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노조, 대한건설협회 상대 인권위 진정
설문결과, 여성 노동자 화장실 이용 불편 겪어
화장실 문제로 물·음식 섭취 자제하기도 해
방광염·만성변비·질염·요실금 등 질병 경험
【투데이신문 전유정 기자】 “점점 현장에는 여성노동자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지금의 현실 앞에 여성노동자들은 오늘도 내일도 소리 내지 못하고 숨 죽이며 일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아주 작은 생리적인 기본도 보장 받지 못하면서 어떤 요구를 더 할 수 있겠습니까”
“십년동안 일하는 시간에 여름이고 겨울이고 갈증이나도 물을 못 먹고 추워도 따뜻한 차 한잔 못 먹었습니다”
“여성근로자를 남성과 동일시하는 건 일적인 부분에서 해당하는 것이지 생리적인 현상을 남성과 동일시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화장실은 인권이다”
이처럼 건설현장 여성 노동자들이 원청 건설사의 부실한 관리감독으로 인해 화장실 이용이 어렵다고 호소했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이하 건설노조)는 지난 3일 “건설현장 여성 노동자들의 건강권과 오줌권을 보장하라”며 원청 건설사 사업주 단체인 대한건설협회를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건설노조가 지난 2월 25일부터 3월 2일까지 건설현장 여성 조합원 16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91.9%는 ‘일하는 현장에 화장실이 있다’고 답했지만 8.1%는 ‘화장실이 없는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고 답했다.
화장실이 일하는 곳에서 ‘5분 이내’에 있다는 답변이 46.3%로 가장 많았다. 뒤이어 ‘10분 이내’ 32.0%, ‘1~2분 이내’ 15.0%, ‘10분 이상’ 6.8% 순이었다.
변기 유형은 ‘수세식’이 30.6%로 가장 많았다. 이어 ‘약품처리방식’ 27.9%, ‘일반 변기’ 24.5%, ‘일반 변기에 비데’ 12.2%, ‘푸세식’ 4.8%이었다.
화장실에 비치된 물품 중 ‘휴지’는 85.0%, ‘비누’는 53.7%, ‘휴지통’은 78.9%만 비치돼 있었다. 화장실에 손 씻을 ‘세면대’가 있는 곳은 76.9%에 그쳤다. ‘휴게의자’나 ‘생리대’를 구비한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아무 것도 없다’는 곳도 4.8%에 달았다.
화장실이 없는 경우, ‘개방형 화장실이나 공중 화장실을 이용한다’ 38.5%, ‘안 간다(참는다)’ 30.8%, ‘남자화장실을 이용하거나 나무 뒤 등을 이용한다’ 30.8% 등으로 답했다.
화장실 이용에 있어 불편한 이유(복수응답)로는 화장실이 ‘더럽다(36.9%)’, ‘부족하다(35.6%)’ 는 점을 들었다. 그밖에 ‘손 씻을 데가 없다(22.5%)’, ‘화장실이 멀다(8.8%)’, ‘휴지가 없다(9.4%)’ 등을 이유로 들었다. ‘불편한 점이 없다’는 응답은 13.8%에 그쳤다.
건설현장 여성노동자들은 하루 평균 2~3회(65.6%) 화장실을 이용하고 있으며, 원할 때 화장실을 이용하고 있다는 응답은 69.4%였다. 원할 때 화장실을 이용하지 못하는 이유(복수응답)로는 ‘화장실이 너무 멀거나 인근에 없다(21.3%)’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뒤이어 ‘업무 특성상 화장실 가는 것이 매우 번거롭다’ 14.4%, ‘자리를 비우는 게 눈치 보인다’ 45.6%, ‘더러워서’ 5.0%, ‘화장실에 갈 시간이 없다’ 2.5% 등이었다.
원청 화장실이 있어도 쓰지 않는 비율은 31.9%로 나타났다. 가장 큰 이유는 ‘멀어서(49%)’이며, 그 다음이 ‘항상 잠겨 있기 때문(39.2%)’이었다.
화장실 이용이 불편해 물은 안 마셔본 경험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자주 있는 편이다’ 41.3%, ‘항상 그렇다’ 24.4%, ‘거의 없다’ 18.8%였으며, ‘전혀 없다’는 15.6%에 불과했다.
화장실 문제로 식사를 안 해본 경험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거의 없다’ 38.8%, ‘자주 있는 편이다’ 26.3%, ‘항상 그렇다’ 5.0% 등으로 답했다. ‘전혀 없다’는 응답은 30.3%에 그쳤다.
이렇다보니 일하면서 화장실을 제때 이용하지 못해 건강상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고 답한 노동자도 상당수였다. 건설현장 여성 노동자 중 34.4%(복수응답)가 ‘방광염’을 앓아 의사를 찾았다. ‘만성 변비(23.1%)’, ‘질염(19.4%)’, ‘요실금(13.1%)’으로도 병원을 찾고 있다.
‘건설근로자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에서는 건설공사가 시행되는 현장으로부터 300미터 이내에 화장실을 설치하거나 임차하는 등의 방법으로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화장실 관리자를 지정해 관리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300미터는커녕 왕복 20분 거리를 감수하거나 그마저도 없어 물도 밥도 먹지 않는 실정이라고 건설노조는 지적했다.
건설노조는 “화장실은 건설현장 노동자들의 인권과 건강권을 보여주는 바로미터”라며 “여성 화장실 설치, 청결 유지, 휴지 비치 등 최소한의 건강권과 오줌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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