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공매도 안정화, 시장영향 제한적”
기관·외국인 비중 98%...불평등 구조 여전
한투연 “순기능 증명 우선, 재도개선 시급”
【투데이신문 이세미 기자】 지난달 3일 공매도가 재개된 후 한 달이 지났다. 지난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인해 국내 주가가 폭락해 금융당국이 거래를 금지한 지 1년 2개월만이다.
금융당국은 한 달간의 변화를 점검한 결과 공매도가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개인 투자자들은 여전히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공매도 가지고 있는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어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3일 ‘공매도 재개 후 한 달간 주식시장 동향점검’을 발표하고 공매도가 경기 회복세 등 양호한 거시·주식시장 환경 하에서 원활하게 안착했다고 평가했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주식을 빌려 판 뒤 주가가 떨어지면 주식을 사서 다시 갚는 투자 기법이다. 사실상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이 사용하는데, 특정 기업에 대한 주가 버블을 억제하는 순기능이 있다. 그러나 공매도 세력이 이를 악용할 경우 시세 하락에 영향을 주기도 해 주가 폭락의 원인으로 자주 지목된 바 있다.
공매도 재개 한달, 예상보다 잠잠했던 주식시장
이런 가운데 금융위원회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증시가 크게 요동 치자 지난해 3월 16일부터 6개월간 공매도를 전면 금지했다. 이후 금지 기간을 연장해오다 지난달 3일부터 시장의 충격을 최소화 하기위해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지수 구성종목에 한해 공매도를 부분 재개했다.
금융당국이 확인한 공매도 부분 재개 후 한 달간 국내 주식시장의 일평균 공매도 거래대금은 총 6882억원이다. 이는 공매도 거래 제한이 이뤄지기 직전인 지난해 3월(6542억원)에 비해 소폭 상승한 수치다. 다만 전체 일평균 거래대금(25조4000억원)이 과거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한 것을 고려하면 상승폭은 크지 않은 편이다.
공매도 일평균 거래대금은 5월 1주차에는 8416억원을 기록한 후 점차 감소해 5월 4주차에는 6373억원으로 집계됐다. 금융당국은 공매도 거래대금이 재개 초기 금지 기간 동안 눌려왔던 수요로 증가폭이 높았지만 점차 하향 안정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총 거래대금 대비 공매도 거래비중도 2.7%를 나타내며 공매도 제한 전보다 약 40% 감소했다.
공매도와 주가 간 유의미한 관계는 발견되지 않았다고도 분석했다. 지난 4월 30일부터 6월 2일까지 종가 대비 기준 한 달간 공매도 거래대금이 높았던 상위 10개 종목의 주가 변동률을 보면 삼성전자(-0.9%), LG화학(-13.4%), LG디스플레이(-0.8%), SK이노베이션(-1.3%), SK하이닉스(-1.6%), 삼성SDI(-6.6%) 등 6개 종목이 하락했다.
반면 HMM(20.5%), 셀트리온(0.2%), 현대차(12.3%), 카카오(11.9%) 등 4개 종목은 주가가 상승했다.
이 같은 종목별 주가 변동에 규칙적인 관계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는 게 금융당국의 시각이다.
