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임인년(壬寅年) 새해가 밝았다. 육십갑자(六十甲子)에 따르면 임인(壬寅)은 ‘검은 호랑이(黑虎)’를 뜻한다. 호랑이는 민족의 상징이기도 하다. 88서울올림픽과 2018평창동계올림픽 마스코트도 모두 호랑이였다. 이런저런 이유로 검은 호랑이에게서 강인한 기운이 느껴진다.
특히 올해는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인 ‘대한민국호’의 선장을 뽑는 해이기도 하다. 누가 우리의 삶과 미래를 5년 동안 책임지며 국가의 명운을 좌우할 사람인지, 올바른 미래 비전을 제시하며 통합과 포용의 시대를 열어 갈 적임자가 누구인지를 가려내야 한다.
현대의 5년은 과거 500년과 맞먹을 만큼의 시간가치가 다르고, 속도는 비교조차 어렵다. 한 번 잘못 선택하면 조선시대만큼의 역사가 통째 날아갈 수도 있는 것이다.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국제관계에서 우리의 위상과 위치를 다질 수 있는 인물이 누구일지, 한명 한명의 판단이 중요해지는 지금이다.
그러나 아직 민심의 향배를 가늠하기엔 변수가 너무 많아 걱정이다. ‘가족리스크’가 대선판을 흔들더니 후보토론에 갈증 난 수백만 명은 경제유튜브 방송으로 몰려갔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60%가까이 치솟던 정권교체 열망은 시들었고 ‘양강구도’는 기울기 시작했다.
여기에 탄핵대통령은 ‘감옥’에서 나왔고 풀어 준 현직 대통령의 지지율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대선이 임박할수록 후보교체론은 물론 거세질 단일화 압박까지. 민심이 요동칠 이슈는 여전히 태풍전야다. 유권자들의 기대와 우려가 교차되는 이유다. 지혜로운 판단이 더욱 절실하다.
그러나 누가 당선되든 차기정부의 최우선 과제는 국민통합이다. 국민통합 의미가 담겼던 지난 정권의 탄핵 지지 여론은 80%가 넘었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탄핵여론의 절반가량에 불과한 지지율(41.08%)로 당선됐다. 촛불 민심은 무섭고 냉철했다.
그럼에도 촛불정부는 이런 통합여망을 담아내지 못했다. 역량과 시간의 한계를 분명하게 드러냈다. 적폐청산 깃발을 올리며 시작된 검찰개혁은 끝없는 갈등과 시간 허비로 국론분열의 근원이 됐다. ‘조국사태’는 민심을 광화문과 서초동으로 갈랐고, 급기야 촛불정권의 검찰총장을 야권 대선주자로 만들기까지 했다.
문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신년사는 그런 측면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신년사에 할애된 대부분의 메시지는 국민의식과 동떨어진 자화자찬 일색이다. 권력기관 개혁 제도화를 비롯한 언론자유와 인권 신장을 들며 ‘완전한 민주주의 국가’가 됐다고 밝혔지만, 이 주장에 동의하는 국민이 얼마나 되는지 의아스럽다.
여전히 K-방역에 취해 있었고, 성장과 분배, 혁신과 포용 모두에서 긍정적 변화가 일며 빠른 회복으로 도약을 이뤄냈다고 자평했다. 코로나19 위기극복과 글로벌 선도국가, 탄소중립, 평화정착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국민통합은 언급하지 않았다.
새 정부에 대한 국민통합 기대가 커지는 이유다. 차기정부는 코로나19 사태를 온전히 매듭짓는 것과 동시에 국민통합에 나서야 한다. 이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진영을 가리지 않는 인사권자의 인재 등용이다. 능력이 있다고 판단되면, 여론 의식하지 않고 과감하게 쓸 수 있어야 한다.
민심이 깨어있어야 새로운 대한민국이 가능하다. 이번 선거는 새로운 시대로 넘어가는 대전환의 기회다. 우리의 미래는 우리가 결정하는 것이다. 통합의 정신으로 지금의 역경을 희망으로 극복할 후보가 누구인지, 화해와 통합의 시대를 열어갈 인물이 누구인지 지혜롭고 냉정한 판단을 해야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