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애매모호한 화법 구사
간접 화법 통해 답답함만 가중
27일 대권 도전한다지만 과연
정치초년생, 견제 견뎌낼 수 있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잠행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대선까지는 이제 260여일 정도 남았다. 이제는 대선 열차에 탑승을 해야 하지만 아직도 언제 탑승할 것인지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8월 국민의힘 대선 경선 버스에 탑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전 총장 측도 이 대표의 뜻과 상충하지 않는다면서 국민의힘 입당 가능성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명확한 집권 플랜을 이야기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6말7초.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 붙은 단어이다. 대권까지 이제 9개월도 남지 않았지만 아직도 윤 전 총장의 대권 도전은 감감무소식이다. 그동안 측근들이나 지인들을 통해 자신의 의사를 알려왔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발언이 왜곡·전달된 경우가 발생했다. ‘10원짜리 한 장’ 발언이 대표적이다.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이 윤 전 총장을 만났고, 그 이후 정 의원은 기자들에게 “윤 전 총장이 ‘내 장모가 사기를 당한 적은 있어도 누구한테 10원 한 장 피해준 적이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자 논란이 되면서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이후 정 의원은 10원짜리 한 장 발언과 관련해서 “자신이 윤 전 총장이 사석에서 친구와 술잔을 기울이면서 한 얘기를 기자들에게 전하는 과정에서 표현이 와전됐다”고 밝혔다. 윤 전 총장이 사건의 유무죄 여부와 관계없이 장모 사건이 사건 당사자에게 금전적 피해를 준 것은 아닌 것으로 안다는 취지로 이야기를 한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직접 당사자 즉 윤 전 총장이 직접 이야기를 하지 않고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윤 전 총장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을 택하면서 그에 따른 구설수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현재는 이동훈 대변인을 임명함으로써 그 구설수가 비교적 많이 사라졌지만 아직까지 윤 전 총장의 언행을 곡해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이런 이유로 정치권 안팎에서는 윤 전 총장이 하루라도 빨리 대권 도전을 선언하고, 국민 앞에 자신의 정책과 비전을 이야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윤 전 총장의 행보를 기자들에게 알리는 방식 역시 비판을 받고 있다. 윤 전 총장 측은 지난 15일 윤 전 총장이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을 방문한 사실을 기자들에게 알렸다. 하지만 시점은 ‘11일’이었다. 즉 나흘이나 지난 후 알렸다는 점이다. 이는 흔히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사용하는 방식이다. 차기 대권 주자라면 나흘이 지난 시점에서 기자들에게 방문한 사실을 알릴 것이 아니라 미리 기자들에게 일정을 공지하고, 기자들과의 소통을 해야 하는 방식을 취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윤 전 총장은 나흘이 지난 시점에서 자신의 일정을 알리는 방식을 취했다. 비단 김대중도서관 방문만이 아니다. ‘언제 어디서 누구를 만난다’가 아니라 ‘지난 XX일에 어디서 누구를 만났다’는 방식으로 기자들에게 알려왔다. 그러다보니 기자들은 윤 전 총장에 대해 제대로 알지를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소위 ‘뻗치기’를 해서 일문일답을 해야 하는데 윤 전 총장의 행보는 철저히 비밀주의로 일관하고 있다. 이에 윤 전 총장의 정책이나 비전 혹은 공약 등을 기자들이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메시지의 모호성
메시지를 주는 방식 역시 애매모호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윤 전 총장이 ‘언제’ 출마 선언할 지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알려준 바가 없다. 또한 윤 전 총장이 왜 대권을 도전하는지에 대해서도 명확히 한 바도 없다. 집권 플랜 역시 명확하지 않다. 국민의힘 입당 여부도 명확하지 않다. 윤 전 총장이 지난 9일 첫 공개 일정에 나섰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오후 서울 남산예장공원에서 열린 우당 이회영 선생 기념관 개관식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차기 대선 출마에 대해 “국민 여러분의 기대 내지는 염려를 경청하고 있다. 좀 지켜봐 달라”고 이야기했다. 국민의힘 입당 여부에 대해서도 “거기에 대해서는 제가 아직”이라고 말을 흐렸다. 그러면서 “오늘 처음으로 제가 나타났는데 걸어가는 길을 보시면 차차 아시게 되지 않을까 싶다”고 답했다. 이미 대변인을 통해서 자신의 뜻과 의사를 밝히고 있는 상황이고 사실상 대권 도전 선언한 상황에서 윤 전 총장은 아직도 자신이 갖고 있는 생각이나 비전 등에 대해서 명확한 메시지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보수 야권에서도 윤 전 총장은 필경 ‘야권 대선주자’이지만 그에 따른 실망감이 높아지고 있다. 자신의 정치적 생각을 하루라도 빨리 표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윤 전 총장이 ‘짠’하고 입당한다면 당원들이 환호해줄 것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말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른바 ‘간보기’가 극심하다는 것이다. 보수야권에서도 ‘윤석열’이라는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서 ‘불안감’이 엄습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윤석열이라는 사람이 갖는 브랜드가 무엇이며, 그에 따른 집권 플랜이 어떤 것이고, 향후 보수 야권과는 어떤 관계를 가질 것인지에 대해서 알고 싶다는 분위기다. 물론 6말7초에 대권 도전 선언을 하게 된다면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출마선언에 대해 불안감을 갖는 보수 지지층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그동안의 화법을 볼 때 과연 출마선언문에 ‘정책’이나 ‘비전’을 얼마나 명확하게 담아낼 수 있을 것이며, 그에 따른 집권 플랜도 얼마나 명확하게 담아낼 수 있을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과연 ‘토론’에 강한 인물인지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들게 만드는 사건이 발생했다. 앞서 언급한 김대중도서관 방문 당시 방명록에 글을 남겼는데 “정보화 기반과 인권의 가치로 대한민국의 새 지평선을 여신 김대중 대통령님의 성찰과 가르침을 깊이 새기겠습니다”라는 내용이었다. 문맥을 고려할 때 ‘지평선’은 ‘지평’으로, ‘성찰’은 ‘통찰’로 표기해야 하는 단어들이다. 