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저출생 추세 반전 대책’ 공개
인구 국가비상사태…일-가정 양립·양육·주거 초첨 맞춰
육아휴직급여 월 250만원…“남성 사용률 50%로 올릴 것”
교육·돌봄 국가가 보장…신혼·출산 가구 주거 등 지원도
전문가 “예산 적극 투자해야…중소기업 환경 개선 필요”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올해 1분기 합계출산율이 0.76명으로 1분기 기준 역대 최저 수준을 보이는 등 저출생 현상이 빠른 속도로 악화됨에 따라 정부가 이를 반전시키기 위해 단기 육아휴직을 도입하고 육아휴직 급여와 배우자 출산휴가를 대폭 늘리는 등의 방안을 내놨다.
20일 정부 발표를 종합하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이하 저출산위)는 전날 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을 공개했다.
저출산위는 “과거 저출생 대책에 대한 냉정한 반성을 바탕으로 정책수요자가 가장 원하고 실효성이 높은 분야에 대해 선택과 집중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출생의 직접적 원인으로 △일·가정 양립 △양육 △주거 등을 꼽고 해당 3대 핵심분야 지원에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이에 더해 좋은 일자리 창출, 과도한 경쟁완화를 위한 공교육 내실화, 지방균형발전 등 구조적 요인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대응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저출산위가 제시한 대책에 따르면, 정부는 비상한 각오로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총력적인 비상대응 체제를 가동하기로 결정했다.
인구 국가비상사태 대응을 위해 가칭저출생대응기획부와 저출생수석실을 신설하고, 부처 신설과 연계해 특별회계 및 예산 사전심의제 도입도 검토하기로 했다. 더 나아가 지방교부세 교부기준을 저출생 대응관점이 보다 반영되도록 보완하고, 지방소멸대응기금의 사업범위 조정 등을 통해 지자체 차원에서의 저출생 대응도 강화한다.
3대 핵심분야에 대한 지원방안을 살펴보면, 먼저 정부는 일·가정 양립 분야에서는 어린이집 임시 휴원, 학교 방학 등 단기 육아기 돌봄이 필요할 때 대응할 수 있도록 단기 육아휴직 제도를 도입한다. 연 1회 2주 단위로 육아휴직을 쓸 수 있으며, 부모가 자녀당 각각 연 1회 사용 시 최대 4주간 사용 가능하다.
소득 걱정 없이 누구나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도록, 육아휴직 월 급여상한도를 현재 150만원에서 최대 250만원으로 인상한다. 이로 인해 최대 1년 간 매월 150만원 상한으로 균등 지급되던 육아휴직급여는 초기 3개월 월 최대 250만원까지 지급되고 이후 3개월은 월 최대 200만원, 이후 6개월은 월 최대 160만원 상한으로 받을 수 있게 된다. 1년 휴직 시 받을 수 있는 총 급여 상한도 현행 1800만원에서 2310만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더 나아가 육아기 근로시간단축 급여상한(200만원)의 인상을 검토하고, 지원기간도 매주 최초 5시간에서 10시간으로 확대한다는 것이 정부의 계획이다.
배우자 출산휴가도 현행 10일에서 20일로 연장된다. 청구기한도 90일에서 120일로, 분할횟수도 1회에서 3회로 확대돼 유연한 사용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배우자 출산 후 사용 가능했던 배우자 출산휴가도 배우자 임신 중에도 특정한 경우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개선된다.
이 같은 개선을 통해 정부는 윤석열 정부 임기 안에 남성육아휴직 사용률을 5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고용보험법상 육아휴직급여 수급자는 12만6008명이다. 이 가운데 여성이 9만672명(72.0%), 남성이 3만5336명(28.0%)으로 엄마의 육아휴직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일·가정 양립에 따른 중소기업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중소기업이 출산휴가·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대체인력 고용 시 지원금을 현재(80만원) 보다 40만원 인상하고 육아휴직에 따른 대체인력 고용 및 파견근로자 사용 시에도 동일한 수준의 지원금을 신설·지원한다.
