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커뮤니케이션학의 선구자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 칼 호블랜드는 1951년 <출처의 공신력이 커뮤니케이션 효과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 연구는 제목 그대로 동일한 메시지라도 공신력 높은 출처에서 전달된 정보가 우리의 의견과 태도 형성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확인해준다.
여기까지가 결론이라면 이 연구는 더 이상 흥미롭지 않았을 것이다. 더 흥미로운 발견은 4주 후 다시 실험을 진행 했을 때 나타났다. 시간이 지나자 공신력 낮은 출처에서 나온 정보나 높은 출처에서 나온 정보나 그 효과가 비슷해졌다. 그 차이가 무의미해지며 출처의 공신력 효과가 사라진 것이다.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우리 뇌가 스토리가 있는 정보보다 단순한 사실 정보를 더 잘 잊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화 줄거리는 잊기가 어려워도 영화 감독은 곧 잘 잊는다. ‘어디선가 들었다’는 말에는 그 어딘가가 믿을 만한 출처라는 믿음이 녹아있지만 우리 뇌는 이러한 믿음과는 무관하게 작동한다. 오히려 믿고 싶은 내용일수록 출처는 더 빨리 망각하고 이야기는 질긴 생명력을 얻는다.
언론학의 핵심 개념으로 다루어져 온 게이트키퍼는 언론이 공신력의 보루로서 공동체를 보호하는 경비초소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믿음에 기반을 둔다. 모두가 뉴스를 전하는 시대 사실상 이제 누구라도 게이트키퍼가 될 수 있으며, 어쩌면 당신이 신뢰하는 친구가 가장 약한 게이트키퍼일지도 모른다.
호블랜드의 연구는 언론의 공신력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더 중요한 발견은 정보의 출처에 대한 기억이 사라진 후에도 이야기는 오래 살아남아 우리 공동체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비웃어 넘길 황당한 주장의 사회적 영향력을 지나치게 과장하려 해서도 안되지만 애써 부정하려 해서도 안된다. 우리가 우리의 기억력을 너무 신뢰하는 사이 말그대로 가짜뉴스가 진짜뉴스의 기반을 위협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