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불법승계 재판 본격화, 사법위기 최종 국면
檢 “삼성그룹 헐값에 지배하기 위해 불법행위”
초호화 변호인 구축, 법리·여론 동원 총력전 예고

ⓒ뉴시스
ⓒ뉴시스

【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삼성그룹 총수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또 다른 재판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구치소 수감 경험을 하게 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공여 혐의에 대한 재판과 별개로 과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둘러싸고 이 부회장의 불법행위가 있었는지를 따지는 또 다른 재판이 시작된 것이다. 서로 다른 재판이지만 모두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 경영권을 얻기 위해 불법을 저질렀는지를 가린다는 점에서 다르지 않다. 사실상 이번 재판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정당성을 가르는 최종국면이라는 점에서 검찰과 삼성 측의 총력전이 예상되고 있다.

“적은 돈으로 삼성 쥐려다 결국 탈”

삼성그룹은 창업주 故이병철 회장에서 이건희 회장, 이재용 부회장으로 3대에 걸쳐 오너일가 총수 체제를 이어오고 있다. 특히 이 회장에서 이 부회장으로 부의 승계를 둘러싼 불법 논란은 오랫동안 지속돼 왔다.

3대에 걸친 경영권 승계 과정의 잡음이 수면위로 떠오른 것은 지난 1996년에 불거진 ‘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발행’ 사건이다. 이 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이 부회장에게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헐값에 넘겨 에버랜드에 970억원 가량의 손해를 끼쳤다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혐의로 이 회장이 재판에 넘겨졌던 사건이다. 당시 이 회장은 추가된 ‘차명계좌 불법 비자금 의혹’까지 더해지면서 구속 위기에 몰렸지만 대법원 무죄판결과 정권 차원의 특별사면 등으로 위기에서 벗어났다. 반면 아들이자 그룹 후계자였던 이 부회장은 당시 증여받은 돈과 넘겨받은 에버랜드 전환사채로 지금 그룹 지배 기틀을 마련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회장에서 이 부회장으로 부와 기업 경영권이 승계되는 마지막 단추인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위법성 문제가 불거지며 다시 삼성 총수일가는 사법위기에 빠지게 됐다. 많은 돈을 들이지 않기 위해 편법적인 방법을 동원해 승계 작업을 벌이는 과정에서 불법행위가 벌어졌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삼성전자 지분을 직접 보유하는 대신 계열사를 통해 우회적으로 오너일가가 그룹을 지배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상대적으로 적은 돈이 들어가는 것은 물론 이에 따른 세 부담도 경감된다. 지배구조 투명성 등이 강조되는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지 않아도 된다.

삼성그룹은 그룹 시가총액 2/3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것이 경영권의 핵심이다. 따라서 삼성전자 지분을 직접 보유하는 것이 간단하고 명확한 방법이다. 하지만 국내 최대이자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삼성전자의 지분을 사들이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본 투입이 불가피하다.

실제로 이 회장과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이 총 5%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내부 지분율이 ‘취약’하다는 약점을 가지고 있다. 직접 지분을 보유하는 것이 아니라면 계열사를 지배하는 지주사의 지분을 확보하는 방식도 있지만 삼성그룹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해야한다는 과제가 먼저 선행돼야한다.

삼성그룹은 총수가 직접지분을 보유하는 것이 아닌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유지해왔다. 이 부회장 또한 선대 총수와 마찬가지로 삼성전자는 물론 삼성생명 등 지배 관련 기업의 직접 보유분을 늘리지 않고 에버랜드를 통해 간접 지배하는 방식을 택했다.

검찰의 공소장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지난 1994년 증여받은 61억4000만원(증여세 제외하면 40여억 원)으로 에스원과 삼성엔지니어링 등 계열사 주식매입 후 계열사 상장의 방식으로 증식자금을 마련했다. 검찰은 이후 이렇게 불린 자금으로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헐값(주당 7700원)인수하고 주주인 다른 계열사는 실권하는 방식으로 에버랜드의 31.37%의 주식을 확보, 에버랜드가 삼성생명 지분 19.34%를 매입해 에버랜드를 정점으로 ‘이재용(31.37%)→ 에버랜드(19.34%)→ 삼성생명(7.21%)→ 삼성전자’라는 이 부회장 중심의 그룹 지배권 승계기반을 구축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이 부회장 등에게 최소비용으로 경영권을 승계하고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삼성그룹이 ‘프로젝트 G’라는 승계 계획을 마련했다고 파악했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이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제일모직(舊 에버랜드)이 삼성물산을 흡수·합병해 통합 삼성물산의 지배력을 키우는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이 작은 회사로 큰 기업을 지배하는 기형적 구조는 적은 돈으로 전체 그룹에 대한 지배권을 승계할 수 있는 이점을 갖지만, 지주회사 규제와 금산분리 규제 등 제도 위반 위험성을 안고 있다.