또 지난 1일 한국거래소와 금융위원회는 함께 국내·외 2개 증권사에 대해 공매도 관련 현장점검을 통해 △회원의 불법 공매도 점검 프로세스와 자료 보관 실태 △공매도 대차 정보 보관 시스템과 부적격 호가 사전 차단 시스템 등을 점검했으며, 공매도 부분 재개 후 주식시장에 별다른 불안심리나 이상 징후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현재 부분 재개에서 전면 재개로 언제쯤 이뤄질 지도 관심사다. 금융당국이 공매도 재개 한 달 평가가 낙관적인 만큼 전면 재개 시점도 앞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발표와 전문가들의 의견에도 공매도를 바라보는 개인투자자들의 불안과 불만은 지속되고 있어 전면 재개까지 논쟁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개인 투자자들은 여전히 공매도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외국인과 기관을 중심으로 한 공매도 세력을 대항하기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정의정 대표는 “공매도가 재개된 지 이제 막 한 달이 됐는데 이것을 기준으로 시장이 안정적이라고 평가하는 것은 시기상조이며 무의미하다”라고 주장했다.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선 기본적으로는 공매도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한투연 정의정 대표는 “공매도가 국내 주식시장에서 어떤 순기능을 했는지부터 증명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14개월의 공매도 금지 기간 동안 국내 주식시장에 있었던 변화들도 함께 비교해야 할 것이며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세우지 않는 한 공매도 폐지는 계속 주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전히 ‘기울어진 운동장’…불안한 개인 투자자들
다만 공매도가 주식시장에 불가피하다면 공정한 시장 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적극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특히 공매도가 여전히 개인보단 외국인과 기관 등 거대 세력 중심으로 거래되고 있어 공정성 회복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실제 공매도 거래에서 개인 비중이 확대되긴 했으나 절대적 비율로 보면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금융당국이 분석한 투자자별 공매도 동향을 보면, 해당 기간 중 외국인 일평균 공매도 거래대금은 5827억으로 전체 공매도 대금의 84.7%를 차지했다. 기관의 일평균 공매도 거래대금은 942억원으로 지난해 1월부터 3월까지 일평균 거래대금 2860억원에 비해 약 6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매도 재개 한달 간 개인 대주제도를 이용한 개인투자자의 일평균 공매도 거래대금은 총 113억원으로, 지난해 1월 1일~3월 13일(78억원) 대비 약 45% 증가했다. 다만 전체 공매도 거래대금 중 개인투자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월에서 3월사이 1.2% 수준에서 공매도 재개 한달 간 1.6%로 0.4%포인트 증가하는데 그쳤다.
실제 지난달 3일부터 6월 2일까지 외국인·기관과 개인투자자들의 전체 공매도 거래대금 비중을 비교해보면 각각 84.7%, 13.7%, 1.6%다. 외국인과 기관이 공매도를 차지하는 비율은 총 98.4%에 달하는 것이다. 개인 투자자들이 여전히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아울러 개인투자자들은 금융당국이 개인에게도 공매도를 확대·추진한다지만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와의 상환기간 등 불공정한 환경을 개선하지 못한다면 개인투자자들의 피해는 지속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2일 한투연은 성명서를 내고 △공매도 의무상환 기간 60일로 통일 △기관, 외국인의 공매도 증거금을 140%로 △공매도의 순기능 입증 △국익을 위해 공매도 수익에 과세 등의 내용을 담은 11가지 항목의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특히 한투연은 공매도 의무 상환 기간을 60일로 통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투연 정의정 대표는 성명서를 통해 “기관과 외국인의 공매도는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사실상 무기한으로 연장이 가능해 결코 손실을 입지 않는다”라며 “반면 개인 대주는 60일 이내로 상환해야 하는데, 이는 1000만명의 개인 투자자의 평등권과 재산권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기관과 외국인이 공매도를 위해 주식을 빌릴 경우 상환기관에 대한 규정이 없어 무기한으로 연장할 수 있다. 주식 반환 요청을 받아도 바로 다른 증권사에서 주식을 빌리는 형식으로 장기가 공매도를 유지할 수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이는 곧 외국인과 기관이 공매도를 한 후 기다리면 주가 조정으로 인한 수익을 챙길 수 있는 유리한 구조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에 대해 “외국인과 기관의 무기한 상환은 국제적인 관행”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현재의 개인대주 차입기간(60일)을 보다 늘리는 방안 등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자본시장연구원 황세운 연구원 또한 기관과 외국인의 신용도가 다르기 때문에 거래조건을 맞추기 위해선 개인이 기관에게 맞추는 게 맞는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황 연구원은 “기관과 외국인이 개인의 상환기간인 60일로 맞출 것이 아니라, 개인 투자자들의 공매도 대차 기간을 늘리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현재 공매도 금지 대신 제도 개선에 힘을 쏟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지적을 해소하기 위해 개인투자자의 공매도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개인 대주제도를 시행했다. 또 불법 공매도에 대한 처벌 수준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 나가고 있다.
금융당국은 공매도 재개에 앞서 불법 공매도에 대한 과징금 및 형벌 도입 및 증권사·거래소 이중의 불법 공매도 적발 시스템 구축, 개인 대주제도 전면 개편과 시장 조성자의 공매도 규모를 절반 이하로 축소하는 등 제도를 개선했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개인투자자의 공매도 투자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제도개선도 지속해 나가겠다”라며 “현재 17개사가 제공 중인 개인 대주 서비스를 연내에 신용융자를 취급하는 28개 증권사 모두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지난 1일 증권사 차원의 불법 공매도 차단·적발 시스템이 원활하게 구축·운영되는지 1차로 실시하는 등 순차적으로 점검하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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