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노동운동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 ‘전태일 열사’는 부당한 노동현실 가운데서 노동자가 존중받는 세상이 도래하길 누구보다 간절히 바랐습니다. 이를 위해 자신의 육신을 화염 속에 내던지는 희생도 서슴지 않았죠.

그의 숭고한 희생에도 불구하고 그 시대 열악한 노동현실은 지금도 여전합니다.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 사각지대 안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저임금과 장시간 중노동에 시달리며, 최소한의 안전도 보장받지 못한 채 일하다 목숨을 잃곤 합니다.

점점 희미해져가는 노동존중사회에 대한 희망에 숨을 불어 넣어 줄 새로운 노동정책이 필요한 때, <투데이신문>은 ‘우리가 바라는 근로기준법’을 기획했습니다. ‘전태일기념관’을 방문한 시민들께서 ‘내가 바라는 근로기준법’ 게시판에 손수 남긴 의견들을 토대로 실제 노동현장 최전선에 있는 노동자들이 원하고 바라는 노동정책을 고찰해보고자 합니다.

‘전태일기념관’을 방문한 시민들이 ‘내가 바라는 근로기준법’ 게시판에 남긴 글 ⓒ전태일기념관
‘전태일기념관’을 방문한 시민들이 ‘내가 바라는 근로기준법’ 게시판에 남긴 글 ⓒ전태일기념관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예술가는 배고픈 직업이다”

음악, 미술, 연극 등 예술 분야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자주 듣는 말인데요. 어떤 분야든 성공이 쉽지 않지만 특히 예술은 생계를 유지하기도 쉽지 않은 분야라고 알려졌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간한 ‘2018 예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예술인 가구의 총수입은 평균 4225만원입니다. 같은 해 국민 가구소득 평균인 5705만원과 비교하면 약 1000만원의 차이를 보인 셈입니다.

1년간 예술인이 본업인 예술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수입은 평균 1281만원에 그쳤습니다. 예술활동을 통한 개인 수입이 1200만원 미만인 경우가 전체의 72.7%를 차지했으며, 아예 없다는 응답자도 28.8%에 달했습니다.

이렇다보니 예술인들이 온전히 예술활동에만 집중하기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습니다.

예술활동을 전업으로 하고 있는 예술인은 57.4%로 나머지 42.6%는 겸업 예술인으로 조사됐습니다. 겸업 이유로는 △낮은 소득이 46.5%로 가장 많았고 △불규칙한 소득 27.1% △예술활동 고용불안정 10.7% △열악한 작업환경 2.4% △기타 13.3% 등도 있었습니다.

겸업 예술인은 예술활동 외에 자영업, 사무직, 관리직, 기술직 등 다양한 직무를 선택했습니다. 그중에서도 강사/강의가 41.9%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는데요. 자신의 예술활동과 연관된 일을 선호하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한편으론 예술활동에 대한 꿈으로부터 멀어지지 않기 위해 잡는 마지막 지푸라기 같은 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실제 꿈을 포기하는 예술인들도 적지 않습니다. 입문 이후 1년 이상 예술활동을 포기한 경력단절 경험자는 23.9%로 조사됐습니다. 포기 이유로는 ‘예술활동 수입 부족’이 68.2%로 절대적으로 많았습니다.

그간 우리 사회는 예술인의 노동자성을 제대로 인정해오지 않았습니다. 대부분이 프리랜서로 근무하며 계약서를 쓰지 않거나 비정기적인 활동을 하기 때문에 근로자성을 인정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속가능한 예술활동을 위해서는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망이 필요하다는 예술계의 요구가 계속돼 왔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예술인을 위한 사회보장제도의 일환으로 예술인들도 고용보험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예술인 고용보험’이 시행됐습니다.

이에 따라 월평균소득이 50만원 이상인 예술인이라면 고용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또 실직한 예술인이 이직일 전 24개월 중 9개월 이상 보험료를 내고 자발적 이직 등 수급자격 제한 사유 없이 재취업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했다면 120~270일간 구직급여도 받을 수 있습니다.

이 밖에도 임신한 예술인인 경우 출산일 전 3개월 이상 보험료를 내고 출산일 전후로 노무를 제공하지 않았다면 출산전후급여를 90일(다태아의 경우 120일)간 수령할 수 있습니다.

노동자로서 인정받지 못하고 사각지대에 내몰려 있던 예술인의 고용안전망 강화가 이뤄질 수 있을지 기대를 모았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고용보험 기준에도 못 미치는 예술인들이 여전히 많기 때문에 가입이 쉽지 않다고 말합니다.

실제 2017년 2월 열린 ‘제14회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에서 최우수 포크 노래상을 수상한 가수 이랑씨는 수상소감으로 “1월에 수입이 42만원, 2월에는 96만원이었다”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고용노동부는 예술인 고용보험 적용으로 국내 예술인의 약 17만명 가운데 7만명이 고용보험 적용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전체 예술인의 절반도 안 되는 이들만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셈입니다.

또 고용보험에서 규정하는 예술인의 범위가 제한적이라는 문제도 있습니다. 책 편집이나 디자인, 일러스트 등을 맡는 외주 노동자나 영화·공연·드라마 현장 노동자, 방송작가 등은 예외입니다.

‘첫술에 배부르랴’라는 말처럼 무슨 일이든 단번에 만족할 수는 없습니다. 이를 시작으로 예술인들이 안정적인 고용구조에서 자신들의 능력을 마음껏 펼치고 이에 합당한 대가를 지불 받을 수 있는 예술 시장이 형성되길 바랍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