결국 흡수합병 구조를 갖추기 위해 제일모직 규모를 키워야했고 그 과정에서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가치를 부풀리는 ‘분식회계’ 등 불법적인 방법을 동원했다는 게 검찰의 해석이다.

검찰은 미래전략실 주도로 합병 거래의 각 단계마다 ▲거짓 정보 유포 ▲중요 정보 은폐 ▲허위 호재 공표 ▲주요 주주 매수 ▲국민연금 의결권 확보를 위한 불법 로비 ▲계열사인 삼성증권 PB 조직 동원 ▲자사주 집중매입을 통한 시세 조정 등 회사 차원의 불법행위가 있었고 그 결과 삼성물산 주주 등에게 피해를 입혔다고 결론지었다.

시민단체들도 결국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을 헐값에 지배하기 위해 불법행위를 벌인 것으로 보고 있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 단체들도 지난 16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검찰의 공소장을 분석한 결과 이와 같이 평가했다.

이날 참여연대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피의자들은 삼성물산의 가치를 인위적으로 낮추고, 제일모직의 가치는 상승시키기 위해 회계사기를 비롯한 온갖 불·편법을 자행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 과정에서 국민연금을 비롯한 삼성물산의 주주들은 막대한 피해를 입었으며, 박근혜 전 대통령의 측근에게 뇌물을 공여하는 국정농단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이달 1일 이 부회장 등을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시세조종행위, 업무상 배임, 외부감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고 오는 10월 22일 첫 공판준비기일을 기점으로 재판이 진행된다.

ⓒ뉴시스
ⓒ뉴시스

초호화 변호인단, 공고해진 이재용·삼성 방어 태세

검찰의 기소 이후 삼성과 이 부회장 측의 방어 태세도 공고해지고 있다. 우선 초호화 변호인단을 꾸려 “검찰의 공소사실은 수사팀의 일방적 주장일 뿐”이라며 법률적으로 부당함을 입증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은 이달 초 입장문을 내고 검찰의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변호인단은 “이 사건 공소사실인 자본시장법 위반, 회계분식, 업무상 배임죄는 증거와 법리에 기반하지 않은 수사팀의 일방적 주장일 뿐 결코 사실이 아니다”라며 “투기펀드인 엘리엇 등이 제기한 여러 건의 관련 사건에서의 법원 판결을 통해 삼성물산 합병은 ‘정부규제 준수’, ‘불안한 경영권 안정’, ‘사업상 시너지효과 달성’ 등 경영상 필요에 의해 이루어진 합법적인 경영활동이고, 합병과정에서의 모든 절차는 적법하게 이루어졌다는 판단을 받았다”고 반박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에 대해서도 금융당국의 결정이 수차례 번복됐다는 점과 12명의 회계 전문가들도 회계기준 위반이 아니라는 의견을 제시했다는 점 등을 들어 위법성을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이 부회장 측에서 요청했던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에서 내린 기소 중단 결정을 내렸음에도 검찰이 이를 무시하고 기소를 강행, 납득하기 어렵고 승복할 수 없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법리적 주장과 동시에 화려한 변호인단도 눈길을 끌었다. 앞서 검찰의 수사 당시 검찰 특수통 출신으로 꾸려졌던 변호인단은 재판을 앞두고 판사 출신으로 변호인단을 재편됐다. 공식화된 것은 없지만 관련 비용 천문학적일 것이란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1기 변호인단에 이어 새로 꾸려진 2기 변호인단도 면면도 화려하다.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찰청 조직범죄과장 등을 지낸 이준명 변호사를 비롯해 7명의 변호사가 기소 이후 사임하고 대법원 수석재판연구원과 서울고법 판사 등을 지낸 법무법인 태평양 송우철 변호사를 비롯해 권순익·김일연 변호사, 법률사무소 김앤장 하상혁·최영락·이중표 변호사 등이 새롭게 변호인단에 합류했다. 이후 합류한 화우의 유승룡 변호사 등을 포함해 총 12명 정도의 변호인단 중 10명 가량이 판사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 부회장 측이 검찰 수사에는 검찰 출신 변호인단을, 재판 단계에 접어들면서 판사 출신으로 ‘맞춤형’ 변호인단을 구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

