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의 정치’ 프레임부터 ‘읽씹 논란’까지
보수 지지층 ‘트라우마’ 자극..어대한 흔들기
계파 갈등 ‘불 붙여’...앙금 깊어지는 ‘윤·한’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한 윤상현(아랫줄 왼쪽부터) 의원,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 나경원 의원,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초선의원 공부모임에 참석해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출처=뉴시스]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한 윤상현(아랫줄 왼쪽부터) 의원,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 나경원 의원,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초선의원 공부모임에 참석해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출처=뉴시스]

【투데이신문 박고은 기자】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3주 앞두고 후보 간 설전이 격화하는 모습이다.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 구도를 흔들기 위해 나경원·원희룡·윤상현 후보가 ‘배신자’ 프레임을 꺼내드는 등 여권의 전당대회가 네거티브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에는 한 후보가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문자를 무시했다는 이른바 ‘읽씹 논란’까지 제기되면서 당 대표 경쟁자들이 윤한갈등(윤석열·한동훈)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한 후보를 견제하기 전략이겠지만 자칫 친윤과 친한의 계파갈등이 전면화되면서 전당대회가 끝나도 심각한 후유증이 남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일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자유총연맹 창립 제7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있다.&nbsp; 왼쪽은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nbsp; [사진출처=뉴시스]<br>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일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자유총연맹 창립 제7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있다.  왼쪽은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사진출처=뉴시스]

어대한 흔들려 ‘배신자’ 프레임 꺼내는 당권 경쟁자들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떠오른 화두는 ‘배신’이다. 국민의힘은 채상병 특검법을 ‘탄핵의 교두보’로 규정하기 있기에 조건부 동의를 제안한 한 후보에 대해 당권 경쟁자들은 일제히 ‘배신의 정치’라고 주장하고 있다.

‘배신의 정치’는 박 전 대통령 재임 당시 여당 유승민 원내대표를 겨냥해 썼던 발언으로 당정의 갈등이 표면으로 드러나면서 탄핵정국, 보수 분열의 분화점으로 평가되고 있어 보수 지지층에게는 ‘트라우마’로 떠올릴 수 있다.

한 후보가 당 대표가 될 경우 윤 대통령의 탄핵과 보수권이 다시 분열될 수 있다는 우려를 증폭시켜 표심을 움직이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오랫동안 배신자 낙인에 갇힌 유승민 전 의원을 떠올려 보면 세 후보가 전당대회가 끝날 때까지 해당 논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5일 정치권에서는 한 후보가 비대위원장 시절 김 여사가 명품백 등 논란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겠다고 문자를 보냈음에도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다는 ‘읽씹 논란’이 불거져 윤한 갈등 및 배신자 프레임에 기름을 부었다.

CBS 김규완 논설실장은 지난 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김 여사가 지난 1월 한 후보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고 주장했다. 김 논설실장의 주장에 따르면 김 여사는 한 후보가 비대위원장이었던 당시 “최근 저의 문제로 물의를 일으켜 부담을 드려 송구하다. 몇 번이나 국민께 사과를 하려고 했지만 대통령 후보 시절 사과를 했다가 오히려 지지율이 떨어진 기억이 있어 망설였다. 그럼에도 당에서 필요하다면 대국민 사과를 포함해 어떤 처분도 받아들이겠다. 사과를 하라면 하고, 더한 것도 요청하시면 따르겠다. 한 위원장님 뜻대로 따르겠으니 검토해 주시기 바란다”는 문자를 보냈다.

재구성된 문자 내용을 전한 김 논설실장은 “문자를 보낸 이후에 한 위원장이 이 문자를 흔한 말로 읽고 씹었다(읽씹)”며 “그래서 여사의 입장에서 굉장히 모욕을 느꼈다라고 얘기를 들었다”고 주장했다. 해당 문자는 지난 1월 18일에서 21일 사이 보내진 것으로 알려진다.

