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회, 차등 복지 택하나…‘상호주의 조례’ 논란
출신국이 한국인 지원하는 이주민만 지원 허용 골자
금융·교육·주거·교통 등 지원 정책 상호성 평가 도입
“국힘 시의원, 복지 제한 아닌 포용적 정책 확대해야”
【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서울시의회가 외국인 지원정책에 상호주의 원칙을 도입하는 조례안을 추진하면서 복지 역행과 차별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7일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발의된 ‘서울특별시 외국인 지원정책의 상호주의 원칙 적용에 관한 조례안’ 입법예고 기간이 지난 1일 종료됐다. 이 기간 동안 서울시의회에 조례안과 관련해 제출된 의견은 전무했다. 위헌·위법 소지가 있다고 판단되지 않는다면 조례안은 소관 상임위원회에 회부돼 심사될 예정이다.
여기서 상호주의란 상대국이 우호적인 조치를 취하면 우리도 같은 우호적 조치를 취하고 반대로 비우호적인 조치를 취하면 똑같이 대응하는 원칙으로, 주로 국가 간 등가 교환을 전제로 무역, 관세 등 분야에서 동일조치를 취하는 원칙을 의미한다.
앞서 서울시의회 심미경 의원 등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 33명은 국적에 따라 외국인 지원 정책을 차등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조례안을 발표했다. 해당 조례안은 외국인의 본국이 한국 국민에게도 동등한 수준의 지원을 제공하는 경우에만 외국인 지원 정책을 허용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입법에 참가한 의원들은 해당 조례안이 외국인 지원정책이 내국인과의 역차별을 일으키지 않도록 형평성을 유지하는 데 이바지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봤다. 구체적으로 ‘상호주의’를 근거로 하는 이번 조례안을 통해 이들은 국내 거주 외국인에게 금융, 교육, 주거, 교통 등 복지 및 경제·사회적 지원 정책을 도입하기 전 상호성을 평가하는 검토 절차를 도입하고자 했다.
조례안에 따르면 만약 상호주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은 국가 출신의 외국인에게 지원을 제공할 경우 서울시장은 이에 대한 예외 사유를 명확히 해 서울시의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보고해야 한다.
해당 조례안은 상호주의 원칙이 명시된 네 가지 관계법령(재한 외국인 처우 기본법·사회보장기본법·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국민연금법)을 참고해 재정됐다.
다만 국민연금법을 제외한 세 가지 법령에서는 조례안처럼 상호성을 평가해 지원 정책 도입 시 무조건 차등을 준다는 내용은 적혀 있지 않다. 국민연금법의 경우 ‘이 법에 따른 국민연금에 상응하는 연금에 관하여 그 외국인의 본국 법이 대한민국 국민에게 적용되지 아니하면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해당 조례안이 외국인 복지 배제를 위한 일방적인 조례안이며, 복지 하향화와 행정력 낭비를 야기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본소득당 서울시당은 최근 서면브리핑에서 “이 조례안대로라면 지방정부인 서울시 차원에서 각국 정부의 외국인 복지 정책을 분석하고 그 수준을 판단해야 한다”며 “이주민을 국적에 따라 차별하기 위해 행정력 낭비도 불사하겠다는 국민의힘 시의원들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지금껏 극한 경쟁과 경제 불안 속에서 이주민은 쉽게 차별과 혐오의 희생양이 되어 왔다”면서 “이 조례안은 외국인이 내국인의 자리를 위협하고 불이익을 줄 것이라는 오랜 혐오의 논리를 그대로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주민 인권단체 경계인의 몫소리 박동찬 소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이 조례는 시대에 역행하는 법안”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박 소장은 “이 조례는 상위법에 저촉된다. 헌법상 외국인도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의 보호 대상이며, 한국은 이미 인종차별 철폐 협약 등 국제협약의 가입국으로서 국제법상 의무를 지니고 있다”며 “국내법상으로도 국제협약은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조례의 본질은 복지를 제한하려는 데 있다”며 “서울시는 국적을 구분하기보다 모든 거주민이 함께 살아가는 포용적 복지 정책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복지 선진국들처럼 재난지원금이나 민생지원 정책을 국적에 상관없이 보편적으로 시행하는 방향을 배우고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9월 22일 경기도는 이주외국인 인권보장 3대 조례를 전국 처음으로 제정한 바 있다. 해당 조례는 피부색과 출신국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고 미등록 외국인 아동의 권리를 보장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이주 배경 도민 인종차별 금지 및 인권 보장 조례 ▲난민 인권 보호와 기본생활 보장 조례 ▲경기도 출생 미등록 외국인 아동 발굴 및 지원 조례 등으로 이뤄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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