화려한 면면만큼 이를 위해 투입되는 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 법원·검찰 고위직을 지낸 전관 변호사의 경우 시간당 100만원 선에서 시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서는 꾸려진 변호인단의 무게감을 감안했을 때 시간당 급여만 100만원 이상, 전체 변호사 비용만 100억원대에 이를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막대한 비용을 누가 감당할 것인가에 대한 추측은 분분하지만 아직까지 분명하게 드러난 것은 없다.

ⓒ뉴시스
ⓒ뉴시스

총수 이재용 둘러싼 치열한 여론 공방전 

법률적 대응 외에도 여론 상황은 이 부회장에게 닥친 위기에 큰 변수로 작용된다. 현재 일부 시민단체 등에서는 검찰의 공소사실에 힘을 실으며 이 부회장의 불법행위를 규탄하고 있는 반면 일부 학계와 언론 등에서 검찰의 기소 적절성을 문제 삼기도 한다. 일부 언론 등에서 이 부회장의 사법리스크로 인한 삼성 경영 공백 등 경제적 여파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특히 최근 이 부회장의 적극적 경영행보가 주목 받고 있다. 이 부회장이 도미타 고지 주한 일본대사를 만나 기업인 입국 제한 논의를 진행하는가 하면 이달 진행한 하반기 신입사원 채용 추진과 관련해 지난해 삼성이 약속한 180조원 투자 4만명 채용 약속 이행 여부가 언론에 주목받기도 했다.

이 부회장 개인의 범죄를 삼성 경영 결정과 분리해 판단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지만 경영인으로서 역할과 책임이 부각된다는 점에서 이 부회장에게 유리할 수 있는 대목이다. 따라서 이번 재판을 앞두고 이 부회장과 삼성이 여론전에도 주력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다만 검찰 또한 과거 삼성이 막대한 자금을 들여 언론을 관리했다는 조사결과를 공소장에 담아내 여론 신뢰성을 두고도 공방이 예상되고 있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삼성이 거액의 광고를 집행해가며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여론 조성에 나섰다는 점도 담아냈다. 검찰은 삼성이 과거 삼성물산 주주였던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의 합병 반대에 부딪히자 엘리엇을 ‘시세 차익만 노리는 투기 세력’으로 규정해 합병의 문제점을 숨기고, 조작된 합병 시너지 효과를 조직적으로 언론에 기사화했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이 2015년 6월부터 미전실과 삼성물산 홍보팀을 지휘해 평소 알고 지내던 언론사 임직원과 기자에게 합병에 유리한 내용의 기사 작성을 수시로 요구하는 가하면 합병 주주총회를 앞두고 나흘간 36억원 남짓의 의결권 위임 관련 광고를 집행했다는 점도 여론전 주도 정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특히 한 무료 일간지 대표에겐 부정적 기사를 문제 삼아 편집국장을 해고하지 않으면 광고와 협찬을 줄이거나 끊겠다고 압박하고 우호적인 의견의 보도를 위해 저명인사를 동원하는 등 등 보도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조사결과를 공소장에 담아냈다.

이 부회장은 본격 시작된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뿐 아니라 막바지에 다다른 국정농단 사건까지 두 재판을 동시에 대응해야하는 상황에 처해졌다.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를 다투는 국정농단 사건 재판도 곧 재개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뇌물 공여액을 50억 원 추가로 인정하면서 국정농단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이 부회장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했던 정준영 부장판사가 다시 재판을 맡는 게 부당하다는 검찰의 재판부 기피 신청을 대법원이 이달 기각결정을 내리면서 재판이 속개될 전망이다.

이 부회장 측은 재판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변호인단은 입장문을 통해 “피고인들은 재판에 성실히 임할 것이며, 검찰의 이번 기소가 왜 부당한 것인지 법정에서 하나하나 밝혀 나가겠다”며 “비록 검찰의 이번 기소로 인하여 삼성그룹과 피고인들에게는 많은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이에 흔들리지 않고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현재의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데 힘을 보태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