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와 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지난 11월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기도행진을 앞두고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뉴시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와 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지난 11월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기도행진을 앞두고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뉴시스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6월 30일 국회에 조속한 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평등법 또는 차별금지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표명한 바 있죠. 이번 21대 국회에서는 정의당의 차별금지법 발의를 시작으로 제정 논의가 시작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이 발의하려는 차별금지법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이 의원이 추진 중인 차별금지법에는 성적지향, 성별정체성을 차별금지사유에 포함해 포괄적인 평등권을 보장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문제는 예외조항에 ‘종교와 전도행위’가 포함됐다는 것입니다. 서울신문의 지난 10일 보도에 따르면 이 의원은 차별금지법 예외조항에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특정한 종교를 신봉하는 사람들의 집회, 단체 또는 그 단체에 소속된 기관에서 해당 종교의 교리, 신조, 신앙에 따른 그 종교의 본질적인 내용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행위’를 명시했습니다.

이 같은 내용이 알려지자 예외조항으로 인해 차별금지법의 취지가 훼손되고 또 다른 차별을 야기한다는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한국불교종단협의회(이하 불교종단협의회)는 지난 17일 이 의원이 추진 중인 차별금지법의 제정을 반대하는 입장문을 냈습니다.

불교종단협의회는 “예외조항에 ‘종교와 전도행위’를 포함하고 이에 대한 불이익 금지와 벌칙규정을 삭제한 것에 심각한 우려와 함께 반대하는 바”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특정종교의 신앙에 따른 행위’를 예외조항으로 포함하는 것은 특정 종교와의 이해관계의 결과물”이라며 “국가인권위의 평등법 기본 취지를 심각히 훼손한 것이며, 또다른 불평등법안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불교종단협의회는 개신교 신자 등에 의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불상 훼손, 사찰 방화 사건 등을 언급하며 “끝없는 훼불사건과 종교편향의 피해를 인내해 온 불교계에 앞으로도 종교를 이유로 한 차별행위와 범죄행위를 지속적으로 용인하라는 말이나 다름없다”면서 “헌법에 명시된 종교의 자유와 기회 균등을 부정하고 종교계 균형을 허무는 법률적 폭력”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 의원의 차별금지법안은 불교종단협의회의 지적대로 차별금지법의 핵심 취지를 훼손하는 법안입니다.

성소수자 혐오, 여성혐오가 가장 빈번하고 강력하게 발생하는 집단 중 하나가 바로 종교집단입니다. 그 중에서도 개신교가 가장 공고한 혐오를 드러내고 있죠.

그런데 특정 종교의 교리와 신앙에 관한 행위는 예외로 두는 것은 종교 내에서는 ‘차별을 해도 된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또 법 적용에 있어서도 그 폭을 특정할 수 없습니다. 사회상규, 특정 종교, 교리 등 명확한 판단을 내리기 어려운 개념을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성소수자뿐만 아니라 여성, 난민 등 다양한 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이들에게는 차별을 허용하고, 차별금지법에 찬성하는 이들은 차별을 금지하는 이상한 형태의 법안인 셈이죠.

이 법안대로라면 ‘전환치료’라는 이름으로 이뤄지는 성소수자에 대한 폭력과 혐오발언이 이뤄지는 퀴어문화축제 반대집회는 허용될 것이고, 결국 사회적 차별을 용인하는 꼴이 됩니다.

헌법 제1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해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 차별을 받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차별금지법 예외조항은 차별금지법을 무력화하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오히려 차별을 일삼는 개신교 집단에 면죄부를 주는 것입니다.

성소수자를 포함한 다양한 소수자들이 차별받지 않을 수 있도록 ‘제대로 된’ 차별금지법 제정이 필요합니다. 이번 21대 국회에서는 반드시 차별금지법이 제정될 수 있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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