검찰총장 출신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단어를 잘못 사용’했다는 것 자체가 실수로 치부하기에는 중대한 사안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TV토론이나 언론 인터뷰 등에서 실수를 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방명록을 작성하기 위해서는 상당히 많은 시간을 고심했을 것으로 추정이 되는데 단순히 실수를 했다고 하기에는 단어 선택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는 TV토론이나 언론 인터뷰에서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실수이다. 그리고 메시지 전달의 왜곡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윤 전 총장이 국민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실제로 전달된 메시지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동안 윤 전 총장은 직접 국민에게 메시지를 전달한 바가 없다. 그런데 대권 도전 선언하고 난 후에는 직접 국민에게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그런데 방명록과 같은 단순 실수를 반복하게 된다면 메시지 전달의 왜곡 현상이 발생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메시지 전달 왜곡 현상은 상대 대권 주자에게는 좋은 먹잇감이 될 수밖에 없고, 정치 초년생인 윤 전 총장에게는 시련이 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윤 전 총장에게는 실수를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이유로 보수 야권에서도 윤 전 총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윤 전 총장이 전달하는 직접 메시지에 국민들이 실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중대한 치명타
그런데 지금까지의 언행 등을 살펴보면 ‘간접 화법’에 ‘애매모호’를 띄고 있다는 것은 중대한 치명타가 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도 ‘간접화법’에 ‘애매모호’를 띄었는데 대권 도전을 선언하고 난 후에는 구체적이면서 직접적 화법을 얼마나 구사할 수 있을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보수 야권 일부에서는 ‘애드벌룬’이 띄워졌는데 하늘로 오르기도 전에 가스가 새어나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즉, 지지율의 거품이 빠지면서 소리소문 없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권 도전 하기 전까지만 해도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하다가도 대권 도전 한 후에 지지율 거품이 빠진 사례가 엄청나게 많다는 점을 살펴보면 윤 전 총장의 행보도 그렇게 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이다. 안 대표가 대권 도전을 하려고 했을 때 엄청난 돌풍을 일으켰지만 대권 도전 선언 이후 엄청난 실망을 유권자들이 해야 했다. 그것은 안 대표의 메시지와 언어가 상당히 서툴렀다는 것을 인지했기 때문이다. 물론 최근에는 메시지와 언어가 상당히 세련되면서 정제된 언어를 사용했지만 초반에는 그러하지 못하면서 지지율 거품이 빠지기 시작했다. 윤 전 총장의 행보도 비슷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정치인의 메시지는 직설적이면서도 명확해야 국민을 설득할 수 있다. 자신이 정치에 뛰어든 이유에 대해 명확하게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벌써부터 정치권에서는 ‘간석열’이라는 별명이 생겼다. ‘간 보는 윤석열’이라는 뜻이다. 물론 윤 전 총장은 검증 기간을 짧게 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해서 출마 선언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시점을 저울질하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다. 하지만 직선제 하에서는 국민 앞에 검증의 시간이 짧으면 짧을수록 오히려 당선에서 멀어지는 경향이 강하다. 왜냐하면 검증의 시간이 부족하게 된다면 유권자로서는 대권 주자의 언행 하나하나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 문제는 윤 전 총장은 정치초년생이라는 점이다. 그런 이유로 실수는 잦아질 수밖에 없고, 정치적 메시지는 서투를 수밖에 없다. 그것은 치명타를 안겨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의혹 하나하나에 거대한 소용돌이가 될 수밖에 없다. 검증의 시간이 짧다는 것은 경쟁 대권 주자가 공격하기 좋은 빌미를 제공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차라리 검증의 시간을 길게 갖고 검증을 한다면 수사기관을 통하거나 언론을 통해서라도 검증을 받게 되고, 훌훌 털어버린다면 그만큼 대권에 한발 다가갈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하지만 검증의 기간이 짧게 된다면 각종 의혹은 더욱 부풀려질 것이고, 그에 따른 후폭풍은 상당히 거세질 수밖에 없다.
27일 출마 선언
이런 가운데 이동훈 대변인이 오는 27일 대권 출마 선언을 할 예정이며, 국민의힘에 입당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아서 주목받고 있다. 집권 플랜이 어느 정도 입장 정리가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지금과 같이 애매모한 발언이 계속될 경우 그에 따른 경쟁 대권 주자들의 견제가 더욱 극심할 것이고, 그에 따라 지지율 거품이 무너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윤 전 총장 측도 우려하는 부분이 그런 부분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이유로 ‘비문’ 연대를 만들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비문’연대를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구사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이 나온 것도 아니다. 결국 윤 전 총장이 어떤 식의 집권 플랜을 갖고 있는지 아직도 명확하게 나온 바가 없다. 이는 윤 전 총장에게는 가장 치명타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윤 전 총장 측은 여야 양측의 협공에 대해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선두를 달리는 대권 주자에 대해 후발주자들의 견제가 극심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적극 대응을 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또 다른 의혹을 낳게 되고, 그로 인해 지지율 거품이 빠지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정치초년생이 감당하기에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문제는 이를 지켜줄 방패막이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조직을 갖추고 있지도 않은 상황이다. 국민의힘으로 들어가게 된다면 그에 따른 공격만 늘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윤 전 총장에게는 쉽지 않은 대선 가도가 펼쳐지는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