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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대한통운 택배기사 한송이 조합원이 12일  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단식농성에 돌입하는 발언문을 읽고 있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이정훈 기자】 CJ대한통운이 기존 택배노동자의 물량을 빼앗는 방식으로 노동조합 와해를 시도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국택배노동조합(이하 택배노조)은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CJ대한통운이 김포대리점 집하처 물량을 강탈해 생존권을 위협한다며 규탄했다. 이와 함께 오는 15일부터 무기한 단식농성 돌입을 선언했다.

노조에 따르면 최근 김포 장기대리점 소장 사망 이후 CJ대한통운 원청은 고인의 부인에게 집하 대리점을 내주었다. 하지만 이 집하 대리점의 운영을 위한 물량을 보장한다는 이유로 11월 1일부터 기존의 김포 장기대리점에서 거래하던 집하처를 모두 고인의 부인이 운영하게 된 집하 대리점으로 이관시키는 조치를 취했다.

이와 관련해 택배노조는 “김포 장기대리점의 택배노동자들은 졸지에 집하처를 모두 잃어버리게 됐다”며 “택배 노동자에게 있어 목숨줄이라고 할 수 있는 집하처를 강제로 빼앗은 것은 생존권 위협을 가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택배노조는 실제 이 조치로 일부 택배 노동자들은 수입이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택배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CJ대한통운 원청이 고인의 유족에게 생계유지를 위해 집하대리점을 내준 결정에 대해 반대하지 않는다”며 “다만 이것이 기존 택배노동자의 물량을 빼앗고 생존권을 위협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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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대한통운 본사 앞에 전국택배노조가 CJ대한통운을 규탄하는 내용의 현수막을 걸어놓은 트럭이 세워져 있다. ⓒ투데이신문

특히 유족의 생계를 보장할만한 충분한 물량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원청(CJ대한통운)이 김포장기대리점 택배노동자들의 물량을 빼앗으려는 것은 또 하나의 ‘노조 와해’ 시도라고 주장했다.

이날 단식농성에 돌입하는 CJ대한통운 한송이 조합원은 “CJ대한통운 원청이 노동조합에 대한 여론몰이를 하는 것도 모자라 노조원들의 집하처 마저 모두 강탈하고 이제 노조원들은 11월부터 모든 집화처가 사라져 생존권에 위협을 받고 있어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이어 “급지와 상관없이 건당 760원 정액제에 고율 수수료를 착취하고 수수료를 삭감했으며 몇 년 동안 매달 수수료를 두세 번에 걸쳐서 나누어 입금했다”며 “그분의 죽음은 안타깝지만 그분의 몇 년간의 갑질이 정당화되고 미화 되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진경호 전국택배노조 위원장은 “합법적으로 4년 동안 노동조합을 운영했지만 조합비원천공제도 없고 아직도 CJ대한통운 측은 노동조합으로 봐주지 않고 있다”며 “14일 구체적인 투쟁수위를 결정해 15일부터 단식투쟁에 돌입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30일 김포에서 CJ대한통운 택배 대리점을 운영하던 40대 A씨가 사망했다. A씨의 옷 주머니에서는 노조원들의 이름과 이들의 집단행동을 원망하는 내용이 적힌 유서가 발견됐다.

택배노조는 일부 조합원이 A씨를 괴롭힌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원청인 CJ대한통운의 수수료 정시 지급 문제와 표준약관 등 개선사항에 대해 외면하고 책임을 대리점에 전가해 발생한 갈등 과정에서 발생한 사건이라고 주장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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