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신문 이영민 편집인
△ 투데이신문 이영민 편집인

한국 정치에서 국회의원 ‘5선이다 6선이다’ 훈장처럼 여기는 그들의 정치 커리어가 노욕의 상징처럼 느껴진다. 다선의 경력을 노욕으로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에게 진정성 있는 국민에 대한 사랑, 로열티, 희생이 보이지 않아서다. 평범한 직장인이 고위직으로 가기 위해 혹은 자신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스펙과 커리어를 쌓는 것과 매일반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정치인들의 목표 지향적, 현란한 술수는 일반인들의 상상을 뛰어넘기 충분하다. 그때그때 진영과 지역주의를 넘나드는 그들의 화려한 변신은 흉내 내기에도 벅차다. 정치적 이념이나 철학은 기대할 수 없고, 우리 사회를 떠받치는 도덕적, 윤리적 가치도 온데간데없다.

요즘도 나보다는 더 배우고 훌륭한 인격을 가진 자들이 정치하겠다 나선 것이라 생각하는 유권자들이 있을까. 국민들에게 최고 권력자는 물론이고, 정치인이라 분류되는 이들에 대한 존경심이 일말이라도 남아 있을까. 세비 축내는 골칫거리들이 국민에게 최소한의 인간적 도리는 지켜주길 바라는 정도 아닐까. 먹고 사는 문제로 정치판에 뛰어들기는 어려우니 못마땅하고 때로는 배신감이 들지만, 포기하고 다급한 현실의 문제로 돌아서는 것이리라.

엊그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찾아간 국민의힘 지도부는 과연 무슨 생각에서, 어떤 노림으로 예방한 것일까. 보도에 따르면 탄핵 정국을 맞아 조언을 구하고 당의 향후 방향에 대한 의견을 듣기 위해서라는 설명인데, 이 무슨 코미디 같지도 않은 행보인가.

탄핵정국에서 그것도 국민 탄핵으로 대통력 직에서 끌어내려진, 불명예 퇴진한 전직 대통령을 찾아가 당의 미래를 구하며 조아렸단 말인가. 정말 기댈 곳이 그리 없었던가. 조기 대선이 점쳐지는 상황에서 그나마 가지고 있는 여당이라는 껍데기, 보수로 치장할 코스튬이 필요했나. 과연 이들이 추구하는 정치이념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실체가 존재하는 것인지조차 의심가는 대목이다. 미래세대를 위한 희망을 말하고, 국민 삶의 질을 개선하겠다 공언하지만 애당초 영혼 없는 광언망설(狂言妄說)에 불과하다. 이들에게 진정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가진 자들이 내려놔야 할 그 어느 것 하나 포기하지 못한 채 그저 모양새 내기에 급급하고, 진솔한 사과와 반성 없이 궁지에 몰린 현실에서 도피할 수 있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리고 어찌저찌 수습하다 보면 살길이 열릴 수 있다는 긍정의 회로를 돌리는 이들이야말로 노욕에 찌든 욕망의 화신들임에 틀림없다. 시쳇말로 할 만큼 했고, 누릴 만큼 누렸다. 이제는 대한민국의 내일을 위해, 다음 세대를 이끌어 갈 후배들을 위해 살신성인해도 되련만 득롱망촉(得隴望蜀)의 탐욕은 끝이 없다.

전 세계적으로 정치체제나 경제시스템은 전통적인 대립 구도에서 각각의 장점을 흡수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 그리고 미세한 차이는 있겠지만 대부분의 나라에서 선거를 통한 민주주의 정치체제를, 자본주의의 허점을 정부가 보완하는 혼합경제체제를 채택하고 있다. 특출한 정치인이 나타나 기발한 아이디어로 나라 경제를 살리고, 국민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일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이제 국민의 공복을 자처하고자 하는 자라면 정치인에게 요구되는 최소한의 도덕과 윤리를 갖춘, 누구나 이견 없이 존경을 보낼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조기 대선의 가능성이 매우 높다. 벌써부터 얼토당토않은 인물들이 몸을 푸니 기지개를 켜니, 대선을 예상하며 또다시 노욕의 정치인들이 국민을 현혹하며 활개 치고 있다. 과연 이번 선거에서는 희망의 싹을 볼 수 있을까. 유권자들은 이번에도 뼈아픈 후회를 반복할 것인가. 우리의 선택에 미래세대의 운명이 달렸다. 차분하고 냉정하게 정치인들의 면면을 뜯어보자. 분명 더 나은 선택지가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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