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공통 법안 1호, 스토킹 처벌법 통과?
경범죄였던 스토킹 처벌, 형법 올라가나
법무부vs경찰, 결국 이견 좁혀질 듯 보여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현재 경범죄로 분류되고 있는 스토킹을 제대로 처벌하자는 이른바 ‘스토킹 처벌법’이 이번에는 국회의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0여년 전부터 발의됐지만 그때마다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피해자는 속출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여야 모두 이번에는 반드시 스토킹 처벌법을 통과시키겠다고 밝혔다.
지난 4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흉악한 스토커를 두려워하는 대한민국 삼십대 미혼여성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바둑기사 조혜연 프로가 올린 글로 1년 전부터 사업장에 정씨가 나타나 갖은 욕설과 고함을 치고 있으며 교습소에는 초등학생도 다수인데 스토커를 보고 놀라 트라우마가 생겼다는 내용이었다.
이 청원글이 올라오면서 스토커에 대해서 제대로 된 처벌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조혜연 프로 피해, 스토킹 빠진 형사처벌
지난달 23일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3부는 정씨에 대해 재물손괴 등의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심리적 충격을 받고 경찰에 신고하는 등 조치를 취했음에도 형사 사법절차를 통해 제대로 보호 받지 못하는 불안감에 사설 경호원을 고용할 정도로 정신 충격이 심해 보인다면서 업무방해 혐의 등 경제적 손실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지난 5월 정씨를 구속기소한 검찰은 그에게 협박,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보복협박 등), 재물손괴, 건조물 침입, 명예훼손 등 혐의를 적용했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스토킹에 대한 처벌은 없었다. 스토킹은 경범죄로 분류돼서 처벌되기 때문이다. 이런 경범죄인 스토킹을 제대로 처벌하자는 움직임은 20여 년 전에도 있었지만 국회의 문턱을 제대로 넘지 못했다.
15대 국회인 1999년부터 지난 20대 국회까지 스토킹 처벌법이 14건 발의됐다. 하지만 스토킹 범죄 기준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법원에 직접 긴급보호조치를 청구할 수 있는지에 대해 여야간의 의견이 엇갈리면서 매년 국회가 폐회되면서 자연스럽게 폐기됐다.
그리고 그때마다 여성계는 좌절의 눈물을 흘려야 했다. 해마다 스토킹 범죄는 늘어나고 있지만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그 피해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국회가 새로 열릴 때마다 스토킹 처벌법을 처리하겠다는 국회의원들의 각오는 남달랐지만, 매번 용두사미가 됐다.
스토킹 범죄, 하루 평균 15건 발생
경찰청에 따르면 스토킹 범죄 신고는 하루 평균 15건에 달한다. 그 정도로 피해가 심각하지만 스토킹 처벌법은 내용을 놓고 그동안 여야 간 이견 때문에 국회에서 처리가 되지 않았다.
핵심쟁점은 접근금지 등 피해자 보호 조치를 범죄 발생 이전에 할 것인지 이후에 할 것인지 여부다. 경찰은 범죄 예방 단계부터 피해자를 보호하자는 차원에서 범죄 발생 이전을 지지하는 반면 법무부는 범죄 재발 우려가 있을 때만 보호조치를 취하도록 했다.
모두 가해자를 유치장 혹은 구치소에 유치할 수 있도록 한 점은 같다. 한달동안 유치할 수 있으며 1회에 한해 연장이 가능하다. 하지만 그것이 범죄 발생 이전이냐 이후냐를 놓고 경찰청과 법무부가 입장이 엇갈렸다.
국회 내에서도 그동안 여야가 스토킹 처벌법에 대해 다른 목소리를 내왔다. 진보 진영에서는 스토킹 처벌을 보다 적극적인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보수 정당은 스토킹 처벌은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면서 생각을 달리해왔다.
그러다보니 매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지만 21대 국회는 완전히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우선 국민의힘이 적극적이다. 스토킹처벌법에 대해 지난달 국민의힘 성폭력대책특별위원회의 ‘1호 법안’으로 의원 86명이 동참했다.
보다 적극적인 국민의힘, 국회 통과 기대
이는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나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성추행 의혹 등으로 더불어민주당이 코너에 몰리자 국민의힘이 스토킹 처벌법 등을 통해 여성계로부터 인정을 받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그러다보니 국민의힘이 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스토킹 처벌법이 그 어느 때보다 국회 통과가 유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스토킹 처벌법을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도 비슷한 상황이다.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은 “사실은 저희들이 조금 소극적으로 해서 이런 법안이 통과가 안 됐다. 저희 당부터 적극적으로 대응해서 이 법을 발의했기 때문에 무난히 통과하리라고 생각한다”고 언론 인터뷰 등에서 밝힌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다만 앞서 언급한대로 경찰청과 법무부가 스토킹 처벌법 내용을 놓고 아직도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하지만 스토킹 처벌법의 국회 통과 염원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결국 국회 문턱을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번에 통과되면, 스토킹 범죄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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