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미성년자를 협박해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혐의로 기소된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이 항소심에서 일부 감형을 받았다.
서울고법 형사9부(부장판사 문광섭)는 1일 조주빈의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청소년성보호법) 위반(음란물 제작·배포 등), 범죄단체조직 등 혐의 항소심에서 징역 45년을 선고한 1심을 파기하고 징역 42년을 선고했다.
다만 신상정보 공개·고지 10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및 장애인 복지시설 취업제한 10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30년, 1억여원 추징 등 명령은 1심을 유지했다.
조주빈은 지난 2019년 8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미성년자 8명과 성인 17명을 협박해 성착취물을 제작하고 텔레그램을 통해 이를 판매·배포한 혐의로 기소됐다.
아울러 2019년 9월 박사방 가담자과 함께 피해자들을 협박해 성착취물 제작·유포 범행을 목적으로 범죄집단을 조직한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앞서 1심은 조주빈의 청소년성보호법 위반, 범죄단체조직 등 혐의에 대해 총 징역 40년을 선고했다.
또 조주빈에게는 박사방 범죄수익을 가상화폐로 지급받아 환전하는 방법으로 약 1억800만원의 수익을 은닉한 혐의가 추가돼 1심에서 징역 5년이 추가 선고됐다. 이 사건은 항소심에서 병합돼 심리가 이뤄졌다.
항소심 재판부는 조주빈의 형량을 징역 45년에서 42년으로 감형했다.
재판부는 “조주빈은 전무후무한 성착취 범죄집단을 조직해 조직원들에게 역할을 분담하도록 하고 다수 피해자를 유인해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했다”면서 “이 과정에서 제3자에게 미성년자인 피해자를 성폭행하도록 지시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성착취물이 수많은 참여자들을 통해 배포됐고 앞으로도 계속 유포될 가능성이 있어 피해를 회복할 수 없는 지경”이라며 “피해자들이 엄벌을 요구하고 있으며 모방범죄의 예방적 차원에서 엄벌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조주빈 아버지의 노력으로 원심에서 일부 피해자와 합의했고, 당심에서도 추가 합의가 이뤄져 유리한 정상으로 고려할 수 있다”면서 “장기간의 수형기간을 통해 교정 개전될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할 수 없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조주빈과 함께 기소된 공범들도 일부 감형을 받았다. 전 1심에서 징역 16년을 선고받은 사회복무요원 강모(25)씨는 항소심에서 징역 13년을 선고받았으며,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은 전 거제시청 공무원 천모(30)씨는 징역 13년으로 감형됐다.
박사방 유료회원 임모씨와 장모씨는 각각 1심과 같은 징역 8년과 징역 7년을 선고받았으며 미성년자인 이모(17)군은 장기 10년·단기 5년의 형량이 유지됐다.
이날 선고 이후 피해자 지원단체들은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판결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텔레그램성착취공동대책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조은호 변호사는 “범죄단체조직 혐의 적용은 발달된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산업화되고 조직화된 성착취가 개인의 일탈이 아닌 중대한 범죄라는 것을 천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 “이 사건이 앞으로 디지털성범죄 사건 처벌의 기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유영 활동가는 “감형돼 다소 아쉬움을 남겼지만 1심에 이어 범죄단체조직죄 적용을 유지한 이번 선고는 디지털 성범죄의 특징을 재판부가 이해하고 이들 모두 범죄단체 조직원으로 엄중히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며 “가슴을 졸이며 재판 결과를 기다리고 있을 피해자분들에게 이번 판결이 위안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국성폭력상담소 노선이 활동가는 “조주빈, 문형욱 등 가해자들이 만들어 낸 피해의 사슬은 추가적인 피해를 양산하고 있다”면서 “그렇기에 이번 사건의 주요 가해자들에 대한 제대로 된 처벌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판결은 디지털 성폭력이 피해자에게 얼마나 큰 피해를 남기는지 직시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더 이상의 디지털 성폭력 피해가 양산되지 않도록 더 제대로 된 판결을, 더 많은 확실한 처벌을 원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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