고용보험 가입 대상자가 아닌 플랫폼, 특수고용직(특고), 자영업자, 예술인 등에 대해서 정부는 종합적으로 검토해 연내 ‘육아지원제도 사각지대 개선방안’도 만든다.
양육 분야로 정부는 0~11세 교육·돌봄을 국가가 책임지고 지원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이번 정부 임기 내 무상교육·보육을 단계적으로 실현하는 한편, 유치원·어린이집을 누구나 원하는 만큼 이용 가능하도록 기본운영시간(8시간)+돌봄(4시간)을 제공하고 희망 유아는 100% 참여를 보장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이번 정부 임기 내 공공보육 이용률을 40%에서 50%로 확대하고, 기업 인센티브 제공 및 지자체 평가에 반영 등을 통해 대기업·지자체 등의 상생형 직장 어린이집도 확산한다. 초등대상 늘봄학교 역시 오는 2026년까지 전국 모든 학교, 모든 학년으로 대상을 늘려 나간다.
주거 분야로 정부는 신혼·출산 가구에 대한 주택공급을 위해 ‘신생아 우선 공급’을 신설하는 등 출산가구를 대상으로 당초 연간 7만호에서 12만호 이상으로 주택공급을 늘린다고 발표했다.
주택자금 지원을 위해 오는 2025년 이후 출산한 가구에 대해서는 신생아 특례 구입·전세자금 대출 소득 요건을 한시적으로 추가 완화하고 신생아특례대출 기간 중 출산 시 추가 우대금리를 적용(0.2%p↓→0.4%p↓)할 방침이다.
결혼 특별세액공제를 신설해 결혼에 따른 비용부담을 덜어주고, 혼인에 따른 일시적 2주택 보유 시 양도소득세·종부세에서 1주택자 간주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한다.
특히 다자녀 가정에 대한 인센티브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기 위해 각 대학이 자율적으로 이미 운영 중인 정원 내 다자녀 가정 특별전형 확산을 유도하고, 다자녀 가구에 대한 국가장학금 지원을 소득 8구간에서 9구간으로 확대해 대학 등록금 부담을 덜어준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또한 임신·출산을 원하는 부부를 위해 25~49세 희망하는 모든 남녀 대상으로 최대 3회 가임력 검사를 지원하고 가임력 보전이 필요한 남녀에게는 생식세포(정자, 난자) 동결·보존비도 지원한다. 연령구분 없이 난임 시술의 건강보험 본인부담률을 30%로 인하하고, 난임시술 지원을 여성 1인당에서 출산당 25회로 늘리기로 했다.
이에 대해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정재훈 교수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이번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은 지금 당장 정책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단기 대책 중심”이라며 “성평등, 가족 문화·규범 등에 대한 방향성 제시가 없는 점은 다소 아쉬우나 일·가정 양립과 교육 및 돌봄 체계를 선택해 집중적인 대책을 제시한 것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주거와 임신·출산 지원에 대해서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정 교수는 “일·가정 양립과 양육은 직접 지원이지만, 주거나 임신·출산, 의료 보장은 간접지원으로 분류할 수 있다”며 “특히 주거 지원은 예산이 많이 들어가는 대책으로서 예산 확보가 중요할 뿐만 아니라 대개 지원이 ‘대출’로 이뤄지는 만큼 빚이 늘어난다고 할 수 있어 궁극적인 비용 부담 해소는 될 수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번 대책은 결혼과 출산이라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는 사람들한테는 도움이 될 수 있으나, 그 선택조차 포기하거나 안 하는 사람들에게 실효성이 두드러질 지는 의문이다”고 짚었다.
해당 대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청년 세대가 출산을 결정할 때 굉장히 많은 다른 요소들을 고려를 해서 결정을 하는데, 앞으로는 그 결정권을 가진 청년 세대의 가치관, 생애부터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또 일·가정 양립, 양육 같은 경우에 중소기업에서 이뤄지기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보니 경영 체질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소기업에 육아휴직을 넘어 유연 탄력근무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에 적극 나서야 한다”며 “더 나아가 중소기업이 가족 친화 경영으로 변화해 정부의 지원을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줄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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