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신형이냐 포용형이냐, 딜레마 빠진 국민의힘
쇄신형 요구하는 김종인에 중진들은 거부반응
홍준표 선대위 합류, 김종인 때문에 힘들다?
김종인으로 굳어진 ‘올드 이미지’, 2030 표심은
김종인으로 선대위 치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냐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있다. 김 전 위원장의 합류 여부를 놓고 선대위 성격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에 그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는 것이다. 김 전 위원장은 ‘쇄신형’ 선대위를 요구하고 있지만 윤석열 후보 측은 ‘포용형’ 선대위를 구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여기에 홍준표 의원의 선대위 합류 여부도 변수로 작동되면서 과연 ‘윤석열 선대위’가 제때 출범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선출됐지만 아직까지 선대위 구성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합류 여부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김 전 위원장은 ‘쇄신형’ 선대위를 요구하고 있지만 윤석열 후보 측은 ‘포용형’ 선대위를 고수하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이 직접적으로 표현한 것은 아니지만 윤 후보 캠프 사람들을 ‘파리떼’에 비유하면서 이들을 정리해야 한다면서 쇄신형 선대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윤 후보 측은 경선 후보 시절부터 함께 해온 사람들을 하루아침에 숙청할 수는 없다면서 역할 분담 조율은 있을지언정 아예 버리고 갈 수는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러다 보니 포용형 선대위를 구성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당초 김 전 위원장이 윤 후보가 당 대선 후보로 선출되면 총괄선대위원장에 앉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그 전망은 점차 빗나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최근 나온 여론조사에서 윤 후보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오차범위 밖에서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오면서 이른바 ‘윤석열 대세론’이 강타를 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굳이’ 김 전 위원장을 총괄선대위원장으로 영입을 해야 하느냐는 기류가 윤석열 캠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무엇보다 김 전 위원장이 쇄신형 선대위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 윤석열 캠프 인사들에게는 못마땅한 요구조건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는 비서실장 인선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윤 후보는 당초 장제원 의원을 비서실장에 앉히려고 했다. 하지만 김 전 위원장이 장 의원의 자식 문제를 거론하면서 비서실장에 앉히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하면서 결국 윤 후보는 친구인 권성동 의원을 비서실장에 앉혔다.
4선이 비서실장
그러나 당 안팎에서는 권선동 의원이 비서실장에 앉는 것에 대해 정치적으로 상당히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원래 비서실장이라는 자리는 대선 후보의 의중을 정확하게 간파해서 그에 걸맞은 업무를 보는 자리인데 윤 후보의 친구이자 4선 의원인 인물인만큼 다른 이들에게는 정치적 부담감이 상당하게 됐다. 동시에 윤 후보가 정치적으로 아직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자칫하면 비서실장이 모든 전권을 휘두를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런 이유로 비서실장을 권 의원으로 앉힌 것은 과한 처사가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김 전 위원장이 만약 총괄선대위원장에 임명되면 결국 상왕 정치가 이뤄질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런 가운데 이준석 대표는 김 전 위원장에게 전권 원톱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대표는 “김 전 위원장이 과거 전권을 부여받았던 상황에서는 굉장히 좋은 성과들을 냈고, 일부 권한만 부여받은 상황에선 결과가 그만큼 좋지 않았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김 전 위원장이 총괄선대위원장에 앉게 된다면 그로 인해 중진들은 대거 숙청당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중진들이 좌불안석인 이유는 내년 6월 지방선거 때문이다. 중진들로서는 선대위에서 활약을 해야 내년 지방선거 때 자신의 입김이 작용하게 되고, 그로 인해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진 배제를 하겠다고 김 전 위원장이 요구하고 나서면서 중진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사실상 자신의 입김을 행사할 수 없게 된다. 이는 더 나아가 사실상 중진 용퇴나 마찬가지다.
가뜩이나 세대교체론 때문에 30대인 이준석 대표가 당 대표가 되는 상황 속에서 중진이 대선에서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된다면 앞으로 있을 선거에서 자신의 입김은 더욱 약화될 수밖에 없다.
정치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자신의 존재감이 사라지는 것이다. 그것은 곧 정치적 죽음이 되기 때문이다.
중진의 고민
김 전 위원장의 쇄신형 선대위가 단순히 윤석열 대통령 만들기를 넘어 국민의힘 세대교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중진들로서는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이유는 바로 홍준표 의원의 합류이다. 이미 홍 의원은 윤석열 선대위에 합류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유세차량에 올라가 마이크를 잡는 것도 쉽지 않다는 뜻을 밝혔다.
