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터넷신문협회 허윤철 사무국장(언론학 박사)
△한국인터넷신문협회 허윤철 사무국장(언론학 박사)

언론의 정치적 편향성이 사주의 영향에서 비롯된다는 통념은 언론을 둘러싼 논의에서 흔히 등장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와 다른 사례들이 적지 않다. 대표적으로 진보 성향의 <뉴욕타임스>의 발행사가 소유했던 <스파턴버그 헤럴드 저널>이 보수적 논조를 유지했던 것은 이러한 통념을 깨는 흥미로운 사례다.

소유주의 정치적 성향이 보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실제로는 시장, 즉 독자의 성향이 언론의 편향성을 결정한다는 견해도 있다. 경제학자 매트 겐츠코프와 제시 사피로는 2015년 미국 내 433개 언론사의 보도 언어를 분석해 정치적 성향을 분류한 연구에서, 각 매체의 정치적 편향이 해당 지역 독자의 이념적 선호를 반영한 결과라는 해석을 제시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뉴욕타임스 컴퍼니가 민주당 강세 지역인 뉴욕에서는 진보적 논조를, 공화당 지지 기반이 강한 사우스캐롤라이나 스파턴버그에서는 보수적 논조를 각각 선택한 것은 독자 시장의 요구에 부응한 결과일 수 있다.

국내에서도 언론의 정치적 편향성에 대한 주목할 만한 연구들이 지속적으로 발표되고 있다. 지난 11월 23일 연세대에서 개최된 한국언론정보학회에서 이완수 동서대 교수와 최명일 남서울대 교수는 '경제뉴스의 정치성'이라는 주제로 1998년 2월부터 2022년 5월까지 24년간 주요 일간지 1면과 방송사 저녁 종합뉴스의 경제뉴스 1만 212건을 수집해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발견은 언론사의 이념적 성향이 정권마다 경제보도의 논조에 뚜렷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매체 유형이나 소유구조와 같은 물질적 조건으로 유형을 구분해 분석했을 때는 정권에 따른 경제보도의 논조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지만, 유독 언론의 이념 성향에 따라서는 정권별 보도논조의 차이가 분명하게 드러났다. 이는 정권마다 달라지는 경제보도의 논조가 매체 유형이나 소유구조와는 무관하게 순수하게 이념적 차이에 기인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경제는 시대와 지역을 막론하고 정치와 선거의 핵심 화두일 수밖에 없다. 1992년 미국 대선에서 빌 클린턴은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It’s the economy, stupid)"라는 강력한 메시지로 현직 대통령 조지 H. W. 부시를 패배시켰고, 2024년 미국 대선에서도 인플레이션이 유권자들의 표심을 가르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평가된다.

뉴스의 본질은 수많은 사건들 속에서 진정으로 중요한 것들을 가려내어 우리의 주의를 환기시키는 데 있다. 특히 현대사회에서 경제 뉴스는 모든 뉴스 중에서도 그 중요성이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 이처럼 중요한 경제뉴스가 지나치게 정치화되는 것은 분명 경계해야 할 현상이다. 언론은 경제 현상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려 노력해야 하며, 독자들 역시 자신의 정치적 선호에 따라 경제 현실을 선별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도록 경계할 필요가 있다. 경제 보도의 객관성 회복은 언론과 독자 모두의 과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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