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박근혜 사면론 꺼냈다가 본전도 못찾아
“당사자 반성 없이 사면 안돼” 결론, 도대체 왜
보수 진영 자극한 사면론, 오히려 독이 돼
이낙연 대세론 무너지는 계기가 될 수도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 ⓒ뉴시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새해 벽두부터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론을 꺼내들었다가 결국 뒷주머니로 다시 들어가게 만들었다. 민주당 내에서 반발 기류가 강했을뿐더러 긴급하게 소집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조차 “당사자 반성이 중요하다”고 결론이 나면서 뒤로 물러난 것이다. 강력한 대권주자인 이 대표가 섣부르게 사면 카드를 내밀었다가 다시 철회를 하면서 모양새가 좋지 않게 됐다. 무엇보다 강성 친문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다는 점에서 이 대표에게는 이번 사안이 오히려 독이 됐다.

아니 꺼낸만 못한 그런 사면론이었다.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론을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꺼내들었다. 그러자 당내에서 거센 반발이 일어났다.

강경파는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 카드를 꺼내든 이유에 대해 도저히 이해하지 못한다는 반응이었다.

게다가 박 전 대통령은 아직도 형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면론을 꺼내들었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는 반응이다.

사면은 정치적 보복 인정하는 꼴

강경파는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론을 꺼내든 것은 결국 더불어민주당이 두 전직 대통령을 구금한 것은 정치적 보복이었다는 것을 인정하는 꼴이라면서 반발을 하고 있다.

당장 강성 친문 커뮤니티에서는 이 대표를 성토하는 글로 넘쳐났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 대표를 성토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으며, 더불어민주당 게시판 역시 댓글들로 폭발하고 있다.

이 대표가 꺼낸 사면론이 강경파의 심정을 건드린 상황이 된 것이다. 이 대표가 비록 문재인 정부 초대 국무총리를 역임하는 등 문 대통령과 상당한 친분이 있다고 하지만 결코 친문은 아니라는 판단을 내리고 이 대표를 경계하고 새로운 대권 주자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는 3일 긴급 소집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분위기에서도 마찬가지로 읽혔다. 이날 민주당 지도부는 ‘국민의 공감대와 당사자들의 반성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모았다.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앞으로 국민과 당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최고위는 촛불정신을 받들어 개혁과 통합을 함께 추진한다는 데 공감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가 뒤로 물러난 것이다. 거센 반발이 있는 과정 속에서 이 대표가 더 이상 사면론을 꺼냈다가는 리더십이 붕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국민 통합을 위한 충정에서 사면론을 꺼냈을 뿐이라면서 한발 뒤로 물러났고,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겠다고만 밝혔다.

국민의힘 “죄 없는데 무슨 사죄!”

이같은 민주당의 결정에 국민의힘 등 야당은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죄가 없는데 무슨 당사자의 반성이 필요하냐는 것이다.

국민의힘 등 야당은 두 전직 대통령이 영어의 몸이 된 것은 민주당 정권의 정치적 보복 때문이지 두 전직 대통령의 잘못 때문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따라서 두 당사자의 반성은 아마도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면론은 계속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이 대표가 사면론을 꺼내든 것은 보수 진영으로 하여금 사면론의 목소리를 더욱 내게 만들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굳이 이 시점에서 사면론을 꺼내서 오히려 보수 진영에 부채질을 한 꼴이 된 셈이다. 이런 이유로 이 대표가 사면론을 꺼내든 이유에 대해 진보 진영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물론 이 대표는 국민통합을 위해 꺼내들었다고 밝혔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지지율 그리고 자신의 지지율도 하락을 하기 때문에 중도 확장을 위해 사면론을 꺼내든 것으로 보인다.

두 전직 대통령을 사면함으로써 그에 따른 국민통합을 이루고, 이에 중도로 확장을 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은 대통령 고유 권한이지 여당 대표가 꺼낼 사안은 아니라는 점에서 이 대표의 의중이 무엇인지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내는 것은 당연하다.

리더십의 붕괴

문제는 이로 인해 이 대표의 리더십이 붕괴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 대표가 황급히 철회를 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중도 확장 즉 산토끼를 잡으려다가 오히려 집토끼에게 잡혀먹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현재 집토끼(강성 친문)는 이 대표에 대해 단단히 화가 난 상태다.

이들 집토끼가 이 대표를 대권 주자에서 끌어내릴 수도 있는 문제다. 더욱이 이 대표는 내년 3월 대선을 뛰기 위해서는 오는 2월 안에는 당 대표직에서 사퇴를 해야 한다.

그런 가운데 두 전직 대통령 사면론을 꺼내들어서 강성 친문 지지층의 심기를 건드리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다.

당장 이 대표를 대권 주자에서 끌어 내려야 한다는 강한 성토 분위기도 읽혀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낙연 대세론이 무너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윤석열 검찰총장 지지율이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상태에서 이낙연 대세론이 무너지게 된다면 이 대표로서는 대권 주자의 길을 더 이상 가지 못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이런 이유로 이번 사면론은 너무 성급했다는 비판의 여론도 있다. 어떤 식으로든 수습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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