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원투표 100%→국민 50%·당원 50%
‘한동훈 복귀 시 국민 외면’ 우려 해석
‘관리형비대위 안돼’...혁신비대위 전환

4·10 총선에서 낙선한 국민의힘 후보들이 지난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외조직위원장 간담회를 마치고 결의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4·10 총선에서 낙선한 국민의힘 후보들이 지난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외조직위원장 간담회를 마치고 결의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윤철순 기자】 국민의힘에서 4·10 총선 참패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22일 국민의힘 원외조직위원장들은 ‘당원투표 100%’인 기존 전당대회 룰을 ‘국민 50%·당원 50%’로 바꿀 것을 당에 요청했다.

원외위원장 임시대표단(김종혁·오신환·손범규)은 이날 오전 윤재옥 원내대표와 배준영 사무총장 권한대행에게 이런 내용을 담은 요청문을 전달했다.

임시대표단은 윤 원내대표에게 ▲혁신비대위로 당 지도 체제 전환 ▲당대표 선거 방식 국민 50%·당원 50% 반영 등 두 가지를 제안했다. 이는 지난 19일 열린 원외조직위원장 간담회에서 나온 요구 사항이기도 하다.

당시 간담회에선 전당대회 전까지 당을 이끌 비대위를 ‘관리형’이 아닌 ‘혁신형’ 인사로 꾸려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바 있다. 전당대회 룰의 경우 ‘당심’보다는 ‘민심’을 반영할 수 있는 새로운 규칙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따른 것이다.

이는 이번 총선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한 ‘패장(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이 단기간에 다시 전당대회를 통해 당권을 쥐면 자칫 총선 민심보다 더 큰 외면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를 경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전 위원장은 최근 실시된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여론조사에서 지지층으로부터 압도적(1위) 지지를 받았다. 또 총선 열흘도 채 안된 지난 17일엔 국회 담장 앞에 그의 정계 복귀를 염원하는 내용의 화환들이 줄을 이었다.

원외위원장들은 요청문을 통해 “원외조직위원장들은 국민의 회초리를 겸허히 받겠다”며 “우리는 통렬한 성찰과 쇄신이 없다면 미래가 없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재창당 수준의 혁신을 요청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원외지역위원장들의 요청은 지역에서 민심을 경험한 것이기에 지역 대결이나 자리다툼의 의견은 배제하고 선당후사 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22일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한 ‘험지 낙선인에게 듣는다, 2024 총선참패와 보수 재건의 길’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류제화 세종시갑 후보, 박상수 인천 서구갑 후보, 함운경 서울 마포구을 후보, 윤 의원, 박명호 동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승환 서울 중랑구을 후보, 박진호 경기 김포시갑 후보. [사진제공=뉴시스]
22일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한 ‘험지 낙선인에게 듣는다, 2024 총선참패와 보수 재건의 길’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류제화 세종시갑 후보, 박상수 인천 서구갑 후보, 함운경 서울 마포구을 후보, 윤 의원, 박명호 동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승환 서울 중랑구을 후보, 박진호 경기 김포시갑 후보. [사진제공=뉴시스]

한편 이번 총선 수도권 ‘험지’에서 낙선한 후보들은 이날 ‘영남 정당’을 탈피하고 수도권 중심 정당으로 가야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험지 낙선인에게 듣는다, 2024 총선 참패와 보수 재건의 길 세미나’를 통해서다.

인천 서구갑에서 낙선한 박상수 후보는 “민주당 슬로건이었던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에 대비될 만한 믿음을 보여줄 수 있는 어떠한 아젠다가 하나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전통적 지지층은 너무 감사한데, 1년에 30만 명씩 돌아가시고 계신다. 5년 뒤에 150만 명이 돌아가신다. 그만큼 3040세대를 데려오지 못하면 다음번에 정말 (의석수가) 두 자리로 내려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울 중랑을에서 낙선한 이승환 후보는 “그냥 이·조(이재명-조국)심판,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고 하는 선거에만 매몰됐기 때문에 우리는 수도권, 중도층 마음을 전혀 얻지 못했다”며 “그렇게 이·조 심판 이야기하고 (민주당의) 사법리스크가 문제라 했지만 그 어떤 것 하나 해결하지 못한, 우리의 프레임은 악하고 무능한 사람들이었다”고 자성했다.

그러면서 “조금 전 정진석 비서실장을 임명했는데, 소통·당정관계 강화 이런 거 말고 관료주의 좀 타파해 달라”고 대통령실에 요구하는 한편, 당을 향해선 “영남 좀 탈피해 달라. 전당대회, 비대위, 원내 지도부 구성할 때 영남의 배려와 헌신이 좀 있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서울 마포을에서 낙선한 함운경 후보는 “민주당 평가할 때 호남정당이라고 하는데 아니다. 수도권 정당이다”며 “앞으로 국민의힘이 상위 1% 플러스 하위 50% 연합 전략으로 가야 한다. 다시 표현하면 성공한 사람들을 적극 돕고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정당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함 후보는 “제가 운동권으로 공천 받았지만 운동권 심판론으로 선거하는 데가 어딨나. 이조심판으로 선거하는 데가 어딨냐”며 “국민의힘이 서민과 중산층 지지 받고, 잘 잡지 못한 3040 세대, 성공하는 사람 더 북돋아주는 정당으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했다.

경기 김포갑에서 낙선한 박진호 후보는 “제 지역 안에는 전세 사는 분들이 있다. 그분들은 김포와 서울이 통합돼봐야 좋을 게 없다. 전세값 올라가니까”라며 “우리가 좀 더 정밀한 타격을 하지 못한 것도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당무감사 때 전혀 나오지 않은 이야기가 공천 시즌만 되면 튀어나온다”며 “그런 검증이 불가피하다면 그 직전에 했던 당무감사 때 했어도 되는 일”이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세종시 갑에서 낙선한 류제화 후보는 “제가 현장에서 만난 시민은 집권여당마저 심판론을 제기하니까 실망했다”며 “민주당이야 야당이니까 그렇다 치자. 집권여당은 여러 행정 여건과 수단을 갖고 있는데 국민을 향해 이야기해야지 야당 심판론을 제기하냐. 그게 무능해보인다고 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곧 나올 전당대회에서 민심과 가까이 있는 날 것의 니즈를 반영할 수 있는 리더십이 들어서야 한다”며 “그런 리더십이 들어설 수 있도록 전대 룰도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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