상 등을 게재하오니, 국민들께서 직접 판단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며 글을 마치고 와 ,
【투데이신문 이원석 칼럼니스트】“가난한 집 아이들이 수학여행을 경주 불국사로 가면 될 일이지, 왜 제주도로 배를 타고 가다 이런 사단이 빚어졌는지 모르겠다.” 한기총(한국기독교총연합회) 부회장인 조광작 목사가 지난 5월 20일 오전 11시 경에 한국기독교연합회관(서울 종로구 연지동 소재) 내 한기총 회의실에서 진행된 긴급임원회의에서 하신 말씀이다.더불어 이런 말씀도 하셨다고 한다. “천안함 사건으로 국군 장병들이 숨졌을 때는 온 국민이 경건하고 조용한 마음으로 애도하면서 지나갔는데, 왜 이번에는 이렇게 시끄러운지 이해를 못하겠다.
【투데이신문 이원석 칼럼니스트】지난 일주일 동안 대한민국의 국민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진도군 조도면 인근의 황해 상에서 일어난 세월호 침몰 사건은 우리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대참사이다. 그야말로 처음부터 끝까지 엉망이라고밖에 할 말이 없다. 이 재난의 발생에 엄청나게 많은 연쇄사슬이 작동하였는데, 어느 하나 빠짐없이 제 몫을 해냈다는 사실이 우리의 마음을 어렵게 한다. 한마디로 말한다면, 우리 사회의 위기를 근본적으로 보여주는 인재(人災) 그 자체이다. 세월호 침몰은 나라 전체가 엉망으로 굴러가고 있다는 사실을 명약관화하게
인문학 청년 영웅의 양성신세계그룹이 인문학 전파에 매년 20억원을 지원한다고 지난 3월 25일 밝혔다. 2014년 올해를 인문학 전파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한다. 또한 인문학 소양을 갖춘 미래 지도자를 양성하고,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인문학 지식을 나누고, 우수 인문학 콘텐츠 발굴·전파 3단계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한다. 다각도로 접근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수 있는 이 대규모 행사는 한 면으로 보면, 요새 인문 트렌드를 반영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이 행사야말로 자본주의의 현주소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것이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