그럼에도 윤 후보와 당이 설득하게 되면 홍 의원이 어쩔 수 없이 마이크를 잡을 가능성은 열려 있었다.
하지만 김 전 위원장이 총괄선대위원장이 된다면 아마도 홍 의원이 마이크를 잡을 가능성은 매우 낮아지게 된다.
김 전 위원장과 홍 의원의 악연 때문에 홍 의원이 선거운동을 하는 것이 더욱 어렵게 된다. 김 전 위원장과 홍 의원은 1993년 동화은행 비자금 사건으로 악연이 깊은 사이다. 당시 홍 검사가 김종인 경제수석을 비자금 사건으로 구속한 바 있다.
이후 지난해 김 전 위원장이 비상대책위원장 자리에 앉을 때 무소속 홍 의원의 복당 문제를 처리하지 않았고, 홍 의원은 1년 가까이를 야인 생활을 하기도 했다. 그것이 결국 홍 의원이 당 조직을 제대로 장악하지 못하는 계기가 됐고, 윤 후보에게 패배하게 된 것이다. 만약 김 전 위원장이 일찌감치 복당 처리를 했다면 경선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런 악연 때문에 김 전 위원장이 총괄선대위원장으로 앉을 경우 홍 의원은 윤석열 캠프에 합류를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유세차량에서 마이크를 잡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렇게 될 경우 윤석열 후보에게는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 홍 의원은 이번 경선 과정에서 2030세대의 표심을 얻었기 때문이다.
2030세대의 표심을 얻었다는 것은 경선 이후 2030세대가 홍 의원이 경선에서 탈락한 것에 대한 불만으로 대규모 탈당을 한 것에서 알 수 있다.
2030세대의 표심을 얻기 위해서는 홍 의원의 선대위 합류가 필수적인데 김 전 위원장이 앉아 있다면 홍 의원의 합류는 물 건너간 게 되고, 그로 인해 2030세대의 표심은 완전히 떠날 수밖에 없다.
김 전 위원장의 합류는 또 다른 문제를 낳을 수 있는데 ‘올드한 이미지’가 겹친다는 점이다. 김 전 위원장이 선거철만 되면 비대위원장이나 선대위원장을 맡았다. 그리고 선거를 승리로 이끈 장본인이다.
하지만 김 전 위원장의 그런 약효가 이번에도 발휘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이번 선거는 다른 선거와 다르게 2030세대 표심이 절대적이다.
그러자면 선대위가 젊게 변해야 한다. 보다 젊다는 것을 각인시켜줘야 한다. 그런데 선거철만 되면 나타나는 ‘할아버지’ 이미지가 덧씌워지게 된다. 또한 윤 후보가 정치적 경험이 일천하니 ‘김종인’에 의해 좌우되는 꼭두각시라는 이미지도 씌워질 수 있다.
이는 윤 후보에게는 절대적으로 불리한 이미지가 될 수밖에 없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공동선대위원장에 박용진, 김두관 등 비교적 젊은 사람을 앉힌 반면, 국민의힘은 ‘김종인’ 카드를 꺼내들면서 극과 극의 대결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2030세대 표심에 이것이 얼마나 영향력을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가뜩이나 홍 의원이 경선에서 패배한 것에 대해 분노한 2030세대 당원들이 대규모 탈당 러시를 보이고 있는 상황 속에서 홍 의원과 대척점을 보이고 있는 김 전 위원장이 총괄선대위원장에 앉게 된다면 2030세대는 국민의힘에는 미래가 없다면서 또 다시 대규모 탈당을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미 2030세대 당원들은 ‘틀딱의 힘’이라면서 국민의힘이 올드한 이미지가 강하게 됐다고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문제는 김 전 위원장을 영입하지 않는다면 그로 인한 타격은 상당히 커질 수밖에 없다. 이미 대내외적으로 김 전 위원장이 총괄선대위원장 자리에 앉는 것이 기정사실화된 분위기 속에서 만약 김 전 위원장이 총괄선대위원장 자리에 앉지 않는다면 윤 후보는 선대위 출범하기도 전에 삐걱거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그것이 지지율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그러기에 국민의힘으로서는 김종인이 계륵(鷄肋)과 같은 존재나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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