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택배 30대 택배기사 과로사 추정 사망
과로사대책위, 롯데택배 본사 앞 기자회견

분류작업 중인 롯데택배 배송기사, 해당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뉴시스
분류작업 중인 롯데택배 배송기사, 해당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뉴시스

【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롯데택배에서 일하던 30대 배송기사가 사망해 택배업계 과로사 논란이 재점화됐다. 과로사대책위는 주요 택배사들이 택배노동자의 과로를 줄이기 위해 분류작업에 인원 추가 투입 등 환경 개선을 약속했음에도 현장은 전혀 바뀐 점이 없다고 질타했다.

택배노동자 과로사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23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롯데 글로벌로지스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말 뿐인 과로사 대책이 결국 또 다른 과로사를 만들었다”며 “과로사 대책을 이행하지 않은 롯데택배는 국민 앞에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경기도 수원에서 롯데택배 소속으로 일하던 30대 배송기사 A씨가 23일인 오늘 과로로 숨진 채 발견됐다.

A씨의 가족과 동료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고인은 매일 아침 6시에 출근하고 오후 9∼10시까지 250여건을 배송하며 하루 14∼15시간 일했다. 이에 신장 190㎝에 체중 110㎏의 건장한 사람이 근무 6개월 만에 20㎏이 빠졌다는 것이 대책위 측의 설명이다.

대책위는 A씨의 사인으로 끊임없이 반복된 과로를 지목하고 있다. 사측의 개선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책위 관계자는 “고인이 근무한 롯데택배 화성터미널에서는 간선차가 늦게 오거나 하차 인력이 투입되지 않아 새벽 2시까지 살인적인 일정으로 ‘까대기(분류작업)’를 진행했다고 한다”며 “지난 10월 택배 과로사가 사회적 문제가 되면서 분류인력 1000명 투입 약속이 있었지만, 화성에서는 단 1명도 투입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A씨가 지인과 주고받은 SNS 메시지 ⓒ과로사대책위원회
A씨가 지인과 주고받은 SNS 메시지 ⓒ과로사대책위원회

또 롯데택배 측에서는 업무량을 축소시키는 등 과로사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허위라고 자료를 들어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롯데택배에서는 고인의 배송한 물량이 200~250개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퇴근 시간도 저녁 7시 정도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고인이 동료와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신저를 통해 사측의 주장이 허위임이 밝혀졌다”라며 “11월 3일 메시지에서는 물량이 300개로 늘어난 것을 알 수 있고, 12월 15일에는 고인은 동료에게 오후 6시 24분 현재 남은 물량이 152개라며 일이 종료되는 시간을 밤 11시라고 밝히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고인은 지난 7월 입사했음에도 고용노동부 근로복지공단에 신고되지 않은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관계자는 “A씨는 롯데택배에서 근무했으나 정부 통계에 잡히지 않는 유령 택배 노동자”라며 “그간 지적해온 산재보험 제외 문제와 관련해 사측 책임이 있는지 따져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택배노동자 과로사를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법적 장치인 생활물류서비스법은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여야 대치로 임시국회 통과가 불투명하다”며 “롯데택배는 과로사에 대해 사과하고, 국회는 생활물류법을 연내에 통과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사망사고와 관련해 정의당 또한 성명을 내고 택배 노동자를 위한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정의당 조혜민 대변인은 이날 낸 성명에서 “말 뿐인 약속 때문에 롯데택배 소속의 한 택배 노동자가 과로사했다”며 “대체 얼마나 많은 노동자가 쓰러져야, 죽어야 바뀌나. 롯데택배는 책임 있게 입장을 밝히고 대책을 마련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어 “국회 역시 마찬가지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연내 제정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책위에 따르면 과로사로 사망한 택배기사가 올해만 총 16명에 달하는 등 택배기사 과로사 논란은 끊임없이 불거지고 있다. 앞서 지난 1일 고용노동부가 CJ대한통운을 비롯한 대형 택배회사 4곳을 대상으로 긴급 점검을 벌인 결과, 130여 건의 안전보건조치 위반 사례를 적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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