이날 같이 출연한 국민의힘 김웅 전 의원은 “만약 사실이라면 한 후보는 총선을 앞두고 해당 행위를 한 것”이라며 “그때 당시에 선거판에서 국민들은 너무 화가 나서 대통령 내외의 사과를 받고 싶었다. 먼저 가서 사과를 좀 해 달라라고 요구를 해도 시원찮을 판에 여사가 사과를 하겠다라고 밝혔으면 그건 반드시 했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대통령 측에서 배신자라는 이야기가 계속 나왔는데 오늘 이 이야기를 듣고 나서 모든 게 다 설명이 된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논란이 불거지자 당권 경쟁 주자는 일제히 한 후보의 총선 책임론을 부각시켰다.

원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한 후보가 그때 정상적이고 상식적으로 호응했다면 얼마든지 지혜로운 답을 찾을 수 있었고, 당이 그토록 어려움을 겪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이런 인식으로 당 대표가 된다면 대통령과의 관계가 어떻게 될 지 보나마나”라고 비판했다.

나 후보도 이날 페이스북에서 “한 후보의 판단력이 미숙했다”며 “경험 부족이 가져온 오판이었다”고 꼬집었다.

윤 후보도 페이스북을 통해 “신뢰가 없다는 방증”이라며 “이런 신뢰관계로 어떻게 여당의 당대표직을 수행할 수 있겠나”라고 일갈했다.

한 후보는 해당 문자에 대해 인정하면서도 “내용을 재구성했다고 하지 않나. 내용이 좀 다르다”고 설명했다. 한 후보는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의 한 식당에서 기자들과 만나 “집권당 비대위원장과 영부인이 사적인 방식으로 공적이고 정무적인 논의를 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했다”며 “총선 기간 대통령실과 공적인 통로로 소통했고 국민의 걱정을 덜어드리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든 사과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여러 차례 전달했다”고 말했다.

또 “왜 이 시점에 (이 논란이) 나오는 건지 의아하다”면서도 “당대표가 되고자 나온 것이기에 더 분란을 일으킬 만한 추측이나 가정은 하지 않겠다”고 친윤계 작업설을 일축했다.

국민의힘 당권주자 나경원 의원,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 국토교통부 원희룡 전 장관, 윤상현 의원.[사진출처=뉴시스]
국민의힘 당권주자 나경원 의원,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 국토교통부 원희룡 전 장관, 윤상현 의원.[사진출처=뉴시스]

컨벤션 효과 있겠지만 후유증 어쩌려고

격화하는 후보 간 설전에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계파정치에 선을 그은 나 후보는 이날 “우리 전당대회가 산으로 가고 있는 것 같아 걱정”이라며 “더 이상 비방과 폭로전에 휩싸여선 안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비전, 민생, 통합을 논하는 전당대회가 되기를 바란다. 다같이 망하는 전당대회,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권을 둘러싸고 계파 간 이전투구 양상이 빚어지면서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흥행도 감동도 비전도 없는 3무 전대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도 지난 4일 이와 같은 걱정을 드러냈다. 황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차기 당권주자들을 향해 “수준 높고 품격 있는 선의의 경쟁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황 위원장은 “당원과 국민들은 나라의 미래가 그려진 설계도를 제시하라며 목말라하고 있고, 분쟁과 분열이 아니라 관용과 통합의 목소리를 그리워한다”고 말했다.

이어 “무도한 거대 야당에 대해 무기력한 모습이 아닌, 집권 여당의 강력한 타개책을 제시해주기를 우리 모두 기다린다”며 “한층 고양된 전당대회를 국민들에게 보여주도록 힘을 다하자”고 강조했다.

앞서 나 후보도 격화되고 있는 당권 경쟁 상황에 대해 “바람직하지 않다”며 “당대표가 되면 국민을 위해서 ‘무엇을 하겠구나’를 보여줘야 하는데 너무 갈등으로 가는 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고 지적했다.

나 후보는 지난 2일 서울 강서구 ASSA아트홀에서 열린 ‘체인지 5분 비전 발표회’ 직후 기자들에게 “갈등의 전대를 그만두고 미래 비전, 지금 당장 민생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제시하는 전당대회가 돼야한다”고 말했다.

계파간 감정싸움으로 격화되면 전당대회 후유증에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할 것을 우려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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