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연봉 오너 보수 비중 높은 CJ·오리온홀딩스 1·2위
【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지난해는 코로나바이러스-19(코로나19) 악재 속에서도 임직원에게 억대 연봉을 준 기업이 70곳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액 보수를 받는 미등기임원 오너의 보수 비중이 높은 CJ와 오리온홀딩스가 평균 연봉 순위 1, 2위를 차지했다.
2일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지난해 미등기임원과 일반 직원을 합친 임직원의 1인당 연간 급여가 1억원 넘는 기업이 68곳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0년 사업보고서(12월 결산법인 기준)를 제출한 상장사 1700여 곳의 CEO급 등기임원을 제외한 미등기임원과 부장급 이하 직원으로 구분해 조사한 결과다. 연봉은 해당 그룹별 인건비 총액을 전체 고용 인원으로 나눈 값으로 계산했다.
연봉 1억 클럽 가입 기업 수는 2019년 대비 2020년에 30% 이상 급증했다.
지난 2019년에도 연봉 1억 클럽에 가입했던 곳은 52곳으로 작년에 새로 합류한 기업은 16곳이다. 네이버, 스튜디오드래곤, 엔씨소프트, 금호석유화학, 키움증권 등이 작년에 연봉 1억 클럽에 신규 가입했다.
작년 연봉 1억 클럽에 가입한 68곳의 총 임직원 인건비 규모는 23조7669억원으로 이는 전년도 20조6711억원보다 3조원(15%) 넘게 증가했다. 같은 기간 임직원 수는 19만4833명에서 19만8322명으로 1년 새 3489명(1.8%)이 늘었다. 인건비 규모가 15% 정도 많아질 때 고용은 증가 폭은 1%대 수준에 그치면서 임직원에게 돌아간 보수는 상대적으로 더 높아졌다.
실제 조사 대상 68개 기업의 2019년 임직원 평균 연봉은 1억609만원에서 2020년에 1억1984만원으로 한 명당 평균 1374만원이 증가했다. 연봉 상승률도 13% 수준으로 인건비 증가분만큼 올랐다.
작년에 임직원 연봉이 2억원 넘는 곳은 5곳이었다.
CJ(4억9407만원)와 오리온홀딩스(3억2380만원)이 연봉 순위 1위와 2위를 차지했다. 지난 2019년에는 오리온홀딩스(4억4783만원), CJ(3억7198만원)에서 1년 새 순위가 바뀌었다.
CJ의 경우 코로나19 악재에도 불구하고 연봉이 더 늘어난 것이다. CJ의 고연봉 배경에는 미등기임원으로 재직 중인 오너 연봉 비중이 높은 영향이 크다.
작년 CJ 사업보고서에 의하면 임직원 53명에게 총 261억원을 지급해 1인당 평균 연봉이 5억원에 육박한다. 이 중 미등기임원 1인당 연봉은 10억원을 넘어서며 조사 대상 기업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등기임원으로 재직하고 있는 이재현 회장의 경우 작년 한 해 67억원의 보수가 지급됐다. CJ는 임원을 제외한 부장급 이하 일반 직원 평균 연봉을 따로 산출해보면 1억6203만원 수준으로 전체 평균 연봉과 차이를 보인다.
오리온그룹 지주회사인 오리온홀딩스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 회사는 작년에 임직원 10명에게 32억 원의 인건비를 지급해 임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이 3억2000만원이다. 이 회사에는 오너가인 담철곤 회장과 이화경 부회장이 미등기임원으로 재직 중인데 지난해 이들에게 지급한 급여는 각각 담 회장 14억원, 이 부회장 11억원으로 총 25억원 정도다.
이는 작년 이 회사 영업이익의 19%, 같은 해 전체 임직원에게 지급한 인건비의 80% 정도다.
담 회장과 이 부회장의 급여를 제외하고 임직원 연봉을 따로 산출해보면 이 회사는 연봉 1억원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이외 DSC인베스트먼트(2억2133만원), 셀트리온헬스케어(2억1402만원), 부국증권(2억641만원) 등도 작년 임직원 평균 연봉 2억원을 넘어섰다. 이중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사업보고서에 임직원 평균 급여액을 1억9000만원으로 명시됐다. 하지만 총 인건비 288억원을 135명으로 나눈 실제 평균 금액은 2억원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밖에도 한양증권(1억8150만원), 에이티넘인베스트(1억7077만원), LG(1억6528만원), 메리츠증권(1억6247만원), KB금융지주(1억5487만원), BNK금융지주(1억5363만원), 한국금융지주(1억5326만원) 등이 작년에 임직원 평균 연봉 1억5000만원을 넘어섰다.
국내 매출 1위 기업 삼성전자은 1억2656만원으로 26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외 제조·서비스업 관련 회사 중에서는 비상장회사인 SK에너지(1억2116만원, 34위), SK텔레콤(1억2101만원, 35위), 씨젠(1억1459만원, 41위), SK인천석유화학(1억1320만원, 43위), SBS(1억1040만원, 46위) , S-Oil(1억923만원, 48위) 대한유화(1억806만원, 50위) 등이 50위 안에 들었다.
지주사·금융사 등을 제외하면 카카오가 2019년(7999만원) 대비 2020년(1억799만원) 임직원 급여 상승률이 35%로 가장 높았다. 이외 엔씨소프트(22.1%), 포스코인터내셔널(21%)도 연봉이 20% 이상 올랐다.
조사 대상 68개 억대 연봉 기업 중 2019년 대비 2020년에 임원 평균 급여액 자체가 가장 많이 증가한 곳은 ‘이베스트투자증권’으로 2019년 임원 1인당 평균 급여 2억5890만원에서 지난해 6억950만원으로 1년 새 3억5060만원이 증가했다. 임원 연봉 상승률만 무려 135%에 달했다.
일반 직원 대상 2019년 대비 2020년 연봉 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곳은 ‘씨젠’으로 조사됐다. 2019년 1인당 평균 5800만원에서 작년에는 1억264만원으로 연봉 상승률이 77.5%나 됐다. 임원 연봉 상승률도 148.7%(1억5969억원→3억9709만원)로 조사 대상 기업 중 가장 높았다.
이번 조사와 관련해 한국CXO연구소 오일선 소장은 “일부 오너들은 등기임원직을 내려놓아 법적 책임은 따로 지지 않으면서도 고액 보수를 받아가는 행태는 여전하다”며 “ESG를 강조하는 최근 오너가의 급여 수준이 적절한 수준인지에 대한 기준을 좀 더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코로나 이후 제조업체는 임금 상승에 따른 부담감으로 자동화 시스템 도입 등을 더욱 가속화해 고용은 크게 늘지 않고 임금만 올라가는 고임금 저고용 구조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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