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지난 6월 다수의 사상자를 낸 경기도 화성시 리튬 1차 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불법파견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지만, 아직도 직장인 4명 중 3명가량은 ‘제조업 직접 생산공정에 근로자 파견이 불법’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직장갑질119는 16일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제조업 파견노동’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1일부터 9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그 결과, ‘아리셀 공장 화재로 사망한 23명의 노동자 중 20명이 하청업체 파견직’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에 대해 ‘알고 있다’는 응답이 54.7%, ‘모른다’는 응답이 45.3%로 집계됐다. 응답자 특성별로 살펴보면, ‘모른다’는 응답이 20대(56.1%), 일반사원(49.4%), 저임금노동자(53.6%)에서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제조업 직접 생산공정에 근로자 파견이 불법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직장인 4명 중 3명(75.2%)이 ‘몰랐다’고 답했다. ‘알고 있었다’는 응답은 24.8%에 불과했다.
응답자 특성별로 보면 여성, 비정규직, 비노조원, 소규모사업장, 일반사원, 저임금노동자에서 ‘몰랐다’는 응답이 80%를 넘어섰다. 이에 대해 직장갑질119는 “이는 일터의 약자라고 불리는 이들이 ‘제조업 파견은 불법’이라는 사실을 모른 채 일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부가 제조업 불법파견에 대해 제대로 단속하고 있는가에 대해 질문한 결과 직장인 84.1%가 ‘그렇지 않다’고 여겼다. 직급이 낮은 일반사원, 저임금노동자는 10명 가운데 9명이 정부가 제조업 불법파견을 제대로 단속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아리셀 공장 화재와 같은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제조업 불법파견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응답자 83.3%가 동의했다.
현행 파견법에 대한 의견을 물어보자 ‘현행 파견법을 유지하되, 불법 파견을 엄격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50.1%로 가장 높았으며 ‘현행 파견법을 폐지하고 사용자가 직접 고용하도록 해야 한다’가 27.5%로 집계됐다. 직장인 10명 중 8명이 파견법을 없애거나 불법파견을 엄격히 처벌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고 ‘현행 파견법의 파견허용업종과 기간을 확대해야 한다’는 9.2%에 그쳤다.
직장갑질119는 “원청기업에서 일하는 하청, 파견노동자들의 제보가 끊임없이 들어오고 있다”며 “원청회사가 하청회사와 합법적인 도급계약을 맺었다면, 하청노동자에 대한 지휘명령은 하청(도급) 업체에서 해야 하지만 현장에서는 원청이 직접 지휘명령을 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고하고, 직장 내 괴롭힘을 일삼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들 단체는 지난 13일 정부가 발표한 아리셀 공장 배터리 화재 참사 관련 특별감독 결과에 대해 지적했다. 당시 정부는 아리셀 측의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 조치 의무 위반 65건에 대해서 사법 조처하기로 했다.
이들은 “참사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된 불법 파견 등 희생 노동자들의 불안정 고용과 관련한 내용은 쏙 빠졌다”며 “아무리 위험한 작업이어도 하청·파견노동자가 원청을 상대로 문제를 제기하거나 작업중지권을 행사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한데, 불법 파견을 엄벌해야 할 정부는 불법이 난무해 처벌이 어렵다며 거꾸로 제조업까지 파견을 허용하자고 한다”고 비판했다.
직장갑질119 권두섭 변호사는 “위험 작업이 외주화돼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떠넘겨지고 있는데, 정작 산업안전보건조치를 할 책임과 권한을 가진 원청들은 자신은 노동법상 사용자가 아니라면서 그 책임조차도 인력공급업체에 불과한 하청, 용역업체에 떠넘겨버린다”며 “사용자로 권한도 행사하고 이윤은 챙기면서도 노동법상 책임은 지지 않는 현실을 바꾸려면 원청이 노동자를 직접고용하도록 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에 권 변호사는 국회가 원청 사업주의 사용자 책임을 강화하는 법을 개정해야 하며, 고용노동부가 제조업 불법 파견 전수조사에 곧장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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