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윤석열, 정치참여 않겠다 선언해야”
권영세 “부적절”...정진석 “위헌적 요소 있어”
당 지도부, 국민의힘 사람 아니라고 판단
중진, 야권 정권교체의 열쇠 쥐고 있어
【투데이신문 한정욱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 구도가 윤 총장의 승으로 끝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면서 국민의힘은 윤 총장의 정치참여를 놓고 갈등을 보이는 형국이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윤 총장이 정치참여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해야 검찰의 정치적 독립을 쟁취할 수 있다고 발언한 가운데 중진들은 윤 총장의 정치참여는 헌법에 나온 기본권 보장이기 때문에 뭐라할 수 없다고 밝혔다. 윤 총장의 정치참여를 놓고 국민의힘이 바라보는 시선이 다양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2일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갑작스럽게 윤석열 검찰총장을 향해 “정치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라”고 제안했다.
주 원내대표가 윤 총장에게 정치참여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것을 제안한 이유는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윤 총장이 퇴임 이후 국민에게 봉사할 길을 찾겠다고 밝힌 것이 발단이 됐다.
그 이후 여권에서는 사실상 정치참여를 선언한 것이라면서 검찰총장이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고 비판을 했고, 이것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 총장을 업무에서 배제시키려고 하는 이유 중 하나가 됐다고 판단한 것이다.
중진의 반발 이어져
하지만 주 원내대표가 이런 제안을 한 것에 대해 국민의힘 중진들은 반발을 일으켰다. 권영세 의원은 “한 개인이 정치를 하고 말고는 순전히 그 개인이 스스로 결정할 문제”라면서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고 비판했다.
정진석 의원은 헌법상 주권재민의 원칙과 공무담임권·피선거권을 언급하면서 윤 총장이 대선에 나오면 안된다는 주장은 반헌법적이라고 지적했다.
윤 총장의 정치참여하지 않겠다는 선언이 오히려 윤 총장이 무슨 잘못을 한 것처럼 비쳐질 수 있기 때문에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이처럼 지도부와 중진은 윤 총장의 정치참여에 대해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 지도부는 기본적으로 윤 총장을 야권 사람 특히 국민의힘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고 있다.
실제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윤 총장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사람”이라고 규정했다. 이는 윤 총장이 대선 도전을 선언한다고 해도 결코 야권에 유리한 특히 국민의힘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하지 않은 것이다.
비록 윤 총장이 야권 대권주자 1위를 달리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국민의힘 사람이 아니라고 당 지도부는 판단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윤 총장의 정치참여가 크게 와닿는 내용이 아니라는 것이 기본적인 생각인 것으로 보인다.
중진의 생각은 다르다
하지만 중진은 생각이 다르다. 기본적으로 윤 총장은 야권 사람이고, 언젠가 국민의힘과도 통합을 해서 야권 통합 주자로 우뚝 설 사람으로 취급하고 있다. 즉, 2022년 대선에서는 지금의 국민의힘 형태가 아닌 새로운 야권 통합 정당 후보로 윤 총장을 염두에 두고 있는 셈이다.
이는 중진들은 현 국민의힘 내부에서 차기 대선 주자를 물색해서 양성하기 힘들다고 판단한 것이다.
또한 지금의 김종인 체제는 이제 곧 물러날 것으로 판단했다. 김 위원장의 임기는 내년 4월 재보선까지이다. 하지만 당내 경선을 치르고 나면 곧바로 선대위 체제로 전환을 하게 된다. 선대위 체제로 전환하게 된다면 외부 인사들이나 중진들이 당 지도부에 대거 참여하게 된다. 이렇게 될 경우 김종인 체제는 사실상 아무리 늦어도 내년 2월까지가 되는 셈이다.
중진들로서는 당 지도부에 합류해서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오게 되는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윤 총장이 소중한 사람이기도 하다.
또한 내년 재보선이나 2022년 지방선거를 생각한다면 윤 총장에게 무조건 정치참여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것이 국미의힘에게 득이 될 것이 없다고 판단했다.
만약 윤 총장이 오늘이라도 당장 퇴임 이후에도 정치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한다면 윤 총장이 받았던 그 지지율이 뿔뿔이 흩어지게 된다. 문제는 그것을 국민의힘이 흡수할 수 있느냐는 것인데 정치권 안팎에서는 흡수가 안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즉, 그들 상당수는 무당층으로 돌아설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중진들로서는 윤 총장의 정치참여 하지 않겠다는 선언은 청천벽력이나 마찬가지다.
윤석열 정치참여 단순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당 지도부로서는 윤 총장의 정치참여는 단순 문제가 아니다. 국민의힘으로 들어오지 않고 제3지대에서 정치참여를 선언하는 날이 온다면 국민의힘은 공중분해될 수 있다. 즉,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 중 상당수가 윤 총장에게 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국민의힘이 또 다시 분열의 사태를 맞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 지도부로서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모습이기도 하다.
또한 당 지도부로서는 현재 윤 총장에게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대권 주자를 육성시켜야 하는데 언론이 윤 총장을 주목하면서 다른 대권 주자들은 아예 거론조차 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이유로 윤 총장의 정치참여에 대해 당 지도부와 중진의 생각이 다르게 된 것이다. 윤 총장은 일종의 계륵인 셈이다. 버리기에는 아깝고, 갖고 있자니 쓸모가 없는 닭갈비인 셈이다.
윤 총장이 언론 집중을 받으면 받을수록 당 지도부와 중진의 생각은 더욱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정치권 안팎의 시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